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 선동, 비과학적·비합리적
일본에 대한 악감정 자극과 선동
IAEA 뛰어넘는 과학적 연구 했나
한국 핵물리학 수준, 일본에 처져

지난주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한국을 방문해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와 관련된 공식 입장을 밝혔다. IAEA는 2021년 7월 총 11개국 원자력공학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후쿠시마 오염수의 ALPS 처리와 방류 영향에 대한 공동 연구를 수행했고, 지난 7월 4일 해당 연구 결과를 담은 종합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한국과 중국을 포함해 미국과 영국, 아르헨티나, 호주, 캐나다, 프랑스, 마셜군도, 러시아, 베트남 등 11개국 전문가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IAEA는 이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ALPS 처리 후 바다에 방류하는 조치가 태평양 해양환경 및 생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부 여당과 야당은 이 발표에 대해 서로 정반대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여당은 IAEA의 연구 결과를 신뢰한다는 입장이고, 야당은 IAEA의 연구 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각 정당이 각자의 정치적 스탠스에 따라 어떤 반응을 선택할 것인지는 명백한 정치적 자유이다. 다만 양 정당의 반응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는지 따진다면, 명백히 여당의 입장이 야당의 생떼와 억지 주장보다 훨씬 합리적이다. 

물론 IAEA의 발표를 수긍하는 여당의 입장이 무조건 진실이라고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현재 인류의 원자력공학 수준이 ALPS 처리된 오염수의 환경 영향에 대해 모든 것을 다 파헤칠 정도에 이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 집단의 보고서를 맹신하는 것은 그들의 학문적 권위를 맹신하는 전문가주의이거나 과학적 지식의 권위를 맹신하는 과학주의적 행태일 뿐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본다면 적어도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여러 나라의 원자력공학 대표 학자들이 함께 조사하고 발표한 내용을 근거로 삼는 여당의 입장이, 아무 연구 근거도 없이 그저 상대국 일본에 대한 반감 때문에 감정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야당의 입장보다는 훨씬 합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문제는 우리 한국 대중이 많은 연구 노력이 들어간 전문적이고 온건한 견해보다는 감정을 자극하는 자극적이고 극단적 견해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우리 한국 문화의 저변에 깔려 있는 폭력성을 잘 드러내는 단편이다.

우리 한국의 대화, 토론 문화는 기본적으로 유교의 권위주의적이고 차별적인 인간관에 기초해 정립된 것이다. 유교의 인간관은 모든 인간이 동등한 삶의 가능성을 갖는 것이 아니라, 각자 군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태생적으로 다르게 정해져 있다고 가르친다. 따라서 군주, 사대부, 그리고 선비의 견해에 반론을 제기하는 것은 금기시된다. 현재 586 꼰대 문화가 이 토론 없는 권위주의 문화를 이어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오염수
▲더불어민주당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국회 앞 결의대회 모습. ⓒ더불어민주당

실제로 한국에서는 불과 한 세기 전만 하더라도 일상생활에 평등과 상호존중이라는 것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집안에서 식사 시에 가정 내 지위에 따라 서로 상을 다 따로 두고 먹었고, 사회생활 중 상명하복의 위계질서와 주입식 가르침만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한국인들의 기본적인 세계인식 방법은 스스로 탐구와 고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남이 들려준 말 중 자신의 성미에 맞는 것을 맹신하는 무지하고 수동적인 방식으로 굳어져 버렸다.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와 해양 방류에 대한 야당의 입장은 일본에 대한 악감정을 자극하는 선동식 정치모략으로, 상명하복 문화의 한 현대적 변형태에 불과하다.

후쿠시마 원전 문제는 한일 양국의 역사적 대립과 상관이 없는 핵물리학적·생태학적 이슈임에도, 민주당 인사들은 상관없는 이 두 문제를 하나로 묶어 국민에게 자극적 정보와 메시지만 부각시키고 있다.

