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의 한 금융회사 사무실에서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이슬람과 힌두교를 믿는 직원들이 함께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며,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서석열 장로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이러한 장면은 단순히 계절적인 인사가 아니라, 종교와 문화의 벽을 초월한 존중이 담겨져 있어 주목된다.
서석열 장로는 현재 뉴욕 웨체스터 지역의 한인동산교회(담임 이풍삼 목사) 소속으로 꾸준히 새벽기도에 참석하고, 주일마다 교회에서 봉사하며, 필요하면 주말에도 교회 일을 돕고 있다. 한국교회에서의 신앙적 전통을 이어가는 한인들에게는 특별히 화려하지 않은 일반적인 수준의 신앙생활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한인 기독교인의 꾸준한 신앙생활은 동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른 종교를 믿는 직원들은 그의 헌신적인 태도를 존경하며, 그를 가리켜 “리스펙트(존경한다)”라고 말하곤 하는 것이 그 증거다.
단지 신앙심만 투철해서 이런 반응을 얻는 것은 아니다. 서 장로의 따뜻한 배려는 신앙의 테두리를 넘어선다. 해외 출장을 갈 때면 그는 작은 선물을 준비해 동료들에게 나눠주며, 일상 속에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려 노력한다. 이러한 태도는 시간이 지나며 그의 동료들 사이에 신뢰와 존경을 쌓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서 장로는 이와 같은 배려가 “적극적인 전도는 아니지만, 일상 속에서 신앙을 보여주는 전도의 한 형태”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서 장로는 자신의 이러한 행보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평범한 한국 사람이라면 신앙생활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동료들에게 좋게 평가된 것 같다”며 자신을 낮췄다. 그러나 그의 성실한 신앙생활과 따뜻한 배려는 그의 동료들이 크리스마스마다 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결과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교회의 오랜 신앙적 전통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것만으로도 타종교인에게는 위대한 신앙인으로 비쳐진다는 점과 작은 실천이 모이면 종교의 벽을 넘어서도 큰 감동을 만든다는 사실은 바쁜 현대 사회 속에서도 신앙인이 가져야 할 덕목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고 있다.
한편, 서 장로는 자신의 회사에서 내려오는 오랜 기독교적 전통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가 현재 근무하는 회사인 뉴욕 라이프에서는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현직과 은퇴 직원들이 합창대를 구성해 회사 건물 로비에서 헨델의 메시야 중 ‘할렐루야’ 곡 합창을 선보인다. 특히 오래된 맨해튼 건물의 대리석 로비에서 울려 퍼지는 합창은 그 감동을 배가시킨다. 서 장로는 이러한 전통을 통해 미국의 신앙적 아름다움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느끼며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