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편집부에서는 은퇴하신 목사님들을 중심으로 대담 자리를 마련하여, 은퇴 이후의 사역과 삶, 그리고 목회 사역의 노하우를 후배 목회자들에게 전달 및 전수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라며 일선 목회에서 존경 받았고 지금도 존경 받고 있는 분들을 모시는 인터뷰로 진행합니다. 오늘의 초대석에는 달라스 뉴송교회를 이끌었던 박인화 목사님을 모시고 대담을 나눕니다.
박인화 목사, "재생산 제자 사역" 본격 전개
은퇴 후 더 바빠진 하나님의 사람,
재생산 제자 훈련과 교육 사역에 올인 (all in)과 몰입 (think hard)
[편집장] 바쁘신데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목회 현장에 있을 때 보다 더 바쁘신 사역을 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박인화 목사] 평신도 활성화를 위해 전개해 왔던 재생산 제자 사역을 지금은 다양한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습니다. 목회 현장에서 쌓은 경험이 큰 자산입니다. 뿐만 아니라 도슨 트로트맨의 <재생산을 위한 출생>에서 많은 임팩트(impact)를 받았습니다.
성경에 보면 가정에는 아이, 청년, 아비가 있는데 (요일 2:12-14) 아이는 주로 받기만 하죠. 내가 누군가의 관심과 관리만 받는다면 그 사람은 아이입니다. 청년은 정열적이고 활동적이지만 아직 성숙한 단계로 더 나아 가야죠. 고린도전서 4장에 보면 고린도 교회가 선생은 많은데 아비가 없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고전 4:15-16 ). 아비는 자녀를 낳고 키우는 사람입니다. 교회에서 가르치는 사람은 많지만 자녀를 낳아서 키우는 아비의 심정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재생산 제자화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 것입니다.
그리스도 사역의 본질
한창 COVID-19이 성행하던 시기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수요예배 시간을 재생산 제자 훈련과 사역 (이하, 재생산 사역)으로 전환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여러 기수를 배출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단점과 문제점들을 보완하면서 놀라운 열매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사역을 진행하면서 공황장애까지 겪는 난항을 겪기도 했지만 더 기도하게 하셨고 전념하게 하셨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주목받기 시작하면 성공한 목회다 그러지만 예수님은 12제자를 부르기 전에 밤을 세워 기도를 하셨습니다. 그만큼 제자 양성을 위해서 그리스도께서도 상당한 시간과 헌신을 우리에게 보여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재생산 사역에 놓여져 있는 목회 철학은 그리스도께서 본을 보여주신 것을 적용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편집장] 뉴송교회는 남침례교단의 T4T(Training for Trainers: 재생산 훈련자 훈련)를 이민교회에 맞는 방법으로 적용하고, NINM(No Intern, No Ministry)를 강조해 오셨는데요.[박인화 목사] 다양한 양육 훈련이 있지만, 복잡한 단계별 훈련을 받지 않고도 바로 성경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을 양육하며 공동체를 세울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함께 훈련하면서 동시에 제자를 양육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곧바로 전도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이지요. 간단한 예로, 찬양팀의 경우 교회에 와서 오히려 이산가족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원리를 사용한다면 새로운 팀원은 실전 예배에서부터 회중들의 얼굴을 익힐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고 기성 팀원은 가족들과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효율성을 가진 예배가 될 수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양육의 목적은, 첫째 그리스도 안에서 온전한 삶을 살아가도록 돕고(골 1:28) 준비시켜서 교회 공동체와 세상을 섬기도록 하는 것이며(엡 4:12), 둘째, 끊임없이 복음을 전수하는 자로 세우는 데 있다(마 28:19-20, 딤후 2:1-2). 처음 교회에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감사하게 성도들이 잘 따라줬고 교회가 전도 체질이 된 것이지요.
[편집장] 한인 이민사회와 미국이나 다민족 문화에서의 사역적 측면에서 온도차는 어떨까요?
