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럴웨이제일장로교회 이민규 목사
(Photo : 기독일보) 훼드럴웨이제일장로교회 이민규 목사

순수함이란 무엇일까요? 어떤 대상을 향해 가면을 쓰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 대할 때 순수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신앙의 순수함이란 무엇일까요? 우리가 믿는 대상이 하나님이시기에 하나님을 향해 있는 모습 그대로 나아가 하나님만을 원하는 믿음을 순수한 신앙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자체가 부패한 죄인이기에 완전한 순수함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그 부패한 본성을 이겨낼 수 있도록 예수님 보혈의 은혜를 주셨기에 오늘도 우리는 순수한 신앙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성인이 되어서도 좋아하는 만화 중에 '플란다스의 개'라는 만화 영화가 있습니다. 유럽의 동화 이야기를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큰 화제가 되었던 작품입니다. 네로라는, 부모를 잃고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가난한 소년의 삶을 그린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그 마지막 회 장면은 아직도 제게 감동으로 남아있습니다. 

살던 곳에서 누명을 쓰고 추운 눈 오는 겨울에 집에서 쫓겨난 어린 네로는 성베드로 성당으로 뭔가에 홀린 듯 걸어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루벤스 화가가 그린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작품을 직접 눈으로 봅니다. 

평생에 이 그림을 보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눈보라 속에서 갈 곳이 없는 가난한 소년은 차디찬 돌바닥 성베드로 성당 안에서 그 그림을 마주합니다. 그리고 환한 얼굴로 웃고 기도합니다. "하나님 이제 저는 죽어도 괜찮아요. 왜냐하면, 그렇게 보고 싶던 루벤스의 이 그림을 보았으니까요" 

그 그림 속에는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그 제자들에 의해 내려지는 모습이 감동적으로 담겨있습니다. 어찌 보면 그는 그림을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 가난과 고통 속에서 사랑의 그리스도를 보고 싶었던 것일 겁니다. 어린 네로는 그 자리에서 그의 반려견 파트라슈와 동사합니다. 그리고 천사들이 그를 하늘로 데리고 올라가는 장면으로 끝을 맺습니다. 그것 하나 보기를 사모했던 어린 네로의 눈빛을 보며, 

저는 '순수함'이란 저런 것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나님 한 분을 뵈옵기를 원해 늘 갈망하는 신앙인의 삶이 저런 삶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가난해도, 어려워도 그분 한 번 뵙기가 소원이라는 그 순수한 갈망이 제 눈을 예수님께 향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