만약 민주당 측에서 지금과 같은 반대 입장을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것으로 입증하려면, 적어도 한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핵물리학 역량을 가진 일본 정부나 IAEA가 수행한 것 이상의 과학적 조사 및 연구 노력을 통해 일본 정부, IAEA, 그리고 정부 여당이 수긍한 처리후 오염수 방류의 숨은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찾아내야 한다.

현대 과학철학 이론의 한 주축을 이룬다고 말할 수 있는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 이론을 상기해 보자. 무수한 실험과 관찰을 통해 한 시대의 패러다임으로 정착된 이론은 적어도 후속 실험과 관찰에서 그 이론에 상충되는 현상들을 찾아내지 않는 한, 그 과학성을 부정할 수 없다.

만일 현재 민주당과 중국 정부가 견지하는 방류 반대 입장이 충분한 과학성을 갖추려면 현재 핵물리학계의 중론을 뒤집을 만한 현상의 수집과 이론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연구 인력과 설비, 재원이 소요될 것이다.

한국의 핵물리학 수준은 일본에 비해 몇 단계나 뒤처져 있다. 일본에는 한국에 존재하지 않는 고(高)에너지 물리 연구소와 양성자가속기를 가진 핵물리학 연구소가 존재한다. 일본 고에너지물리기구(KEK)와 양성자가속기연구단지(J-PARC)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에는 이 두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수준의 실험을 시도할 만한 시설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의 입자물리학, 핵물리학자들은 일본으로 건너가 공동 연구 형식을 빌려 이 두 시설을 어렵사리 활용하곤 하는 실정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원전 해양투기 반대 규탄 이재명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페이스북

국내 언론들은 근래 한국이 원자로 수출 강국이 되었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막상 이런 산업적 결실을 뒷받침해야 할 한국의 원자력공학 수준은 미국이나 일본, 그 외 원자력공학 선진국들에 비해 몇 수는 뒤쳐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의 특정 전문가나 정치인들의 말, 그것도 충분한 연구와 조사 노력 없이 다른 선진국 전문가들이 연구한 내용들을 일방적으로 거짓으로 치부하는 이들의 주장을 전 세계 어느 누가 인정하고 들어주겠는가? 우매하게 선동된 한국의 대중 외에 그들의 말을 받아들일 이들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과연 야당인 민주당이 이번 사안을 조사하기 위해 제대로 된 전문가 집단을 고용한 적이 있었던가? 아니면 합당한 연구 용역이라도 발주한 적이 있던가? 그에 대해 전혀 알려진 바 없다. 게다가 민주당은 이전 정권에서 집권여당 지위를 누리고 있을 당시, 후쿠시마의 처리후 오염수 방류에 대한 그들의 무지함 혹은 무관심을 만천하에 드러낸 바 있다.

文 정부 시절 오염수 조사 보고서
공개되자 부랴부랴 반대한다 성명
비전문성 아니면 직무유기 한 셈

2020년 10월, 한국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현황보고'라는 태스크포스 보고서를 발간해 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보고서 작성을 위해 원안위는 국내 원자력공학 전문가들을 소집해 일곱 차례의 전문가 간담회를 진행했고, 국제 기준인 유엔방사능피해조사기구(UNSCEAR)의 방법을 사용해 일본 해안가 인근 지역의 방사선 영향 평가를 실시했다.

그리고 그 결과 ALPS 처리된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우리 국민들과 한국 해양 생태계에 어떠한 유의미한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당시 원안위 수장은 정통관료 출신인 엄재식 위원장으로 민주당 측과 특별한 정치적 연관성이 없는 인물이었다. 따라서 이 보고서는 민주당의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주로 과학적인 관점으로 작성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 보고서가 제출되고 난 뒤 반 년 동안 청와대와 민주당 측은 보고서 내용에 관해 어떠한 코멘트도 내놓지 않았다.

그러다 2021년 4월, 국회에서 이 보고서 내용이 거론되자, 그제서야 문재인 정부는 국무조정실을 통해 부랴부랴 해당 내용이 보고서를 작성한 전문가들의 견해일 뿐이며 정부는 후쿠시마의 처리후 오염수 방류를 전면적으로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일은 당시 문재인-민주당 정권이 후쿠시마 이슈에 대해 무지했거나 무관심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드러내는 해프닝이었다.

