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밤 전화통화를 갖고, 한미 간 주요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가 예정된 시점을 하루 앞두고 성사된 이번 통화에서는 무역 불균형, 조선산업 협력, 북핵 대응,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 등 민감한 이슈들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총리실에 따르면 통화는 한국 시간으로 오후 9시, 미국 동부 시간으로 오전 8시를 조금 넘긴 시점에 약 28분간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한국의 최고위 인사와 직접 통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된 이후, 외교당국은 대행 체제가 일정 수준의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해 정상 간 직접 통화를 추진했고, 백악관과의 협의를 통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권한대행은 통화에서 한미 동맹이 새 정부 하에서도 지속적으로 강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히며, 특히 조선산업,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무역균형 등 세 가지 분야에서 보다 긴밀한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이는 미국 측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문제를 거론하며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직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과의 협상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공개했다. 그는 "한국의 막대한 무역흑자와 높은 관세, 조선산업 이슈, 대규모 LNG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투자, 미국이 제공하는 군사 보호 비용" 등을 언급하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를 비중 있게 다뤘다고 밝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한국이 군사비용으로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기 시작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알 수 없는 이유로 협상을 종료했다"고 주장하며, 다시 포괄적 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거래가 가능하다"며 한국 고위 협상단이 현재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직후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과의 상호관세 문제를 우선적으로 다루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워싱턴DC에는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도착해, 양국 간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조현동 주미대사는 현지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번 통화를 통해 한미동맹 강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으며, 관세 문제를 비롯한 주요 현안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국내 정치 상황과는 무관하게 양국은 지속적인 전략 동맹 강화를 위해 변함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합의는 도출되지 않았지만, 양측 모두 경제와 안보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하고 일괄타결 방식의 '원스톱 협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진행될 협상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