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한 뜨거운 기도의 함성이 2월 첫 주말 전국에 메아리쳤다. 12.3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탄핵소추로 이어진 탄핵정국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반 진영 간의 대결을 넘어 자유 민주주의를 지킬 것이냐 공산주의에 나라를 넘겨줄 것이냐 하는 체제 전쟁으로 확대되면서 교계의 목소리도 한층 커지는 양상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 전국 10여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는 회를 거듭할수록 뜨거운 기도의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특히 지난 1일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비상기도회는 겨울비가 세차게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수만 명의 시민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나라를 위기에서 건져내겠다는 열망을 기도와 함성으로 표출했다. 

그동안의 기독교 집회나 보수단체가 주관하는 집회를 보면 주 참여 계층이 장년 노년 일색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추세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30세대 젊은 층이 보수단체가 주최하는 대통령 탄핵 반대집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숫자가 확연히 늘면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양상으로 바뀐 점이다. 국가비상기도회가 바로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2030 세대의 의식을 직간접적으로 깨운 이들 중 최근에 유독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공무원 시험 한국사 '일타강사'로 알려진 전한길 씨다. 그가 자신의 유튜브 강의 채널에서 탄핵정국의 배경과 실체에 대해 솔직한 견해를 밝힌 이후 젊은 층이 제 발로 탄핵반대 거리집회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110만 명을 보유한 전 씨가 처음부터 보수 우파의 상징적인 인물이 된 건 아니다. 그는 비상계엄 선언 3일 뒤인 지난해 12월 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계엄은 미친짓"이라며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러다가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가 가결된 후 직무가 정지된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 이후 부정 선거 의혹 문제를 제기하며 본격적인 정치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전 씨는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대로에서 있었던 국가비상기도회에 처음 연사로 등단해 "저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대한민국을 사랑한다. 종교와 표현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이 좋고, 종교와 표현의 자유가 없는 중국과 전체·공산주의의 북한 정권이 싫다"고 했다. 이어 지난 1일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비상기도회에도 연사로 나와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때 '노사모' 회원이었다고 밝힌 인터넷 시험강사가 윤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며 정치권을 향해 연일 쓴 소리를 뱉어내자 야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그의 선거부정 의혹 발언 등을 내란 선동으로 규정해 고발 조치하기까지 했다. 

전 씨의 발언과 행동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는 주류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언론은 전 씨가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전형적인 극우의 '음모론'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짙은 경상도 억양에 다소 거친 듯 토해내는 그의 발언은 그와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사람에겐 꽤 불편하게 들릴 소지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야권과 언론까지 싸잡아 전 씨를 공격하는 모양새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12.3 비상 계엄령 직후 20%대를 밑돌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가까이 급상승하는 현실 앞에서 야권이 당황하고 초조한 기색을 드러내는 건 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내부에서 원인을 찾지 않고 애꿎은 사람을 타깃삼아 '마녀사냥'을 하면 결과적으로 화를 더욱 키우는 꼴이 된다. 

최근 민주당과 탄핵을 지지하는 진영, 그리고 일반 언론까지 전 씨를 일관되게 공격하는 호칭이 '극우'다. 그런데 좌우 가리지 않고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 심정으로 피를 토하듯 소신 발언을 하는 그에게 '극우' 프레임을 씌우는 게 과연 사리에 맞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 1972년 9월 독일 뮌헨올림픽 때 이스라엘 선수들에게 무장 테러를 자행해 11명을 사살한 사건이 있었다. 이를 자행한 게 '검은 구월단'이라는 이름의 극우 테러조직이다. 그에 앞서 1970년 3월 31일 일본항공 351편 요도호를 공중 납치한 '적군파'는 극좌 테러조직의 대명사로 불린다. 

이처럼 우든 좌든 그 앞에 극(極)자가 붙는 조직이나 집단의 공통점은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인명 살상과 테러를 불사하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윤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게 왜 '극우'인가. 언론조차도 합당한 근거를 대지 못하고 정치권이 쓰는 극단적인 용어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이런 '갈라치기'는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자주 쓰던 악습 중 하나이나 이것이 역설적으로 전 씨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준 측면이 없지 않다. 그가 연일 부정선거 의혹과 헌재 일부 재판관의 편향적 이념 문제를 지적하면서 정치권과 언론의 질타가 이어질수록 그의 유튜브 구독자는 선관위 비판 영상 게시 12일 만에 54만 명이나 늘었고, 일부 영상엔 댓글이 10만 개 넘게 달릴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견해를 드러낼 권리가 있다. 이는 헌법이 정한 '표현의 자유'이자 '집회와 결사의 자유'에 속한 문제다. 스스로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고 좌파도 우파도 아닌 소신파"라고 말하는 강사를 '극우'로 매도하는 배경엔 본질을 호도해 불리한 전세를 반전시키려는 은밀하고도 비겁한 심리가 도사리고 있다. 내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한다고, 그 발언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다고 상대에게 '극우'의 꼬리표를 붙이고 좌표를 찍어 공격하는 것이야말로 스스로 나는 '극좌'라고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