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반정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최소 23명의 미성년자를 포함해 약 200명의 시위대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후,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이란에 대한 유엔 조사위원회 소집을 촉구했다.
지난달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란의 도덕경찰에 체포된 젊은 여성 마사 아미니(Mahsa Amini·22)의 사망으로 촉발된 이번 시위는 몇 주 동안 이어지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USCIRF는 14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이란 경찰이 9월 16일 '부적절한 히잡'을 착용했다는 이유로 아미니를 구금 및 살해한 후 이란인들은 히잡을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법에 항의하기 시작했고, 이란 당국은 평화적으로 시위하는 여성들을 잔인하게 탄압 및 체포하고 살해했다"고 규탄했다.
USCIRF의 누리 투르켈(Nury Turkel) 의장은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는 시위대를 상대로 이란이 과도하고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통탄할 만한 국제법 위반이며, 이에 대해 완전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시위대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종교의 자유를 추구하는 이란인들을 침묵시킬 수 없도록 바이든 행정부가 '유엔 이란 조사위원회'를 지원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USCIRF에 따르면, 이란의 탄압에는 지난 9월 30일 자헤단에 있는 마키 모스크를 떠나는 19명의 수니파 신자를 포함한 소수종교인들의 사망 사건도 포함돼 있다.
USCIRF 에이브러햄 쿠퍼(Abraham Cooper) 부의장은 "종교의 자유를 추구하는 이들을 억압하는 이란 보안관리들은 너무 오랫동안 책임을 지지 않았다"면서 "종교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고 있는 이란인들은 국제사회의 변함없는 지지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했다.
이어 "이란의 보안 관리들이 더 큰 종교의 자유를 촉구하는 호소에 폭력으로 계속 대응함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는 결정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글로벌 연합을 통합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이던스 패트롤'(Guidence Patrol)로 알려진 이슬람 공화국의 도덕경찰은 법 집행기관의 일부이며 이슬람 도덕을 존중한다.
아미니는 보자라 구치소에서 심문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머리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그녀가 자연사했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나다 알 나시프(Nada Al-Nashif)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대행은 앞서 그녀의 가족이 정의와 진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독립적인 권한이 있는 당국의 공정한 조사를 촉구했다.
유엔은 "아미니의 죽음은 도덕경찰이 최근 몇 달 동안 거리 순찰을 확대하면서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한 것으로 보이는 여성을 언어적·신체적으로 괴롭히고 체포함으로써 발생했다"고 밝혔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여성이 곤봉으로 구타당하고 경찰차에 던져지는 등 폭력적인 대우를 받는, 수많은 검증된 동영상을 접수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인터넷에 정통한 이란의 젊은이들이 그들의 싸움에서 침묵하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
이란 문제 전문가이자 이란 정권의 인질이었던 카일리 무어 길버트(Kylie Moore-Gilbert) 박사는 "이란의 두려움의 요소는 용감한 젊은이들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며 "이 세대는 이슬람 공화국 이외의 정부를 본 적이 없고,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Khamenei) 이외 지도자를 본 적이 없는 세대다. 정권 엘리트는 압도적으로 고령층이지만, 이란 인구의 60%는 30세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는 쿠르드족이 이란의 시아파 정권 하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이들에 속한다"며 "과거 보안군이 소수 쿠르드족의 소요를 진압한 지역에서 정부의 탄압이 특히 강렬했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에 발생한 전국적인 시위는 2019년 이란에서 발생한 반정부 봉기 '녹색 운동' 이후 최대 규모로, 당시 당국이 시위에 나선 이들을 진압하는 과정 중에 1,5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오픈도어가 매년 발표하는 기독교 박해국 순위에서 9위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