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해양 환경 영향 없다 판단
日 곧 방류 시작, 30여 년간 계속
韓 국민 80% 오염수 방류 반대해
진보 진영 정치집단은 광적 반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동맹 강화 일환으로 한일 외교관계 개선에 힘쓰는 가운데,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가 전국민적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발전소 부지 내 탱크에 보관해 왔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ALPS 처리를 통해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 뒤 후쿠시마 앞바다에 방류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IAEA에 전달했다.
IAEA는 과학적 기준에 맞춰 이 사안을 검토한 다음, ALPS 처리된 오염수 방류가 동아시아 해양 환경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리하여 일본 정부는 2023년 7월 초 현재 필요한 모든 조치를 마치고 곧 오염수 방류를 시작할 예정이다. 오염수는 향후 2051년까지 약 30여 년에 걸쳐 계속 방출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사안에 대해 일본 국내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주변국인 한국에서도 치열한 여론 공방이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의 원자력공학 전문가들은 오염수 방류가 한국 해양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거의 없다고 전망하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는 해당 사안이 우리 해양생태계 및 국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며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일본의 이번 조치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감정은 대단히 좋지 않다. 여론조사 설문 답변자의 80% 정도가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또 국내 수산물 업계와 염전 업계는 당분간 막대한 타격을 감내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야당과 시민단체 진영에서는 오염수 방류에 대해 적극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강력한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다.
일본의 이번 방사능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국내의 여론 공방에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오염수 방류가 실제로 한국과 일본, 그리고 주변국의 해양생태계와 국민건강에 미칠 영향이다.
공인된 원자력공학 전문가 집단은 대부분 이 일이 생태계나 국민 건강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IAEA의 현지 방문 조사 모습. ⓒIAEA |
어떤 원자력공학 연구자는 자신이 약 10여 년 전 발언했던 내용을 스스로 뒤집으면서까지 진보야당 세력과 시민단체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만, 대다수 원자력공학 연구자들은 학문적으로 검증된 데이터와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오염수 방류의 환경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IAEA나 원자력공학 전문가들의 판단이 정확한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정적으로 장담할 수 없다. 분명 방류되는 물은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적이 있고, ALPS 처리는 지금까지 인류가 방사성 물질에 대해 파악한 수준까지만 정화 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조차 알 수 없는 독소들이 오염수에 남아 해양생태계와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할 가능성이 전무하다고 확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현재 인류가 구축한 원자력공학 체계가 지니는 근본적인 한계이다.
진정 걱정된다면, 진지한 연구를
과학 탐구 원동력 대신 이전투구
진보 진영 무지성적 선동 일관해
中 미세먼지·삼중수소 언급 없어
그렇지만 인류가 그동안 축적한 원자력 관련 지식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한에서는 오염수가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과학적 접근을 포기하고 무지성의 감정에 판단을 내맡기는 것이나 다름 없다.
만일 진정으로 오염수 방류 문제가 걱정스럽고 의심된다면, 진지하게 이 사안에 관련된 학문적 통찰들을 참고하여 과학적 근거를 가진 판단에 이를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우리 사회에서 실제로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이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주체적인 지적 탐구를 통해 합리적 판단을 내리려 하기보다, 수동적으로 군중심리에 의존하고 편승하는 데서 안도감을 얻는 태도는 한국 집단주의 문화의 결정적 약점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국회 앞 결의대회 모습. ⓒ더불어민주당 |
ALPS 처리된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류는 현재까지 인류가 축적한 원자력 관련 지식 수준으로는 환경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다른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전무하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오염수 방류 문제에 쏟아지는 열렬한 관심은 해당 사안에 대한 중장기적 과학 탐구를 위한 원동력으로 전환돼야 하는데,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 문제는 거의 전적으로 정치적 이전투구의 구실로만 활용되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된 국내 여론 공방에서 주목해야 할 두 번째 포인트는 해당 사안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진보 진영 정치집단의 태도이다.
반일감정을 최대의 정치적 자산으로 삼는 이 집단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진보 진영 인사들이 이 사안을 처리하는 태도가 앞서 언급한 무지성적 선동이라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국회 로비에서 진행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밤샘 농성 모습. 당에서 공개한 사진을 봐도 참석률이 저조하고, 진지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
진보 진영 인사들과 단체들 가운데 오염수 방류 문제에 지적·과학적으로 접근해서 위험성을 알리려 하는 인물은 단언컨대 하나도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이쪽 진영에서 의존하는 것이 과거 자신이 밝힌 과학적 견해를 스스로 번복한 특정 원자력공학 전문가의 발언들인데, 상황에 따라 말이 달라지는, 학문적 양심이 결여된 인사의 견해에 의존해 자신들이 제기하는 의혹을 절대 진리처럼 주장하는 진보 진영 정치인들의 태도는 지성인들 입장에서는 꼴불견으로 비칠 뿐이다.
