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북서부 가구 중 94% 피해
분쟁 12년째, 이미 정신건강 위기
아동 66% 자살 생각, 행동화 우려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은 "12년 전부터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달 북서부 대지진까지 겹친 시리아 아동들의 정신건강 위기가 우려된다"고 우려했다.

지난 2013년부터 시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동 중심 NGO 월드비전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지진 발생 전부터 시리아 북서부 대다수 어린이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에 시달리고 있었다"며 "대지진 여파로 아동과 가족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더욱 악화됐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드비전이 시리아 북서부 322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가구의 94%가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었고 51%는 집이 파괴됐으며, 82%는 임시거주지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42%는 지역 교육 시설이 손상됐다고 답했고, 이 중 84%는 지진이 자녀들의 교육 시스템 접근에 영향을 미쳐 아동 착취와 노동, 조혼 및 기타 아동이 직면할 위험이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실시한 연구에서는 응답 아동들의 66%가 생활 환경 전반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 시도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월드비전
▲시리아 북서부 지진 현장. ⓒ월드비전

2021년 시리아 이들립 지역에서 분쟁이 고조되던 시기 월드비전 파트너가 수행한 다른 연구에서는 해당 지역 18세 미만 국내 실향민 전원이 PTSD 증상을 나타냈다. 

월드비전에서 실시한 추가 연구는 많은 시리아인들이 의존해온 부정적 대처 방법들을 탐구했는데, 이는 자살 충동, 만성적 폭력, 조혼 및 아동 노동 증가 등이었다.

월드비전 시리아 대응 총 책임자 요한 무이(Johan Mooij)는 "대지진과 앞서 12년 간 이어진 분쟁은 눈에 보이는 피해뿐 아니라 정신적 피해도 심각하게 만들었다"며 "안타깝게도 시리아 북서부 아동들은 지속적이고 만연한 트라우마에 익숙하다"고 전했다.

월드비전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이러한 정신적 고통에 방치될 경우 정신건강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지진이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시리아 내 인도적 지원은 지난 12년 동안 복합 위기로 고통받아온 시리아 난민 가족과 어린이들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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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북서부 지진 현장. ⓒ월드비전

전문가들은 "시리아 북서부에 대한 모든 접근 경로를 개방하고, 긴급 대응을 위해 배정된 자금을 통해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이 길만이 아동들이 정신건강 위기를 극복하고 그들의 트라우마가 해결되도록 보장할 수 있다"고 촉구했다. 

월드비전 수석 정신건강 전문가 피오나 코이에트(Phiona Koyiet)는 "어린 시절 지속적으로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면 자살 충동, 공격적 행동, 다른 사람과의 관계 어려움 등 다양한 행동적, 정서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최근 대지진과 같은 사건에 따른 PTSD가 더욱 심각해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전 연구들을 통해 지진이 PTSD, 우울증, 불안 같은 정신질환 문제를 증가시킨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지진이 일어나기 전부터 시리아의 아동들은 스트레스 관련 정신장애와 인지장애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상황에 장기적으로 노출돼 있었다"며 "대지진 발생 한 달을 맞아, 인도적 지원 기관들은 아동들의 정신적 고통이 삶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막을 수 있도록 아동들의 정신건강 지원을 우선시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월드비전은 시리아·튀르키예 긴급구호활동을 위해 초기 한화 약 127억 원(1천 만 달러) 지원에서 상향 조정해 총 한화 약 635억 원(5천만 달러)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월드비전은 튀르키예의 가지안테프와 산리우르파, 킬리스, 아디야만, 하타이 지역, 그리고 시리아 북부 아자즈, 아프린, 이들립, 알레포 지역을 중심으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한국월드비전 홈페이지와 네이버 해피빈, 카카오 같이가치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