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성도들 단계적 준비시켜
각 지역별 사역 감당하게 해야
과거 조선족 교회 교훈 기억을
자치·자전·자립 네비우스 정책
주신 각 은사와 달란트 활용해
의료와 복지 등으로 회복 도모

제10회 바이어하우스학회(회장 이동주 교수) 학술 심포지엄이 4월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관에서 '향후 북한교회 설립에 관한 제언'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최근 통일과 북한 선교를 집중 탐구하고 있는 바이어하우스학회에서는 이날 심포지엄에서 탈북민 이빌립 목사(열방샘교회)가 '북한에 세워져야 할 교회'를 제목으로 발표했다.

먼저 북한에 교회를 세워야 하는 이유로 △교회의 머리 되시는 주님의 뜻이다 △하나님은 북한교회를 통해 제자를 삼는 지상명령을 이루고자 하신다 △하나님은 북한에 교회가 세워짐으로 그 땅에 예배가 회복되기를 원하신다 △교회는 모든 것을 사랑으로 뛰어넘을 영적 가족 공동체이다 △예수님 말씀처럼 교회는 산 위의 동네(마 5:14)로서 희망이다 △교회는 모든 사람들이 예수로 구원을 받고, 가치 있는 삶을 살도록 돕는다 등을 꼽았다.

북한에 세울 교회의 조건으로는 △말씀의 반석 위에 세워진 교회여야 한다(마 16:18) △복음적·선교적 교회여야 한다(고전 15:3-4, 행 1:8) △작고 강한 영적 능력이 있는 교회를 세워야 한다 등을 제시했다. 

특히 '북한 주민으로 토착 지도자를 세우는 교회여야 한다'에 대해 "복음은 외부 선교사나 개척자에 의해 전해지지만, 복음 사역을 최대한 빨리 토착화시켜 외부가 아닌 북한 내부에서 교회개척 운동 주도권과 추진력이 나오게 해야 한다"며 "북한이 열리면 현지 주민들 가운데 그 지역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토착 지도자들을 단계적으로 준비시켜 지역 사역을 감당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빌립 목사가 강의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빌립 목사가 강의하고 있다.  

이빌립 목사는 "한국교회는 1990년 말 중국 동북3성 조선족 교회 선교에서 얻은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시 한국교회가 많은 교회들을 후원해 건물은 빨리 세워졌지만, 복음에 신실한 일꾼들은 더디 세웠다"며 "성도들은 헌금을 하지 않았고, 일부 사역자들은 변질되기도 했다. 이런 사례는 중국 외 다른 나라 선교지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목사는 "한국 초기 교회들 중 소래교회는 자립하는 교회, 효과적인 전도, 평신도들의 자발적 조직 측면에서 좋은 모델이다. 소래교회 첫 예배당은 전적으로 지역민들의 재정 부담으로 세웠고, 몇 년 안 돼 마을 대부분 사람들을 전도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며 "토착 지도자를 세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을 자치·자전·자립의 네비우스 선교정책대로 세워 건강한 교회가 세워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의 고통을 안고 사랑으로 섬기는 교회'도 제안했다. 그는 "북한에 들어갔을 때, 하나님이 아파하시는 많은 문제들에 부딪칠 것이다. 많은 가정들이 경제적 문제로 정신적 고통을 겪어 해체돼 있고, 고아들도 많을 것이다. 의료와 교육 선교도 필요할 것"이라며 "한국 초기 선교사들이 당시 조선 사람들의 여러 어려움들을 외면하지 않았던 것처럼, 북한이 열린 후 한국교회와 성도들은 주신 은사와 달란트를 북한 주민들을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데 잘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30곳 중요 지역에 선교센터 세워
지하 성도들 단기간 사역자 훈련
각 지역 교회 지도자들로 세워야
교육과 복지, 의료 등 '팀 선교'를
한국 선교처럼 지역 분할 선교도
교단별 논의 컨트롤 타워 필요해

북한에 교회를 세우기 위한 준비로는 복음적인 사람(특히 탈북민), 전문적인 훈련 등과 함께 지역 거점별로 본부격 교회를 세우는 '센터 처치(Center Church)' 개념을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거점은 평양을 비롯해 개성, 해주, 사리원, 송림, 남포, 정주, 개천, 덕천, 양덕, 구성, 평성, 신의주, 원산, 고건원, 함흥, 북청, 장진, 단천, 김책, 청진, 은성, 라진선봉, 회령, 해산, 신파, 길주, 강계, 희천, 만포 등 30곳이다.

