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 목사(전 미주장신대 총장)
(Photo : ) 김인수 목사(전 미주장신대 총장)

“하나님이 땅의 짐승을 그 종류대로, 가축을 그 종류대로, 땅에 기는 모든 것을 그 종류대로 만드시니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창세기 1:25)

 천적(天敵)은 먹이 사슬에서 잡아먹히는 동물에 대하여 잡아먹는 동물을 이르는 말인데, 천적은 생태계의 평형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구실을 하며, 병충해 예방에도 크게 이바지합니다. 쥐의 천적은 고양이라는 것은 다 알고 있습니다.

 필자가 살고 있는 LA 남부에 Catalina라는 작은 섬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섬에 살고 있는 사슴들이 수난을 당하게 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요즘(2024.6.) 이 섬 거주민들 사이에 사슴 문제로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사슴 숫자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이 섬에 사는 사슴의 천적은 퓨마, 늑대, 곰 등인데 이 섬에 이런 천적이 없어서, 사슴들은 마음 놓고 새끼를 낳아, 그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많은 사슴들이 이 섬의 고유 희귀식물들을 마구 뜯어 먹어 생태계에 교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섬의 90% 정도를 소유한 비영리단체 카탈리나 섬 보존위원회는 섬을 보존하기 위해, 사슴을 없애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슴들 때문에 이 섬에 본디 자라고 있는 고유의 식물들은 사라지고, 외래종들이 퍼지면서 산불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위원회는 섬의 생태계를 보존하고 후손들에게 섬을 안전하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사슴을 모두 없애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이 섬에 거주하는 4,000여명의 주민들 중 상당수는 사슴을 죽여야 한다는데 동의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사슴을 없애는데 헬리콥터에서 저격수들이 사살한다고 하므로, 이를 단호히 반대합니다.

 사슴을 살리기 운동 단체들은 섬 주민들뿐만 아니라, 동물보호단체 회원 수 만 명의 서명을 받아 LA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에 제출했습니다. 수퍼바이저 위원회는 2024년 4월, 만장일치로 사슴 공중 사살 방법을 반대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섬 보존위원회는 헬리콥터 사살 방법을 취소하고, 다른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지만, 가파른 협곡 구석구석에서 서식하고 있는 사슴들을 모두 포획해서 섬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담장을 쳐서 가둘 수도 없으니 공중 사살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섬에 사슴을 처음 방목(放牧)한 것은 약 100년 전으로, 18마리를 섬에 풀어 놓았습니다. 그때 들소, 돼지, 염소도 같이 들여왔는데 차차 숫자가 늘어나자 돼지와 염소는 모두 없앴고, 들소는 불임 수술을 시켜 숫자를 줄였습니다. 그러나 사슴은 그대로 방치한 결과 그 숫자가 너무 많아져서, 개체 수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카타리나 섬 사슴 문제를 보면서, 인간들이 야생 동물들을 함부로 이동시키는 것은 결국 인간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교훈을 줍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에는 초식동물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육식동물들도 있어, 균형을 맞추면서 유지되는데, 천적이 없는 섬에 사슴을 생각 없이 들여와서 오늘의 문제가 야기(惹起:일이나 사건 등을 일으킴)된 것입니다.

  만약 사슴을 잡아먹는 천적 동물이 있었다면 오늘과 같이 사슴이 걷잡을 수 없이 번식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적당한 수가 유지되어, 사슴들을 없애야 하는 문제로 골치를 썩이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만약 이 작은 섬에 천적 동물이 서식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애초에 사슴을 들여 놓아서는 안 되는 것이고, 또 사슴이 수천 마리로 증가하기 전에 불임 수술을 한다든지 또는 다른 방법으로 숫자를 조절해야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를 인위적으로 변경하면 반드시 인간을 괴롭히는 문제가 따라 오게 되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면 인간들의 삶이 풍요로워 지지만, 거역하면 재앙을 만나게 됩니다.

 골치 아픈 이 섬의 사슴들을 깨끗이 없앨 수 있는 한 가지 묘안이 있기는 하네요. 카타리나 섬에 많은 한국 사람들을 들여보내 사슴을 마음대로 잡아 가라고 하면 어떨까요? ㅎㅎㅎ 샬롬.

L.A.에서 김 인 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