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 ) 정성구 박사(전 총신대·대신대 총장)
정성구 박사(전 총신대·대신대 총장)

노태우 대통령 후보 시절이었다. 그는 선거 유세 중 대국민 약속을 하면서, 자신이 만약 대통령이 되면 각하(閣下)라는 칭호를 없애겠다고 했다. 그때 내어놓은 말이 이른바 '보통사람'의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전부터 모든 대통령을 각하(閣下)라고 불렀다. 하기야 1980년대까지 장군들도 각하로 불리기도 했다. 노태우 대통령 후보는 "권위주의를 철폐해야 한다"는 슬로건으로 표몰이를 했었다. 드디어 노태우 대통령이 되었고, 그 후 모든 신문의 논조는 권위주의 철폐를 부르짖게 되었다. 필자는 당시 동아일보(1988. 2. 26) 「언단」이라는 코너에 칼럼을 썼다. 그때 나는 '권위주의는 버려야 하겠지만, 권위를 세워주고 지켜주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시대의 잔재인 권위주의적인 의식을 청산하고 새로운 민주화의 시대를 열겠다는 것에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권위주의(權威主義)라는 말의 뜻은, 독재주의에 대한 좀 부드러운 표현이다. 따지고 보면 권위주의가 생긴 것은, 권위가 없으면서 권위를 행사하려고 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것은 반드시 정치에만 그런 것이 아니고, 종교, 학문, 예술 등 삶의 모든 영역에 있는 일이다. 사실 권위주의는 콤플렉스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권위주의는 자기 과시이다. 그러다 보니 권위주의는 대화보다는 정복이고, 일방통행식의 삶의 방식이다. 그것이 지나치면 스스로 하나님처럼 되려는 교만에 이르게 된다. 그러니 권위주의는 참된 권위를 상실할 때 생긴다고 본다. 

아무튼, 그 후 대통령 각하를 그냥 대통령님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못마땅한 사람은 그냥 이름을 불렀다. 이때부터 한국사회에 질서가 없어지고 뒤죽박죽된 이유라고 본다. 지금 우리나라는 '니나 내나' 다를 바 없고, '어른과 아이'가 없는 무질서의 세상이 되었다. 그러므로 참으로 권위주의를 청산하려면 역시 칼빈주의 사상(Calvinism)인 '하나님 앞에서의 소명(召命, Calling)'을 자각하고, 대통령이든, 말단 공무원이든, 부자나 가난한 자나, 배운 자나 무식한 자든지 간에, 어떤 일을 하든지 하나님 앞에서의 분명한 직업의 소명을 갖고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할 때 남에게 꿀릴 것도 없고, 부끄러울 것도 없고, 떳떳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진짜 민주주의이다. 

대통령을 각하로 부르지 못하게 했지만, 이전의 청와대 안에서는 대통령을 각하(閣下)라고 불렀다. 물론 노태우 대통령이 말한 대로 '대통령'도 '보통사람'인 것은 맞다. 하지만 대통령에 취임하면 그는 행정의 수장이요, 대한민국의 통치자요, 한 나라의 얼굴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도, 대통령의 모양을 만들어 목에 쇠줄을 매고 다니면서 갖은 모욕과 희롱을 하며 길거리를 누비고 다녔다. 요즘도 길거리에서 대통령 형상을 만들어 쇠창살에 가두고 놓고 끌고 다니면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로 짓밟히는 타락한 시위를 하고 있다. 이것만 봐도 그만큼 우리 사회의 밑바닥에는 붉은 세력이 정권을 잡으려고 칼춤을 추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첨단을 걷는 IT 강국이요, K-문화강국으로 한글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이때, 대한민국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 얼굴에 먹칠하고, 짓밟고, 자유대한민국을 무너뜨리려는 세력이 날뛰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급기야 대통령을 탄핵해서 감옥에 집어넣었다. 결국 정치도, 문화도, 종교도 천박하게 되었다. 

각하(閣下)는 영어로 'Excellency'이다. 주한 대사들을 지칭할 때, 모두 'Excellency' 곧 '각하'라고 부른다. 주한 대사는 대통령 또는 수상 또는 왕이 보냈기에 모두 각하라고 부르고 있다. 대사님에게 편지를 쓸 때도 반드시 000 각하라고 부른다. 그것도 그 나라의 대통령과 수상, 국왕의 전권을 위임받은 자이므로 존경의 예를 표현한다는 뜻이다. 2030 세대들과 자유를 사랑하고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대통령 각하의 '불법 탄핵'을 각하(却下)해야 한다"고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무너진 이 나라를 바로 세우려면 대통령의 권위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 물론 권위주의는 없애야 하지만, 참다운 권위는 바로 세워야 한다.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다하는 것은 권위이고, 권세이다. 그런데 탈권을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통령을 잡아 가두고, 뭉개고, 짓밟고 있는 것은 또 다른 권위주의라고 할 수 있다. 권력을 쟁취하려는 자들은 지금도 온갖 술수와 공작으로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그리고 권력을 쟁취할 수 있다면 대형교회를 찾아다니면서 사전 표몰이도 서슴지 않고 있고, 정치꾼들 중에 불자들도, 마리아를 숭배는 가톨릭 사람들도 대형교회를 방문하고 있다. 그러니 목사님들은 앞으로 국회의원 또는 지방 장관 후보가 교회에 찾아와 인사한다느니, 감사헌금을 한다느니 하면 철저히 배격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종으로서, 양을 기르는 목자로서 권위가 땅에 떨어지면 한국교회는 곧 무너지고 만다. 그러니 설교할 때 함부로 농담하지 말고, 자신의 이야기나 경험담만을 늘어놓지 말고, 생명의 복음 곧 진리의 말씀을 불꽃처럼 전하다가 하나님께서 부르실 때 가면 된다. 그러니 목사님들은 정치꾼들에게 휘둘리지도 말고 아부하지도 말아라. 

"대통령 각하(閣下)의 탄핵을 각하(却下) 하라!", 권위주의는 반드시 철폐되어야 하고, 모든 영역에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나님 중심의 사상으로 참다운 권위를 다시 회복할 때 지금의 위기는 곧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