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는 탈레반 당국이 영국인 부부와 중국계 미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4명을 구금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체포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탈레반 측은 "특정 고려사항(certain considerations)"이 있다고만 언급하며 구체적인 설명을 피하고 있다. 

영국 BBC와 AFP통신에 따르면, 영국 국적의 피터 레이놀즈(79)와 아내 바비(75)는 지난 1일 아프가니스탄 바미얀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던 중 탈레반에 의해 체포됐다. 이들은 18년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과 아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젝트를 운영해 왔다. 해당 프로젝트는 탈레반 당국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여성의 노동과 12세 이상 소녀들의 교육을 금지한 탈레반의 정책과 충돌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탈레반 내무부 대변인 압둘 마틴 카니는 "아프가니스탄 신분증을 소지한 영국인 2명과 중국 및 미국 국적을 가진 1명, 그리고 그들의 통역사 1명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신원 확인과 체포 배경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만 덧붙였다. 

레이놀즈 부부는 체포 직후 자녀들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으나, 사흘 후 연락이 두절됐다. 이후 2주가 넘도록 가족들은 부모의 소식을 듣지 못한 상태다. 부부의 자녀들은 탈레반에 석방을 호소하며 "부모님이 체포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은 아프가니스탄을 위해 헌신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몸값 협상에 응하거나 인질로 거래되느니 차라리 목숨을 희생하겠다고 말했다"며 부모의 의사를 전했다.  

영국 외무부는 영국 국적자 2명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구금된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 정부가 탈레반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데다, 수도 카불에 대사관을 두고 있지 않아 직접적인 외교적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탈레반은 2022년 여성의 NGO 활동을 금지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여성을 고용하는 모든 NGO의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여성의 교육과 노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번 체포가 이러한 정책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탈레반은 2021년 8월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했으나, 국제사회는 이를 공식 정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탈레반의 외국인 억류 조치는 국제사회와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으며, 향후 외교적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