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미션대학교 윤임상 교수
(Photo : 기독일보) 월드미션대학교 윤임상 교수

독일의 잉게 숄(Inge Aicher-Scholl 1917 – 1998)이 쓴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란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의 동생들인 한스 숄(Hans Fritz Scholl, 1918-1943 과 소피 숄(Sophia Magdalena Scholl, 1921-1943) 남매의 실화를 담고 있습니다. 한스와 소피는 당시 독일의 뮌헨대학을 중심으로 조직된 ‘백장미단(White Rose)”의 중심인물 들이었습니다.

이들의 목적은 나치 정권의 비인간적인 불합리에 저항하며, 그들의 허위와 만행을 대중에게 고발하기 위해 활동하던 비폭력 저항 그룹이었습니다. 한스와 소피는 결사적으로 투쟁을 하다 결국 게슈타포 나치 비밀국가경찰에 의해 며칠 지나지 않아 단두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소피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유난히 음악을 좋아했던 소피는 당시 갈기갈기 찢어져 상처 난 내면세계를 경험할 때면 작은 교회에 들어가 오르간 연주를 하며 하나님의 자연 세계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다시 한번 그녀가 삶의 질서와 의미를 되찾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녀가 사형선고를 받기 전 마지막 증언을 합니다. “우리가 말하고 행동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말한 것을 대신한 것뿐입니다. 그들은 다만 우리처럼 행동에 옮기지 못할 뿐입니다. 태양은 아직도 빛나고 있습니다“ 마지막 처형 직전 그녀의 부모가 면회를 와서 엄마 닥달레나 (Magdalena Scholl 1881-1953)와 나눈 마지막 대화는 우리의 심금을 울리게하는 짧지만 강렬한 가운데 복음으로 인한 소망을 확인하게 하는 명언이었습니다.

엄마가 소피에게 이야기 합니다. 예수를 잊지마라(don’t forget Sophia, Jesus) 그러자 소피가 응답합니다. “그래요 엄마. 엄마또한 잊지마세요 (yes, mother. but you neither) 1943년 2월 22일 오후 5시, 그녀는 오빠 한스와, 또한 함께 백장미단을 결성했던 크리스토프 프로스트(Christoph Probst, 1919-1943)와 셋이 단두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그 때 소피의 나이는 22살이었습니다. 그로부터 2년 후 똑같은 이슈로 나찌에 저항하며 히틀러 암살단에 가입해서 활동하다 붙잡혀 플로센뷔르크 수용소에서 교수형에 처했던 본 훼퍼(Dietrich Bonhoeffer, 1906-1945) 를 기억합니다.

그는 처형 직전 "죽음은 영원한 생명으로부터의 시작이다"라는 말을 남기며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그들이 목숨을 아끼지 않고 불의와 항거하였던 그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끊을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바로 알고 그 결정체인복음으로 인한 영원한 소망을 가지고 죽음의 두려움까지도 넉넉히 이겼던 신앙인들이었습니다. 

우리가 찬양하는 안템 가운데 마크 헤이스(Mark Hayes, 1953-)가 작곡한 "넉넉히 이기느니라(We are more than conquerors)"라는 찬양이 있습니다. 이 찬양은 롬 8장 37-39절을 텍스트로 삼아 세상의 그 어떤 조건,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고, 그것으로 우리는 넉넉히 이길 수 있다는 확신에 찬 어조를 음악으로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는 찬양입니다.

텍스트에 담긴 말씀은 사도바울 선생님이 고린도에 머물면서 당시 모든 문화, 정치, 경제의 중심인 로마에 바른 복음이 전파되어야 함을 알고 로마에 들어가기 전 로마에 올바른 복음의 진리를 교과서처럼 정리하게 된 것입니다. 마치 그의 마지막 유언장처럼 심혈을 기울여 쓴 중심 내용이 이 안템의 가사에 담겨있습니다. 

그것은 세상에 그 어떤 것들이 복음의 결정체인 하나님의 사랑에서 절대로 끊을 수없다는 것입니다. 이 신념을 통해 한스, 소피 남매, 그리고 본회퍼는 그들이 외치는정의와, 복음으로 인한 영원한 소망을 갖고 하나밖에 없는 생명까지도 넉넉히 이길 수있었던 것입니다. 

작곡가 마크 헤이스(Mark Hayes, 1953-)가 이 텍스트를 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강렬한 리듬, 오스티나토 기법 (Ostinato - 같은 형태의 리듬과 선율을 지속해 가는 음악기법)을 사용하여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해 그 모든 것을 "넉넉히 이기느니라"를 연신 반복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 곡의 깊이에 빠지게 되면 머리가 쭈뼛쭈뼛 서게 하며 가사가 주는 깊은 의미를 강렬하게 가슴에 담게 합니다. 마치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가 "내 주는 강한 성이요"처럼 이 곡은 복음의 혁명가로 불려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 십자가 복음으로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해 영원한 소망을 갖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이 믿음의 확신을 갖고 살아가되 우리가 분명히 기억할 것이 있습니다. 내가 하나님보다 앞서지 말아야 합니다. 김기석 목사님께서 자신의 저서 "버릴수록" 에서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개인의 안일한 행복을 위해 하나님을 동원하는 것이 아닌 하나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우리 자신을 바치는 길입니다."라고 쓴 말에 깊은 동의가 됩니다.

이 고백을 마음에 담고 "하나님 내가 아닙니다. 주님이십니다." 이 말이 우리 내면에 지속적으로 고백되는가운데 우리는 하나님이 주신 나의 것 가지고 열심히 일하며 하나님이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우리 자신을 하나님께 바쳐야 합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쓰임 받을 수 있는 재능이 비록 내게는 한 달란트가 되지 못하는 아주 보잘것없어 보일지라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