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화평이 아니요 검을 주러 왔노라.” (마태복음 10:34)
오래전에 필자가 성지순례를 갔을 때, 예루살렘을 비롯해서 베들레헴, 나사렛, 혼인잔치가 열렸던 가나 등등 여러 곳을 방문하였습니다. 어느 날 아침, 가이드는 우리를 헤브론으로 인도했습니다. 예루살렘에서 남쪽으로 약 30km 떨어져 있는 헤브론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묘지가 있는 곳으로, 유일하게 이스라엘 병사들과 팔레스타인 병사들이 사이좋게 묘지를 지키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이스라엘과 파레스타인 사이에 아무런 갈등이 없고, 서로 군복은 다르고, 빈부의 격차는 심해 보였지만 사이좋게 조상들의 묘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따라서 그들 조상들의 묘가 있는 헤브론이야말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갈등이 없는 유일한 평화의 장소임을 확인했습니다. 이복형제들의 후손들이 사이좋게 조상들의 묘지를 지키는 모습을 보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체가 이렇게 서로 갈등 없이 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최근(2024.12) 어떤 신문사 기자가 헤브론을 다녀와서 쓴 글을 읽어 보았습니다. 헤브론에 도착해서 검문소를 통과할 때는 별 어려움이 없었는데, 헤브론에서 나오는 반대편 검문소 앞에는 수십 대의 차들이 늘어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검문소에는 완전 무장한 이스라엘 군인 네 명이 총을 들고 서서 차량 한 대씩을 검문하는 동안, 군인 한 명은 운전자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었습니다.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동행이 “운이 나쁘면 검문소를 빠져 나오는데 5시간이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인구 22만 명의 요단강 서안지구 최대 도시이자 경제 중심지인 헤브론은 수천 년 동안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성지로 여기고 있는 곳입니다. 따라서 이곳은 이스라엘의 통제가 가장 심한 곳 일뿐 아니라 총격과 테러가 끊이지 않는 격전지가 되었습니다.
2023년 가자 전쟁으로 헤브론은 거대한 감옥이자 지옥이 되어 있다고 현지인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이동 제한이 강화되면서 상점 2,000여 개가 폐쇄되었고, 실업률이 치솟았습니다. 이 지역에서 갈등이 심한 것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지역 사이에 완충지대가 없어서 서로 충돌하기가 쉬운 것이 원인이기도 합니다.
필자가 그곳에 갔을 때, 평화롭게 조상들의 묘지를 지키던 이스라엘 군인들과 팔레스타인 군인들이 이제 서로 총구를 겨누고 싸움을 하고 있으니, 세상의 평화는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어떤 곳보다 평화가 깃들어야 하는 헤브론이 전쟁의 앞마당이 되었으니, 인간사 참 가늠하기 힘듭니다.
2,000년 전에 오셨던 예수님께서는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화평이 아니요 검을 주러 왔노라.”(마 10:34)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검은 세상 사람들을 죽이는 검이 아니고, 원수 마귀의 종이 된 자들을 위한 검입니다. 우리의 적은 인간이 아니고, 마귀입니다. 마귀의 종들을 성령의 검으로 찔러 그리스도 앞에 굴복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세상에서 마귀의 역사(役事)를 깨뜨리는 평화의 사도로 천국 복음을 열심히 전하여 전쟁이 차차 사라지는 세상을 위해 더욱 열심히 기도해야 합니다. 이 시대에 우리에게 주신 소명입니다. 샬롬.
L.A.에서 김 인 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