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전쟁 돌풍에 확장 재개봉, 역주행 조짐
백선엽·이인수·황장엽 인터뷰, 사료 가치도
'가슴으로' 연기해 달라는 감독 요청에 수락
승만의 고뇌와 결단, 고국 향한 사랑 재현
집에 대한민국 제헌국회 기도문 걸어 놓기도  

가히 '이승만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이승만 대통령을 다룬 영화 <건국전쟁>이 누적관객 수 100만을 눈앞에 뒀고, 또 다른 영화 <기적의 시작>도 역주행을 시작했다. 각종 미디어에서도 '이승만 바로보기'가 뜨겁다.

<탐라의 봄>을 연출한 권순도 감독의 <기적의 시작>은 건국전쟁보다 앞서 지난 10월 개봉됐다. 당시 상영관은 단 두 곳. 하지만 건국전쟁의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지난 22일 전국 확장 재개봉에 돌입했다. 백선엽 장군, 이 전 대통령의 양아들 이인수 박사,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등의 실제 인터뷰가 담겨 작품의 객관성을 높이고, 그 자체로 역사적 사료(史料)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다큐멘터리 형식을 고집한 <건국전쟁>과 달리, <기적의 시작>은 극중 배우가 이승만 역을 맡았다. '국민 배우' 임동진 목사는 이승만 대통령의 고뇌에 찬, 그러나 결연한 모습을 연기했다. 공산주의와 공존을 용납할 수 없음을 외치는 이승만의 '애국선언'은, 임 목사의 역사인식과도 맥을 같이했기에 호소력이 짙었다.

1944년생으로 공산당의 박해와 월남, 6.25, 4.19 등 '이승만의 시대'를 온 몸으로 겪었던 임 목사는 그간 이승만을 매도하는 세태를 보며 울분에 차 있었다. 26일 극동방송 사옥에서 만난 그는 "이 대통령을 생각하면 저희 세대는 가슴이 저며 온다. 독재자, 친일파, 매국노? 본질을 왜곡하고, 그분을 너무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제가 이승만 대통령과 '비주얼'이 달라 배역을 사양했더니, 감독은 이승만을 '가슴으로' 표현해 달라고 했다. 그 말에 시대의 역사를 바로잡는 데 조금이라도 힘이 되길 바라며 출연을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크리스천투데이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친일·매국·독재? 왜곡이 점점 사실처럼..."

-영화 <기적의 시작>에서 이승만 역을 맡게 동기가 무엇인가.

"'이승만 대통령' 하면 저희 세대는 그분을 그렇게 보냈다는 사실에 괜히 가슴이 저며 온다. '친일파, 매국노, 독재자'는 본질을 왜곡하고, 그분을 너무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이념의 차이가 시대를 지나며 왜곡을 사실로 만들고, 역사에서 '지우기'를 한다는 우려가 크다. 권순도 감독이 제게 이승만 역을 제안했을 때, '저는 그분과 골격도 비주얼도 다르다'고 사양했다. 그랬더니 '가슴으로, 가슴으로' 이 대통령을 표현해 달라더라. 저는 늘 가슴속에 '이 대통령은 이런 마음이셨겠구나'라고 생각해 왔기에, 그 요청을 피할 수 없었다.

어린 나이에 6.25전쟁, 1.4후퇴, 9.28서울수복을 다 경험했다. 이 대통령은 북진통일을 그때 이루지 못한 것을 평생 한으로 삼으셨다. 그가 독재자가 되려 하셨던 것이 아니지 않은가. 독재자는 남침했던 김일성이다. 대한민국은 제헌국회에서 기도로 시작한 나라이고, 그 기도문이 제 집에도 걸려 있다. 시대의 역사를 바로잡는 데 조금이나마 힘이 된다면 하는 마음이다. 이전에 건강이 좋지 않아 몇 번을 쓰러졌었는데, '아직 날 숨쉬고 걷게 하시는 것이 이렇게 쓰시기 위한 하나님의 뜻이 있구나' 생각이 든다." 

다큐멘터리 영회 <기적의 시작>에서 이승만 건국 대통령을 열연한 임동진 목사
▲다큐멘터리 영회 <기적의 시작>에서 이승만 건국대통령을 열연한 임동진 목사. ⓒ기적의시작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부담은 없으셨나. 

"전혀 없었다. 제가 청춘은 아니지 않나(웃음). 정치할 사람도 아니고. 우리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자유시장경제로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아는 국민이라면, 저렇게 불의한 이념으로 모든 것을 어깃장 놓을 수는 없다. 저는 가끔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낀다."

"출국 시 트렁크 4개뿐... 고국 그리던 그가 독재자?"

-<기적의 시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이 있나.

