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이 지난 후 얼마 아니 되는 지난 주일, 제가 출석하는 교회의 “글 사랑 모임”에서는 제19회 “가을 문학 산책”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약 300페이지의 책이 출판되었는데, 그 안에는 빼곡이 이민 사회에서도 한글로 작품활동을 하는 성도님의 시와 산문이 실렸습니다. 담임목사님이 기도해주신 후, 독창 연주와 함께 음악을 곁들여, 다양한 성도님들의 작품이 감동 속에서 낭독되었습니다. 작가 중에는 한국에서 인기 있는 수필집을 내신 분도 두 분이나 계셨습니다.
저도 시 2편과 산문 하나를 보내 책에 수록했고, 그날에는 시 한 편을 읽었습니다. 솔직히 문학 소년의 그럴듯한 추억은 있지만, 글을 쓰고 말을 하는 것을 본업으로 살아온 저라도 시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본 경험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저까지도 시를 쓰는 것은 순전히 “무식이 용기”가 되거나, 혹은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이 정말로 쓰기 쉬워 용이하게 사용하는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잘된 것은 내 탓, 못된 것은 조상 탓”이라는 속담이 있는데, 거꾸로 한글은 정말 조상의 위대한 유산입니다. 글자를 배우고 읽는데, 보통 사람의 능력으로 반 나절이면 가능합니다. 세종대왕이 주변 학자들의 반대와 상소를 물리치고, 집현전 학자들을 진두 지휘하여 만든 “세종어제 훈민정음”(世宗御製 訓民正音), 즉 “세종대왕이 만든 백성을 교화하기 위해 만든 바른 언어”는 그의 의도대로 우리가 쉽게 익혀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는 인사하며, 스스로 대견해하는 백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케이 팝(K-pop), 케이 드라마(K-drama), 케이 푸드(K-food)는 이제 대세이자 문화적 역량이 되어, 케이 파워(K-power)를 형성하고 이것이 이제 미국과 세계를 덮게 되었습니다. 한국 사람이 된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숨기고 싶은 무엇이 아니라, 이제는 그것을 자랑스럽게 드러내며 자부심을 가질만한 상황이 되었음을 되새깁니다.
한글을 이처럼 귀하게 여기는 것은 우리만의 자랑이 아니라, 세계의 유명인들이 확인하는 것입니다. 많은 석학과 유명인들이 한글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증명합니다. 라이샤워라는 미국 언어학자는 하버드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주일 미국대사도 지낸 바 있는데, 그는 한글을 “세계의 어떤 나라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가장 과학적인 표기 체계”라고 말했습니다. 네덜란드의 언어학자 에프 보스(Vos)는 “한글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문자”라고 평가했으며, 그는 이러한 내용의 논문을 스탠포드 대학에서 열린 언어학자 대회에서 발표했습니다. 그 외에도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의 나라에서도 한글에 대한 칭찬은 다 나열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까지 받게 되었으니 이제 한글은 명실상부한 세계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브랜드, 한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한글을 사랑하고 말하고 글로 적으며 지식과 사상과 우리의 감성과 신앙을 전달합니다. 문맹률 0%에 근접하는 민족은 세계 속에 거의 없습니다. 인접한 중국이나 일본의 문자보다도 7배나 빠르게 문서를 작성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컴퓨터 자판 시대를 위하여 만들어진 조상의 은덕 때문입니다. 1989년 한국 정부가 제안하여 1990년부터 세종대왕 문해상(Literacy Prize)을 제정하고, 유네스코에서 모국어를 위해 공헌한 개인과 단체를 위하여 시상하는 것은 이제 세계가 한글의 우수성과 성취를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어제는 몰랐지만, 이제는 천재적인 조상의 공헌으로 “누구든지 쉽게 배워 자신의 의도를 잘 전달”하기에 극적으로 유용한 선물, 한글을 가지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릴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