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하우스 평택 정재우 목사 ©세인트하우스 평택
세인트하우스 평택 정재우 목사 ©세인트하우스 평택

필자의 친구는 사회복지 전문가였다. 노년에 들어 화가로 변신했다. 국내와 해외를 다니며 작품을 출품하고 전시에 참여한다. 정말 부럽다. 그보다 더 부러운 건 아내와 합의하여 서울에서 남해로 주거를 옮겨 재미있게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년에 이사를 감행하다니‥ 그리 생각했다. 서울의 노인종합복지관장과 전문대학교 교수로 은퇴한 전문가요 지식인이다. 쉽지 않았을 텐데 그런 용단을 내렸다. 

은퇴 후 처음 4년여 기간은 대청호 상류 청남대 가까운 가파른 산지를 개간해 포도농사에 도전했다가 정착을 못하고 결국 서울로 복귀했다. 농사가 결코 만만하지 않음을 체득했다. 아내가 주말마다 서울에서 찾아와 살림을 도왔지만 얼마나 불편했을까? 그때에도 노년의 도전이 결코 나빠 보이진 않았다. 비록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멀리 남해로 가더니 미루어 두었던 자신의 취미생활을 위해 미술 동호회에 들어가 그림을 배웠다. 그 후 국내 미전에 도전해 입상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서울에서 입상 작품 합동전시회에 참여한다고 초청을 받았다. 입상자 중 상위권은 개인전도 함께 열었다. 

참 멋진 인생을 사는 친구다. 노년기에 들어왔어도 여전히 도전하고, 모험하고, 성취해 나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재미있게 살아가기로 작정한 것이 아닌가? 

이화여대 정신과 전문의 이근후 명예교수의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라는 저서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나이 들어 좋은 점은 딱 하나, 더 이상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다는 점이다. 자존심을 세워주는 그럴듯한 자리라도 나는 명예보다는 즐거움, 책임보다는 재미를 택하면서 살기로 했다" 

그는 76세에 사이버대학 문화학과를 최고령자로 졸업해 세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30년 넘게 네팔 의료 봉사를 하고, 40년 넘게 보육원 아이들을 돌본 이유는 인생이 더 즐거워졌다는 게 이유의 전부였다. 

<백 년을 살아보니>의 저자 김형석 교수는 이 책에서 60대 중반의 일본 여성들 대상으로 여론 조사한 내용을 소개했다. "어떤 사람이 행복한가?" 이 질문에 가장 불행한 사람은 아무 일도 없이 세월을 보낸 사람이었고, 반면에 새로운 행복을 찾아 누린 사람은 공부를 시작한 사람, 취미활동을 계속한 사람, 봉사활동에 참여했던 사람이었다고 소개했다. 

설은주 은퇴교수는 <멋지게 나이들기, 아름답게 마무리하기>라는 저서에서 닭장에서 자란 독수리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이 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모르고 다른 닭처럼 자란 독수리는 날 생각이나 시도를 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노년을 우리 안에 있는 병리적 열등감과 낮은 자존감을 버려야 노년의 삶이 당당하고 행복할 수 있다고 강변한다. 

필자의 친구는 노년을 의미 있게 살아가고 있다. 평생을 사회적 약자를 돌보며 살았다. 새로운 도전으로 농사도 지어보았다. 실패를 딛고 새로운 땅에서 모험을 하고 있다. 재능을 찾아 그림을 배우며 재미있게 산다. 아내는 지역의 문화해설자로 함께 재미있게 산다. 남해에 푹 빠져 노년의 성취를 만끽하면서. 

과연 노년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아직 노년기에 가까운 나이가 아니더라도 백세 인생을 살 리모델링을 생각하자. 노년기 삶의 질을 고민해 보자. 노년은 자기 성취를 위한 연속과정이기에. 우린 예상 밖으로 훌쩍 노년기에 접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