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원 교수협 "총추위,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 제기
"'이사회·총회 측, 특정 인사 내정' 소문... 결코 안 돼"
총신 특수성 감안해 교단 인사 배제 안 된다는 견해도
송태근 위원장 "의혹들 작용 안 되게 공정하게 진행"

총신대학교 새 총장 인선이 교단(예장 합동)과 총신대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학내에선 교단 인사가 총장이 될 경우 학교가 교단 정치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교단 목회자를 양성하는 총신대 특성을 감안해 교단 인사를 배제해선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법인이사 8명과 총회 임원 5명 등 모두 23명으로 구성된 총신대 총장후보추천위원회(총추위)는 5일 오후 서울 총신대 사당캠퍼스에서 첫 모임을 갖고 위원장에 송태근 목사(삼일교회)를 선출하는 등 본격 활동에 돌입했다. 앞으로 18일까지 총장 후보를 모집한 뒤,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 3인을 총신대 법인이사회에 추천할 예정이다. 지난 2019년 5월 25일 총신대 제21대 총장으로 취임한 현 이재서 총장의 임기는 오는 5월 24일까지다.

그런데 이날 회의가 열린 사당캠퍼스 종합관 1층 로비에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협의회의 '제22대 총신대 총장 선출에 즈음하여 드리는 글'이 붙었다.

신대원 교수협은 이 글에서 "총장 후보자를 선정하는 총추위 자체가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총추위원) 23명 중에 이사와 총회(임원)를 합치면 13명으로 과반수"라고 했다. 이들은 "총추위 구성을 보면, 이번 총장 선출은 총장 후보 추천부터 재단(법인)이사회가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너무나 분명하다"고 했다.

교수협은 "이번 총장 선출이 진정 총신대와 교단의 미래보다는 또 다시 정치판의 야합이나 혹은 대결 현장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결국, 교수나 직원 그리고 학생 대표로 나온 총추위 위원들은 들러리 역할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들은 이사회와 총회 측이 특정 교회의 한 목사를 차기 총장으로 이미 내정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면서 "이런 일은 결코 있어선 안 된다"고 했다. 교수협은 "총장은 학교라는 현장을 알아야만 하고, 교수와 직원, 학생들을 이끌어야만 하며, 그들의 지지를 받아야만 한다"며 "그렇기에 총신대 총장은 학교의 정체성을 고려하건대, 개혁신학으로 무장된 학자이자 목사이자, 난세에 지혜로운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리더여야 한다"고 했다.

반면, 지나친 정치적 결정만 아니라면 총장 선출에서 교단 목회자 자체를 배제해선 안 된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교단 신학교'라는 총신대의 특수성, 그리고 총장은 일반 교수와 달리 경영 능력 등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학적 소양과 교단·목회 현장을 두루 경험한 인물이 총장이 될 필요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총신대의 제22대 총장 초빙 공고에 따르면 총장 후보 응모 자격은 △예장 합동 소속 세례(입교) 교인 △1956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 △국가공무원법 제33조(결격사유) 각 호의 어느 하나에도 해당되지 않는 자다. 또한 아래 세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

△전·현직 정교수로, 교수(전임교원) 7인의 추천을 받은 자 △목사 안수 후 무흠한 20년 경과한 자로, 교수(전임교원) 7인의 추천을 받은 자 △개혁주의 신앙에 투철한 인사로 총추위 위원 3인의 추천을 받은 자다.

즉 총신대 교수가 아니어도 이 학교 총장 후보로 지원이 가능하다. 이에 총신대 교수는 물론, 그외 교단 목회자 이름이 차기 총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총신대 총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 송태근 목사가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Photo : 기독일보) 총신대 총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 송태근 목사가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한편, 총추위원장에 선임된 송태근 목사는 이날 총추위 첫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위원장이 뭘 결정하는 자리는 아니다. 23분의 (총추위) 위원들이 최대공약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잘 도와드리겠다"며 "일선에서 말하는 그런 계파나 한 개인의 고집이 작용되지 않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잘 섬기겠다"고 말했다.

특정 인사가 이미 총장으로 내정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런 의혹들이 전혀 작용되지 않도록 공정하게 진행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 총추위가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의견에는 "중간에 룰을 바꾼다는 건 혼란과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현 상황에서 건강하게 좋은 안들이 모아지도록 섬길 것"이라고 했다. 학생 등 학내 구성원들의 목소리도 잘 청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