
[1] 새벽 2시쯤 잠들었다가 아침 6시쯤에 깼다. 깨어서 보니 주인 부부는 식당에 가고 없고 집에는 혼자 남았다. 창문을 열고 보니 안개가 자욱했다. 날씨가 좋아져야 아름다운 숲의 전망을 볼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내가 묵고 있는 이 집의 주인 장로님과 권사님 부부는 신앙생활을 아주 신실하게 하시는 분들이다. 집안 곳곳에 말씀 구절을 나무에 새겨놓으셨다. 언제나 성경 말씀을 언급하면서 그 말씀대로 순종하기를 즐겨하는 분들이셨다.
[2] 이민 교회에서는 아주 보기 드문 모범적 케이스를 오랜만에 만난 셈이다. 점심때 총장이 와서 차를 타고 두 부부가 일하고 있는 식당에 데려갔다.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양식 전문점이었다. 집에서 약 30분 떨어진 곳인데, 손님이 들락날락했다. 집에선 의자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서 성경과 신앙 얘기만 하던 두 분이 식당에 가보니 주방에서 분주하게 음식을 만들고 계셨다. 신앙생활을 멋지게 하면서 자기 일에도 충실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3] 총장과 나는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꽤 맛이 좋았다. 식사하는 중에 장로님이 주방에서 나와서 우리 식탁에 앉아 또 성경 얘기와 신앙 얘기를 꺼내는 것이었다. 이분은 성경 얘기도 하고 신앙 간증하기를 아주 좋아하셨으며, 대화도 자신이 주도해서 상대방이 끼어들 틈 찾기가 무지 힘들었다. 식사를 맛있게 먹은 후 총장이 바닷바람 쇠러 가자고 해서 같이 차를 타고 떠났다. 여기는 태평양 바다를 끼고 있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아름다운 곳이다.
[4] 바로 ‘몬트레이’(Monteray)라고 하는 곳인데, 해변에 가니 너무 아름답고 전망이 좋았다. 시원한 바닷바람에다 선인장 군상들이 떼를 지은 산이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차를 타고 달려서 이번엔 돌고래들이 많이 살고 있고 요트들이 떼 지어 있는 해변가로 갔다. 오랜만에 미국 바다를 구경하니 눈이 다 맑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세계적인 골프장이 있는 ‘페블 비치’(Pebble Beach)와 ‘세븐틴 마일스 드라이브’(17 Miles Drive)가 있다.
[5] 태평양의 숨 막히는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해안도로이다. 아름다운 해변, 거대한 바위, 고급 골프 코스, 그리고 그림 같은 숲길이 그저 환상 그 자체다. 과거 LA에서 살 때 그 유명한 ‘1번 도로’를 지나서 ‘샌프란시스코 금문교까지 다녀온 때가 기억난다. 이곳 근처에 소개할 또 하나의 명소는 덴마크 마을 ‘솔뱅’(Solvang)이라는 도시가 있다. 마치 동화 속 그림처럼 꿈속을 거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기막힌 장소다.
[6] 덴마크풍의 ‘카페와 베이커리’로도 유명한 곳이다. 역시 캘리포니아는 공기도 좋고 날씨도 선선하고 바다도 아름답고 산도 절경이고 경치들이 멋진 명소들이 즐비한 도시이다. 무엇보다 무더운 한국 날씨에 시달리다가 이곳에 오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 가슴이 확 트이게 만드니, 피서도 이런 피서가 없다. 행복한 관광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장로님 부부가 식당 문을 닫고 집에 와 계셨다.
[7] 저녁을 차려 놓으셨는데, 내가 좋아하는 ‘돼지고기 백립’(Pork Rib)을 요리해 놓으셨다. 시카고에서 유학할 당시 가끔씩 만들어 먹었던 그 맛 그대로였다. 손가락을 빨고 먹어야 할 정도로 최고의 진미였다. 식사 후 장로님은 다시 자기 간증과 신앙 얘기와 성경 얘기를 시작하셨다. 매일 5시에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고 찬양과 기도를 한다고 하셨다.
[8] 나더러 설교해달라고 부탁하셨는데, 설교는 곤란하고 성경 얘기를 해드리겠다고 해서 성경의 중요한 내용들을 몇 가지 전해드렸다. 내일 설교하는 총장의 교회에 내 설교를 들으러 오시겠다고 했다. 내일은 아침 7시에 깨서 수프를 먹은 후 교회로 출발하기로 했다. 8시 반 예배인데, 그 예배에 참석한 후 본인이 출석하는 교회에 가시겠다고 했다. 숙소에서 푹 좀 쉬게 해주시면 좋겠는데, 계속 자기 말을 듣고 또 내 말을 하게 해서 꽤 피곤하다.
[9] 그래도 말씀대로 살려고 하고 말씀과 예배와 찬양과 기도 시간을 정해놓고 실행하시는 모습이 보기가 좋다. 아침 일찍 식당 문을 열어서 오후 3시쯤까지 요리를 해서 손님을 받은 후 일찍 집에 돌아와서 식사한 후 저녁 5시만 되면 예배드리고 잠자리에 드는 걸 생활화하신 분들이다. 미국에서 교회에 다니는 이들 중, 이렇게 신실하고 특출나게 신앙 생활하는 분은 처음 보는 것 같다. 그것도 장로란 직분을 가진 분 중에선 더욱 그렇다.
[10] 내일 설교도 있고 해서 오늘은 정말 일찍 자야겠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이 지으신 대자연을 만끽하면서 다시 한번 우리 하나님의 솜씨가 얼마나 대단하신지를 절감한 하루였다. 이 놀랍고도 복된 하루를 살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높이 돌려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