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연 다음세대교육위원장, 예장 합동총신 증경회장 최철호 목사 ©합동총신
한교연 다음세대교육위원장, 예장 합동총신 증경회장 최철호 목사 ©합동총신

통계청 발표는 우리를 참으로 슬프게 한다. 2016년 발표에 의하면,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가 25.6명으로 경제협력기구(OECD) 평균 12.1명의 2.4배에 달해 1위라는 것이다.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유명 인사들의 자실로 세상이 시끄러울 때, 교회가 지금까지 견지해 온 가르침에 대하여 사람들이 SNS를 통하여 격하게 반발한 적이 있다. 거기에는 목회자들도 포함 되었다. 지금까지 교회가 가르쳐온 바는, 자살은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임의로 끊는 것이므로 죄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자살한 자도 천국에 갈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자연스럽게 대두되는 것이다. 

이에 격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대략 세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자살하면 지옥 간다는 성경 구절이 어디에 있느냐는 반문이다. 지옥이라는 용어 자체가 사람들로 하여금 격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불행에 빠진 당사자나 유가족들을 위로해주지는 못할망정 몰인정하게 그런 저주스런 말을 꼭 해야 하느냐는 반론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고 따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살이 죄라는 주장은 나 자신마저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로마제국시대 기독교가 한창 박해 받을 때 숱한 여인들이 박해를 피하여, 그리고 정절을 지키기 위해 자결을 하였다. 이에 관하여 아우구스티누스는 그의 《신국론》을 통하여 아주 길게 자살에 대해 논증하는 그을 실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수많은 교회들이 사도 바울의 정통을 이어 온 인물로 추앙받기 때문에 그의 의견 또한 우리가 충분히 경청할 만하다. 그는 자살에 관하여 이렇게 말한다. 

"누구든 사사로운 권리로 사람을 죽일 수 없으며, 비록 자기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이라도 살해할 권리는 어느 법률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만 자신을 죽이는 사람도 살인자이고, 자신을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던 사안에 있어 본인이 무죄할수록 자신을 죽인다면 더욱 유죄한 처지가 되고 만다."(1.17) 

"율법서에 나오는 '살인하지 말지니라'(출 20:13)는 말씀을, 자살이 우리에게 금지되어 있는 뜻으로 알아들어야 할 것이다. 거짓 증언을 금지하면서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지니라'(출 20:16)고 한 말씀과는 달리 이 말씀에는 '네 이웃'이라는 구절이 첨가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1.20) 

"자살을 한 사람들의 경우 그들이 누구든 위대한 정신력을 두고 경탄할 수는 있겠지만 자살이 건실한 지혜에서 우러난 것으로 칭찬할 일은 못 된다. 그리고 주도면밀하게 사리를 따져 보아서, 누가 만일 어떤 역경을 견디지 못하거나 타인의 죄악을 견딜 능력이 없어서 자결하고 말았다면, 위대한 정신력이라는 이름도 걸맞지 않다. 자기 육신의 가혹한 예속이든 대중들의 어리석은 의견이든 이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그런 지성은 유약한 지성이라고 힐난 받으며, 위대한 정신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시련에 찬 삶을 피하거나 인간적 판단을 너무 크게 치기보다는 견딜 수 있어야 한다."(1.22.1) 

"(하물며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더욱 안 된다.) 성조聖祖들은 자살을 하지 않았고 예언자들도 하지 않았으며 사도들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 그리스도도, 만일 박해를 당하거든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도망하라고 사도들에게 권유했는데(마 10:23), 자살이 타당한 행위였다면 박해자들의 손에 닿지 않으려면 자기 손으로 자결하라고 권유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1.22.2) 

"여하튼 사람이 자신을 죽이는 일은 혐오스런 죄악이요 천벌 받을 범죄라는 것은 진리가 분명하게 밝혀준다. ... 구원을 얻는 참회의 여지가 전혀 없을 자살의 죄를 범하느니보다는 참회하여 용서받을 수 있는 파렴치를 범하는 게 더 흡족하지 않을까?"(1.25) 

"아무도 자기에게 자발적 죽음을 자초해서는 안 된다. 아무도 잠시 환난을 피하려다가 영원한 환난을 당해서는 안 된다. 아무도 타인의 죄 때문에 그것을 기화로 본인의 중죄를 범해서는 안 된다. 타인의 죄가 본인을 오염시키지 못한 이상, 또 아무도 본인의 지나간 죄 때문에 죽음을 자초해서는 안 된다. 참회함으로써 회복할 수도 있을 테고, 바로 그 죄를 참화하기 위해서라도 이 생명이 필요할 것이므로, 아무도 사후에다 거는, 더 나은 생명을 희구한다면서 죽음을 자초해서는 안 된다. 자기 죽음을 초래한 죄인들은 사후에 더 나은 생명이 거두어주지 않기 때문이다."(1.26) 

우리는 자살한 영혼을 불쌍히 여기고 그 가족들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위로해주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자살은 죄가 될 수 없다고 철석같이 믿고 격하게 반박하게 되면, 그것은 오히려 자살을 옹호하는 것이 되고, 더 나아가 자살을 조장하는 행위가 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