이빌립 목사는 "중요한 것은 북한이 열리면 15-30만 명으로 추정되는 지하교회 성도들을 단기간 내에 개혁주의 신학에 근거한 신앙인·전도인·사역자로 훈련시키는 것"이라며 "시·군·읍·노동자구 등 중요 지역에 선교센터를 세워 성경학교를 운영해 이를 통해 각 지역에 세워질 교회 지도자들을 양성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회장 이동주 교수가 인사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회장 이동주 교수가 인사하고 있다.  

이 목사는 "이 센터처치는 남한 사역자, 디아스포라 사역자, 외국인 사역자, 통일민 사역자가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과 함께 사역하며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 전략과 자원을 공유하게 된다"며 "북한 어린이들과 노인들을 돌보는 교육 의료 사역을 병행하고, 이를 위해 예비된 NGO 사역자들과 팀 사역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또 "각 지역 센터처치를 중심으로 은사와 달란트대로 교육과 복지, 비즈니스, 의료와 전도 등 '팀 선교'를 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한국교회 초기 선교사들처럼 지역 분할 선교를 해야 한다. 교단별·교회별로 어떻게 분할 선교를 할지 논의할 컨트롤 타워가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북한교회 개척에서 탈북민(통일민) 사역자의 역할을 중시해야 한다. 탈북민 사역자들부터 북한 207여 개 시·군 지역을 분할해, 한국교회 사역자들과 센터처치를 세우고 복음을 전할 준비를 해야 한다"며 "탈북민 사역자들은 모두 평양에 가서도 안 되고, 고향으로만 가서도 안 된다. 성령으로 기도하며, 하나님께서 인도하시고 정해주신 곳으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5만여 곳으로 추정되는 한국교회는 75년 전 6.25를 전후해 월남한 10만여 명의 실향민 성도들에 의해 부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한국교회와 해외 한인교회들의 오랜 숙원인 북한교회 개척은 하나님께서 친히 하실 것이다. 교회인 우리는 하나님의 주권과 말씀을 생명처럼 믿음으로, 하나님께서 행하실 일을 소망으로 바라보며 그분의 인도하심을 따라 북한선교를 잘 준비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북한 땅·사람과 긴밀 접촉점 있는
탈북민 활용해 분립개척 형태로
교회가 교회 세워야 에너지 절약
현장과 영혼들에 모든 관심 집중
탈북민들, 북한 남은 가족들에게
떡과 복음 전해, 이들이 개척멤버

이후 정형신 목사(뉴코리아교회)가 '북한교회 개척 준비와 기도: 땅과 사람을 중심으로'라는 제목 아래 북한교회 개척을 위한 준비로 남한 땅에 이미 존재하는 '탈북민 교회'의 중요성을 제기했다.

정형신 목사는 "북한교회 개척 멤버는 북한교회의 핵심인 북한의 땅·사람과 긴밀한 접촉점이 있거나 접촉점을 만들 수 있는 탈북민이 돼야 한다"며 "북한교회 개척은 단순한 선교사 파송 형태가 아니라, 말 그대로 북한 땅에 교회를 세우는 분립개척 형태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정 목사는 "이 분립개척 멤버는 그 자체로 자립교회여야 한다. 북한교회 개척은 한마디로 교회가 교회를 세우는 것"이라며 "초기 운영을 위해 무리한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된다. 철저히 현장과 영혼들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도록 준비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정형신 목사가 강의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정형신 목사가 강의하고 있다.  

아내가 탈북민이라는 그는 "탈북 후 복음으로 변화된 가족들을 통해 북한에 남은 가족들에게 떡과 복음이 전해지고 있다. 몇몇 선교단체들은 북한 가족에게 생활비를 지원하고, 전화가 연결됐을 때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하고 있다"며 "북한 땅에서 미리 준비되는 이들은 후일 북한에서 세워질 교회의 최고의 현지인 개척멤버이자 리더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목사는 "이 땅의 탈북민 교회는 북한에 세워질 교회의 전 단계이면서, 북한 땅에 세워질 교회 구성원들을 미리 준비하는 곳"이라며 "북한교회 개척 후에는 단순히 교회 건물 하나가 아니라, 마을 전체를 품어야 한다. 건강한 교회는 지역 문화를 바꾸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마을 전체가 주님께로 돌아올 것을 기대하고, 그런 마을이 북한 전역에 구석구석 생겨날 것을 꿈꿔야 한다"고 밝혔다.

앞선 1부 예배에서는 이승구 박사(합동신대 석좌교수)가 '북한 사역을 할 때 주의할 점(엡 1:10)'을 제목으로 설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