이 집단의 또다른 문제점은 우리나라 주변 오염물질 배출 국가들을 대하는 태도가 일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은 매년 중국발 공해인 미세먼지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아직 그 유해성이 밝혀지지 않은 일이지만, 중국발 미세먼지는 우리 국민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현실 그 자체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보 진영 정치인이나 환경단체 인사들 중 중국발 미세먼지의 문제에 대해 제대로 문제의식을 제기하거나 과학적 분석 노력을 단행한 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지금 오염수 방류 문제를 한일 외교의 최대 쟁점으로 몰고가는 야당 혹은 시민단체 인사들로부터 진정으로 국민 건강이나 수산업계의 피해를 걱정하는 진정성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우리 대한민국 생태환경과 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암담하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이재명 대표가 7일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뒤에 정청래 최고위원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조차 못하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정치선동 구실로 이용하는 이들이 향후 중국 동부 해안 원자력 발전소와 관련된 여러 현안들을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을지 지극히 의심스럽다.
중국이 한 해 동안 해양으로 방출하는 삼중수소 배출량은 현재 일본이 정한 ALPS 처리된 오염수 방류 연간 기준치의 50배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수 차례 감행된 북한 핵실험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한반도 전체에 직접적인 환경 재해를 초래하였다.
미국 핵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오염수보다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능 오염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는 사실을 누차 지적해 왔다. 하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이런 사실들을 언급하는 진보 진영 인사는 찾아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우리 정부나 정치권 입장에서 순전히 정치외교적 접근법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
일단 IAEA와 공인된 원자력공학 전문가들이 그 유해성이 미미하다고 판단하고 있는데다, 주변국들이 일본에 오염수 방류를 포기하도록 강제할 마땅한 수단이나 방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야당 인사들이 오염수 방류 문제를 정치쟁점화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이고,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방안이다.
다만 과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의구심, 그것도 진정성 없이 순전히 정치모략을 위해 제기하는 의구심을 토대로 대중의 선동에 몰두하는 태도는 그들의 정치적 아마추어리즘을 부각시킬 뿐이다.
▲라파엘 그로시(Rafael Mariano Grossi) IAEA 사무총장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와 지난 7월 4일(현지시간) 일본에서 만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일본 측의 계획을 종합 검토한 IAEA 보고서를 전달하고 있다. ⓒIAEA |
실리 추구하는 오염수 방류 대응
단기 국민 감정 부합하지 않지만
오염수 관련 가시적 문제 발생시
日에 실질적 양해와 협력 가능해
과거 보수·진보 정권 모두 수시로
반일감정 활용해 지지율 확보하다
외교 실리 포기했던 것보다 적절
日과 과학적 조사, 투명 전달 필요
오염수 문제와 관련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대응법, 즉 IAEA와 전문가 집단의 판단을 존중하면서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일본의 판단을 유보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단기적으로는 국민 감정에 부합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분명 현실적 외교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단 한미일 동맹 강화를 노려볼 수 있고, 향후 혹시라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가시적인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일본 측의 양해와 협력을 얻어내는 데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한일 양국 간 강대강 대립 국면이 지속되면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와 국민의 입장을 전적으로 무시한 채 오염수 방류 문제를 처리하겠지만, 양국의 협력과 교류가 강화되면 한국 정부 측에서는 오염수 방류 문제에 실질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 여당은 방사능 재해와 관련된 불안하고 우려스러운 사안을 마주하여, 현실적으로 한국 측의 외교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 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바다에서 현지를 바라보고 있다. ⓒIAEA |
이는 과거 보수·진보 정권 할 것 없이 지도부 인사들이 수시로 반일감정을 활용하며 국내 지지율 확보를 위해 장기적인 외교적 실리를 포기하기 일쑤였던 것에 비하면, 훨씬 정상적이고 적절한 판단이다.
다만 현 정권 지도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건과 관련해 외교적 실리를 취하는 대신 환경과 국민건강에 관련된 불안을 감내하기로 결심한 만큼, 지금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일본 정부와의 협력 하에 오염수 방류가 초래할 환경 영향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현 정권 지도부가 이 사안에 대해 진정으로 책임감 있는 자세를 견지하려면, 실제 오염수 방류가 미치는 영향을 포착하고 그것을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알리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이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과 관련해 북한과 중국 공산정권에 유리하게 선동과 모략을 시도하는 무지성의 국내 정치 세력에게 대응하는 가장 정당한 방안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박욱주 박사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연세대 연합신합대학원 객원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