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갑 시스코프 대표
(Photo : 기독일보) 여인갑 시스코프 대표

유대 전통에서 "토라에는 70가지의 얼굴(면)이 있다"는 개념은 토라의 해석이 다층적이며, 다양한 관점과 의미가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사상은 토라의 구절이나 이야기를 해석할 때 각각의 해석이 유효하며, 서로 다른 맥락에서 다르게 이해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유대교 학문적 전통과 해석의 다양성을 반영하며, 학자들 사이에서 깊이 있는 논의와 연구를 촉진한다. 또한, 이 개념은 유대교의 신앙과 법률, 도덕적 교훈을 탐구하는 데 있어 열린 마음과 다양한 시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개념은 탈무드에서 발견되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탈무드의 여러 구절에서 이 개념이 등장하며, 각기 다른 학자들이 토라의 내용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미드라시 문헌에서도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방식이 나타난다. 유대교는 텍스트의 해석에 큰 비중을 두며, 각 세대의 학자들이 새로운 관점으로 성경을 해석해왔다. “토라에는 70가지의 얼굴이 있다”라는 말은 해석의 다양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해석과 토론 방식은 유대교 교육 시스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해석을 탐구하도록 가르치며, 이를 통해 비판적 사고와 깊이 있는 이해를 길러준다. 현대 유대인들은 개인의 신앙과 해석을 중요시하며, 이는 "토라에는 70가지의 얼굴이 있다"는 개념과 잘 어울린다. 각자가 토라를 자신의 삶에 맞춰 해석하고 적용함으로써 신앙적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이 개념은 현대 사회의 윤리적, 도덕적 문제를 논의할 때도 유용하게 적용된다. 윤리적, 환경적, 정치적 문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고, 이에 대한 신앙적 해석을 모색하는 데 도움을 준다. 현대 유대교의 여러 분파와 공동체는 각기 다른 전통과 관점을 가지고 있지만, "토라에는 70가지의 얼굴이 있다"는 개념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데 기여한다. 이는 공동체 내 포용성과 이해를 증진하며, 건설적인 대화를 이끄는 원칙이 된다.

유대교 학자들과 신학자들은 토라의 구절을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하고 해석한다. 학술 연구, 강의, 세미나를 통해 서로 다른 해석을 공유하며, 정기적인 토라 공부 모임에서도 다양한 해석을 탐구한다. 이러한 모임에서는 참가자들이 각자의 해석을 나누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한다. 또한, 예배 중 성경 구절을 읽고 해석하는 과정에서도 “토라에는 70가지의 얼굴이 있다”라는 개념이 실천된다. 다양한 해석을 통해 신앙의 깊이를 더하고, 개인의 신앙 경험을 풍부하게 만든다.

이 개념은 역사적으로 제2성전이 70년 로마에 의해 파괴된 이후 유대교의 생존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랍비 요하난 벤 자카이는 성전이 파괴된 후 야브네에서 유대교를 율법 중심으로 재편성하고 야브네 학파를 설립하였다. 그는 성전 제사 중심의 신앙에서 랍비 해석 전통으로의 전환을 주도하며, 미슈나와 탈무드 발전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그의 제자 랍비 엘리예제르와 랍비 요슈아 벤 하나냐는 토라의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강조한 주요 인물들이다.

랍비 엘리예제르는 유대 율법 해석 전통을 발전시킨 중요한 인물 중 하나로, 유대 율법(할라카)의 엄격한 적용을 강조하였다. 그의 의견은 항상 옳았다고 평가되었으나, 유대 율법에서는 다수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원칙이 있어 그의 의견이 항상 채택되지는 않았다. 반면, 랍비 요슈아 벤 하나냐는 보다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졌으며, 이는 후에 그의 제자 랍비 아키바가 할라카 해석에서 혁신적 접근을 취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

랍비 아키바는 토라의 모든 단어와 철자에 깊은 의미가 있다고 믿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유대 율법의 법적 원칙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토라 해석을 네 가지 단계(단순한 의미, 암시적 의미, 비유적 의미, 신비적 의미)로 나누어 분석하는 방법을 강조했다. 그의 해석은 탈무드 법학의 기초를 닦는 데 기여했으며, "모세 이후 가장 위대한 랍비"라 불릴 정도로 유대교 전통 속에서 깊은 영향을 미쳤다.

랍비 아키바의 제자인 랍비 시므온 바 요하이는 미슈나 편집과 카발라 전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는 카발라의 주요 경전인 조하르의 저자로 전해지며, 토라의 신비적 해석을 강조했다. 또한, 로마 제국의 박해를 피해 동굴에 숨어 지내며 13년 동안 토라를 연구했다는 전설이 있다. 랍비 시므온 바 요하이는 “토라에는 70가지의 얼굴이 있다”라는 개념이 발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된다.

랍비 요하난 벤 자카이에서 랍비 요슈아 벤 하나냐, 그리고 랍비 아키바에서 랍비 시므온 바 요하이로 이어지는 계보를 통해 유대교의 율법과 신학이 발전했으며, 이는 후대 탈무드 형성의 기초가 되었다.

“토라에는 70가지의 얼굴이 있다”라는 개념은 현대 유대교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며, 다양한 해석을 통해 신앙, 도덕, 사회적 이슈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문구를 넘어, 유대교의 해석 전통과 공동체의 지혜를 반영하는 중요한 개념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