"첫 번째는 '애국선언'을 하는 장면이다. 공산주의는 사람을 통제하고 고귀한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의 본성을 박탈하기에, 용납할 수도 공존할 수도 없다는 메시지다. 지금 과연 공산주의 국가가 몇 개인가. 중국, 베트남, 쿠바, 그 중에서도 북한식 공산주의는 전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또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 후) 하와이에서 부인 프란체스카에게 '저 바다 건너 대한민국 땅에서 죽고 싶다'고 하시던 모습이다. 이 대통령이 아들 이인수 박사에게 '누가 대한민국의 통일을 위해 일하고 있느냐'고 물으셨을 때, 아들이 '많이들 생각하고 있다'고 하자 '생각만 하면 뭐해? 이승만이 한바탕 했으면 누가 이어서 한바탕 해 줘야 할 것 아냐'라고 하시는 대사가 있다. 또 '내 소원은 백두산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하셨고, 운명 직전 갈라디아서 1장 5절 말씀으로 '다시는 우리 동포들이 종의 멍에를 메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하셨다.

고향이 그리워 '동태국, 김치찌개, 된장찌개' 노래를 부르시며 위안 삼으셨다. 독도도 그분이 지켜내셨다. 이 대통령이 한국을 떠나실 때 트렁크 4개가 전부였다. 그런 그가 어떻게 독재자란 말인가. 하와이에서 고국으로 돌아가려던 날 한국 정부에서 막았고, 그러자 쓰러지셔서 줄곧 병상에 누워계시다 돌아가셨다. 누가 저보고 '천국에 가서 이 박사님 만나면 뭐라 말할래' 묻더라. 무슨 말을 하겠나, 그냥 품에 안겨 울고만 싶다."

-목사로서 '신앙인 이승만 장로'를 평가하신다면. 

영화 <기적의 시작>에서 이승만 건국 대통령 역을 열연한 임동진 목사
▲다큐멘터리 영화 <기적의 시작>에서 이승만 건국대통령 역을 열연한 임동진 목사. 그는 "천국에 가서 이 박사님을 만나면, 그저 품에 안겨 울고만 싶다"고 했다. ⓒ송경호 기자


"이승만 대통령은 하나님께서 세우셨다. 대한민국을 위해 사시다가 대한민국을 위해 떠나신 분이다. 부귀영화를 누려 보신 적 없는 분 아닌가. 조지워싱턴대학, 프린스턴대학, 하버드대학에서 공부했던 것도, 그 당시 미국에선 이름도 모르는 나라 조선인에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겠나. 그분의 일념은 오직 대한민국, 조선이었다. 기도로 시작해 기도로 마감하신, 이 민족을 위해 하나님께서 세우신 선각자다. 

'목사는 기도만 하라'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절대 그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가 루터대 신대원을 나왔는데, 루터도 기도만 한 사람이 아니다. 당시 최고의 권력기관이었던, 왕도 좌지우지하던 교황청을 상대로도 싸웠다. 그래서 종교개혁이 일어나지 않았나. 어떤 사람들은 '교회가 정치에 관여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구약의 역사는 뭔가? 선지자들이 전부 이스라엘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지 않았나. 잘못된 정치에 대해서는 잘못된 것이라고 외칠 수는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저는 광화문에도 열심히 나갔고, 태극기 들고 애국가를 부르면서 1인 시위도 해 봤다. 오는 3.1절에도 나가려고 스케줄 조절 잘 하고 있다."

"문화전쟁 시대, 부딪히고 바로잡아나가야 "

-같은 이승만 영화인 <건국전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

"<건국전쟁>을 보고 나서 매일 '이 영화가 잘 되게 해 달라'는 기도가 나왔다. 많은 관객이 <건국전쟁>을 찾으면, <기적의 시작>도 더 힘을 받아 사랑받지 않을까. <기적의 시작>을 보고 눈물 흘리신 분들이 많았다. '그동안 현충원에 가면 박정희 대통령의 묘를 먼저 찾았는데, 이제부터는 이승만 대통령에게 먼저 인사드리겠다'는 역사학자도 있었다. <기적의 시작>에는 <건국전쟁>에서 느낄 수 없는 은혜가 있고, 그 영화에서 소개되지 않은 부분도 많다."

-월남, 6.25 전쟁, 이승만 통치를 다 겪어 보신 세대로서,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정확히는 엄마 등에 업혀 넘어왔다(임 목사는 함경남도 홍원 태생이다). 외할아버지가 '우리는 땅 때문에 힘들지만, 너희는 (공산당을 피해) 빨리 내려가라'고 하셔서, 8.15 해방 이후 내려왔다. 후배 세대들에게 '역사를 정확하게 공부하라'고 하고 싶다. (부패한) 왕정시대를 마감케 하신 분도, (미국의 반대에도) 한미동맹을 지켜내신 분도 그분이다. 오직 나라를 위한 삶이었다. <건국전쟁>도 <기적의 시작>도 2편이 나온다고 한다. 문화전쟁 시대다. 계속 부딪히고 깨우치고, 바로잡는 일을 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