[박인화 목사] 목회 현장에서는 다양한 민족과 인종들을 만날 수 있었던 계기가 있긴 했지만,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목회를 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넓게 사역의 지경을 넓히지는 않았었습니다. 언젠가 지인 목사님은 영어에 능통하지 않은 한국인인데도 미국인들을 포함한 다민족 2세 목회를 하는 것을 보고 도전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COVID-19 때에 지역 경찰들과 소방대원들을 섬기는 사역을 하면서 하나님의 마음을 많이 알게 되었지요. 당시 경찰국장이 "사실 우리를 위해 기도한다는 사람들은 많지만 이렇게 직접 찾아와서 섬기는 사역을 하는 교회는 뉴송교회가 유일하다"고 눈시울을 붉힌 바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본'이 된 사역 따라가니,
사역의 지경 오히려 넓어져
예수님께서도 찾아오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공생애 기간 동안 복음과 함께 어느 곳이든 찾아 방문하셨습니다. 목회할 때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지만, 지금은 제가 그들을 찾아 나서고 복음을 전하는 사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역의 지경이 넓어지니 미국 커뮤니티에서 뉴송교회를 알게 되고 그 후로도 함께 교제를 가지며 서로 섬기는 사역을 진행한 것이 지금도 연결되고 있는 것이지요.
[편집장] 20년 이상 뉴송교회를 섬기면서 은퇴할 즈음까지 괄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면 가장 특징적인 사역은 어떤 것일까요?
[박인화 목사] 목회자들의 일차적 책임은 성경대로 살게 하는 인도자의 역할입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주님이시고 그분의 말씀이 여전히 우리의 일상에 효력을 가지고 있다면 (성도들이) 말씀대로 살도록 잘 인도하는 것이지요. 어느 권사님의 경우, 교회 생활을 오래 하셨지만, 제대로 성경공부를 해본 적도 없고 누구를 가르쳐 본 적도 없었던 분입이었습니다. 하지만 재생산 제자 교육에 참여하면서 본인 스스로 변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본격적으로 재생산 제자 교육에 열정을 가지며 제자들을 양성해 내는 것을 보고 하나님께서 하시는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지난 목회를 돌아보면서 교회 전체가 재생산 교육을 통해서 성도들이 스스로 신앙의 주역이 되고 능동적으로 교회를 섬기는 성숙된 모습으로 변해 간다는 것은 하나님 앞에 아주 감사한 일입니다.사실, 교회에는 너무나 사소한 모임들이 많습니다. 그러한 일들로 인해서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면 정작 하나님이 원하시는 신앙인으로 성장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목회자들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편집장] 목사님의 바쁘신 목회 기간 중에도 저서를 출간하셨는데, 실제 목회적 경험과 재생산 사역을 위한 것인가요?[박인화 목사] 네, 맞습니다. <하나님의 방법은 사람>이라는 책은 미국으로 건너온 과정, 그곳에서의 생활, 충격적인 결혼 스토리, 그리고 어려운 미국에서의 결혼생활 중 맞이한 극적인 사건과 그 과정에서의 그리스도와의 만남, 그리고 목회를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이 상세히, 그리고 솔직한 말로 써내려간 책입니다. <목회서신>이라는 책은 팬데믹 기간에 움츠려진 교회와 성도님들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따뜻한 손길을 전하고 싶었던 목자의 심정을 담은 책입니다. 자신을 과거나 코로나 바이러스 피해자로 생각하지 말고, 하나님께서는 다른 기회를 준비하고 계신다는 믿음과 은혜를 간직할 수 있는 글이지요.
교회, 본질 놓치지 말아야,
[이창한 편집장] 온라인 시대의 교회가 주의해야 할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박인화 목사] 요즘은 편리를 추구하는 시대입니다. 온라인 예배는 애초에 임시방편으로 시작된 것이 이제는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현장 참여 예배에 비해 온라인 예배에서만 활동하는 성도들의 영적 활동의 체감도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어서 교회가 (성경적인) 본질을 놓치지 않고 복음을 듣고 구원받는 일들이 연속되어야 하겠지요. 하나님과 연결되고 하나님의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 가장 본질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편집장] 현역보다 화려한 은퇴 사역이 되고 있는지요? 목사님의 일상은 어떠신지요?
