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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의 대모'이자 '인권 천사'로 불리는 수잔 숄티(Suzanne Scholte) 디펜스포럼재단(Defense Forum Foundation) 대표가 북한인권운동에 투신한 지 올해로 30년을 맞이했다.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숄티 대표는 북한을 상대하는 것이 "지옥의 문을 여는 일"이라고 표현하며, 북한 정권을 "순수한 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녀는 과거 나치의 만행을 사람들이 쉽게 믿지 못했던 것처럼, 북한 내 인권유린의 실상도 처음에는 많은 이들에게 충격적이었지만 탈북자들의 증언이 쌓이면서 미국 내 여론이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발표는 북한 내 조직적인 반(反)인륜 범죄를 국제사회에 공론화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숄티 대표는 북한 정권이 여전히 존속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한국 내 일부 정부 정책을 꼽았다. 그녀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김정일 정권의 생명줄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며, 1997년 황장엽 전 비서가 북한 실상을 폭로하며 망명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오히려 김정일 정권을 지원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하고 탈북자 강제북송을 감행한 점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하며, 이러한 조치가 북한 내 인권 탄압을 더욱 공고히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 역시 북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숄티 대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졌지만, 이후 미국 정부가 북한과 대화에 집중하면서 인권 문제를 등한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이 핵 포기를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는 탈북자들의 증언이 있었음에도, 미국이 4자 회담과 6자 회담을 통해 북한과 협상하려 했던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숄티 대표는 김정은 정권이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서 더욱 독재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의회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36번이나 사용한 것을 언급하며, 북한이 이러한 움직임을 위협적으로 느낀다고 설명했다. 또한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을 김정은의 불안함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숄티 대표는 북한 내부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고 강조했다. 젊은 세대가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을 키우고 있으며, 시장 경제가 점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며, 국제사회와 한국 정부가 북한 주민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도 북한의 핵 포기보다 북한 주민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자유(CVIF)'를 우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의 선봉에 서야 하며, 국제사회는 지속적으로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를 폭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숄티 대표는 "북한 주민들이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아질수록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드러날 것"이라며, 북한 정권이 무너질 날이 멀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한편 숄티 대표는 1996년 북한 탈북자들의 증언을 듣고 북한 인권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1999년에는 미국 상원에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 문제를 다루는 청문회 개최를 주도했다. 또한 2003년에는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미 의회 증언을 성사시켜 북한 정권의 실태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는 데 기여했다. 이는 2004년 미국 의회가 북한인권법을 채택하는 계기가 됐다. 2008년에는 제9회 서울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