전자였다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 측은 처리후 오염수 방류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에 반박할 만한 어떠한 과학적·지적 근거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후자였다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당장 그들의 당리당략에 보탬이 되는 사안이 아니라면 전면적으로 무시해버리는 정치집단이었다는 뜻이 된다.

그들이 밝힌 입장대로라면 후쿠시마 오염수 건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중차대한 위협이 될 일이었겠지만, 당시 청와대나 민주당 모두 이 사안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즉 문재인 정권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슈에 대해 비전문성을 드러냈거나 직무유기를 한 셈이다.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다. 그랬던 현재 야당 인사들은 최근 들어 당내에서 반복적으로 불거지는 비리 의혹과 도덕적 해이 등을 감추기 위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를 일생일대의 임무인 양 포장하여 떠들어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오염수
▲국회 로비에서 진행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밤샘 농성 모습. 당에서 공개한 사진을 봐도 참석률이 저조하고, 진지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구소련, 1966년부터 무려 30년간
처리도 않은 핵폐기물 몰래 버려
중국도 후쿠시마 50배 삼중수소
이러한 사실들 언급하기는 꺼려 

만약 민주당 측이 진정으로 동해 해양 생태계의 방사능 오염을 걱정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구소련 시절 러시아가 1966년부터 30년 가까이 울릉도 근해 등 동해상에 막대한 양의 핵폐기물을 몰래 버렸다는 사실을 함께 이슈화하지 않았을 리 없다. 러시아가 동해상에 버린 핵폐기물은 일본의 처리후 오염수와 달리 아무런 화학처리를 거치지 않아, 방사능 오염 위험도가 지극히 높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중국 측에서 매년 한국 서해에 배출하는 삼중수소 양은 후쿠시마의 처리후 오염수가 연간 배출하는 삼중수소 양의 50배에 달하는 수준이지만, 민주당 측은 이 사실에 대해서도 언급하기를 꺼린다.

결국 민주당은 그들이 정치적 모범으로 삼는 중국과 북한 정권과 관련된 해양 방사능 오염 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고, 오로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만 국가적 위기처럼 포장해 선동에 나서고 있다.

이로써 민주당 인사들은 정치의 과학적·사회적 전문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오로지 사회주의식 정치 모략에만 모든 힘을 쏟는 정치집단임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민주당의 모습처럼 과학적·합리적인 근거 없이 오로지 권력의 힘을 빌어 대중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자신들의 견해를 절대적으로 옳은 것으로 내세우는 행태는 후진국 정치의 전형적 양상이다.

우리는 이런 행태를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의 여러 독재국가에서, 그리고 중국과 북한 등의 공산국가에서 자주 목격한다. 종북·친북 인사들로 가득한 민주당 측이 이런 식의 정치모략을 즐겨 사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민주당, 이번 대응 통해 대한민국
삼류 정치 현실 집약해 보여줬다
허탈감과 환멸감 불러 일으킬 뿐

동일본 대지진과 그에 따른 원전 사고, 그리고 현재의 처리후 오염수 방류 결정 모두 우리 한국 국민들 입장에서 봤을 때 큰 불운이자 불행이다. 인접국 일본의 자연재해가 일본 정부의 관료주의와 도쿄전력 담당자들의 비전문성 때문에 대규모 환경재난을 일으킨 인재(人災)로 발전되었고, 현재 우리도 그 일의 여파 때문에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우리 국민들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대처 방식을 원망스럽고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일면 당연하고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이런 불안한 심리를 아무런 진정성 없는 정치모략으로 흔들어 혼란을 가중하고, 그것으로 특정한 정치적 이익을 얻어내려는 민주당 측 대처방식은 허탈감과 환멸감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이번 이슈를 통해 민주당은 대한민국 삼류 정치의 현실을 집약해서 보여주고 있다.

박욱주 박사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객원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