[박인화 목사] 사역하는 동안에는 설교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웃음).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겪는 고충입니다. 은퇴한 이후에는 부자가 가지고 있는 요소 중에 시간 부자가 된 셈이지요. 많은 일정이 있지만 하루의 시작인 새벽 시간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모든 시간의 첫 시작을 하나님과 함께 시작하려는 저만의 결단입니다. 이것은 건강도 따라 줘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주중에 한 번 경찰서나 소방서에 가서 그들과 교제를 함께합니다. 채플린 교제 (Chapline breakfast) 시간을 보내며 커피나 식사를 함께하지요. 그리고 미국 지방회 목회자 조찬모임(Pastoral Care)에 참석하기도 하는데요, 여러 목회자들과 함께 교제를 나누고 기도 제목을 서로 나누기도 합니다.
[편집장] 은퇴하면서 목회하셨던 뉴송교회와는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요?
[박인화 목사] 한마디로 (성도들을) 만나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자녀들의 결혼식이나 함께 신앙생활했던 성도님들의 장례식 참석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현 담임목사를 위해서도 그렇고, 교인들의 신앙생활의 안정을 위해서도 그게 옳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서운해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은퇴 후에는 성도님들을 의도적으로 거의 만나질 않죠. 후임 목회자에게 조금이라도 걸림돌이 안 되어야 하겠지요.
제 아내가 은퇴 시점에 암이 발견되어 거의 일년 넘게 항암 치료를 받았습니다. 저희 부부는 은퇴 후 IMB 선교사를 지원하고 파송 받으려 준비하고 있었지만 아내의 치료에 전념하였고 지금은 하나님의 은혜로 완쾌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내의 치료 과정을 겪으면서 많은 것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다시 본격적인 재생산 제자 교육 사역을 시작하다 보니 하나님께서 사역의 방향을 다시 잡게 하시고 이전보다 더 사역의 지경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감사한 일이지요.
[편집장] 목사님의 향후 사역의 방향과 계획이 어떤 것이 있는지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인화 목사] 바울이 마게도냐에서 처음엔 아무도 몰랐지만, 기도 처소를 가다가 루디아를 만나서 빌립보 교회가 세워진 것처럼 적극적으로 사역을 하다 보면 모두가 초연결되는 기적이 생기는 것이지요. 지금은 이전 보다 더 역동적인 사역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부탄에 가서 복음을 전하고 오기도 했습니다. 비대면(온라인)과 대면적 사역을 균형 감각을 가지고 사역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입니다.
이 사역에는 한국 목회자와 미국 목회자 모두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사역하셨던 것처럼 제가 먼저 연락하고 찾아가려고 합니다. 뉴송교회에서 하던 사역의 패러다임 전환은 마치 육군에서 해군으로 보직이 변경된 것이지 복음을 전해야 하는 사명이 바뀐 것은 아닙니다. 여러 기관, 다양한 민족을 적극적으로, 그리고 살아 움직이는 복음 사역과 재생산 제자 사역이 되는 것이라 믿습니다. 이러한 재생산 제자 사역 훈련에 성경적인 목회와 제자 훈련을 받고 또 교회의 리더가 되고 싶은 소원이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전도가 습관, 하나님 쓰시는 그릇,
[편집장] 후배 목회자 세대를 위해서 말씀해 주세요.
[박인화 목사] 우리는 모두 부족합니다. 예수님께서도 부족한 제자들을 불러서 사용하셨습니다. 교회 안에 너무 많은 봉사와 모임으로 성도들을 교회 안에 가두지 말고, 그들의 대사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회와 목회자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렇게 되면 성도들의 기도가 뜨거워지고 간절해지기 마련입니다. 지역사회를 섬기고 활동 범위가 확대된다면 칭찬받는 교회가 됩니다.저는 운동하러 LA Fitness에 갑니다. 제게 그곳은 황금어장입니다 (웃음). 전도의 현장이 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복음은 필요하며, 복음을 전달하고 선포하는 곳에는 기적이 일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전도에 대한 열매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도는 습관이 되어야 하며, 훈련을 통해서 가능한 일입니다.
후배 목회자들이 어려운 시기에 움츠리지 않고 여러 면에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당부라면 당부겠지만, 우리는 복음에 빚진 자들입니다. 그 빚을 갚으려면 복음을 전해야 하는 것입니다. 목회자가 전도하지 않으면 성도들은 절대 전도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모든 환경을 불문하고 복음을 선포하고 전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