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부산 포도원교회에서 개회한 예장 고신(총회장 권오헌 목사) 제72회 정기총회 셋째 날인 22일, 총회 헌법개정위원회(헌개위)가 몇 차례 공청회를 거쳐 개정한 헌법을 이날 총회에 상정해 이에 대한 총대들의 가부 투표가 실시됐다.

▲국문학자의 자구 수정 ▲외부감사 ▲각 노회별로 문제가 되는 조항을 총회 종료 이후 헌개위에 통보하는 등 세 가지 조건을 전제로, 헌법개정안의 각 부별로 가부를 묻는 투표가 시행됐다.

헌법개정안의 각 부는 교리 표준-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관리 표준-예배, 관리표준-정치, 관리표준-권징, 관리표준-시행세칙으로 구성된다.

투표 결과 헌법개정안 가운데 '교리 표준-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부분은 찬성 142표 반대 212표로 부결됐고 나머지는 통과됐다.

교리 표준을 제외하고 통과된 나머지 헌법개정안의 각 부에서 주목할 점은 교회정치 분과에서 세습 불가 조항이 추가됐다는 것이다. 내용은 "위임목사 또는 전임목사가 은퇴할 시 그 자녀를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음을 원칙으로 한다"(제5장 목사 제50조 목사의 청빙 제5항)이다.

다만 통과된 개정안은 내년 봄 노회 수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때 각 노회에서 전 노회원의 3분의 2 찬성을 얻으면 내년 제73회 정기총회에서 채택 후 개정이 확정된다.

부결된 헌법개정안의 '교리 표준-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부분'에서 쟁점이 된 내용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34-35장 부분을 삭제하는 것이었다. 웨스트민스터 34장은 '성령 하나님', 35장은 '하나님의 사랑과 선교의 복음'이다.

헌개위는 "1647년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는 1-33장까지 있었지만 1903년 미국 북장로교가 34-35장을 추가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미국 북장로교는 알미니안주의 영향이 짙은 교단과의 합병을 위해 34-35장을 추가하도록 타협한 것처럼 보이고, 해당 장들은 '선택과 유기 교리'를 약화시킨 부분이 있다"며 "그래서 우리 고신교단으로선 없애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삭제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총대인 이세령 목사는 "위 내용은 당시 미국 장로교가 온 세계에 하나님의 사랑을 전파하기 위해 첨가한 것"이라며 "즉 이는 당시 미국 교회가 직시한 시대적 과제를 나름의 신학적 해석을 거쳐 도출한 신앙고백이다. 이처럼 당대 선교적 과제를 담은 이 고백을 왜 빼야 하는가. 만일 뺀다면 시대 퇴행적 결정이다. 오히려 시대적 과제를 생각한다면 조금 더 열려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헌개위 서기 김하연 목사는 "34장 성령 하나님은 다른 장에서 중복되는 부분이 있고 내용도 애매하다. 그리고 타협한 증거가 분명히 있기에 빼야 한다"며 "1-33장을 핵심 뼈대로 유지하되 앞으로 기후위기, 저 출산 문제 등 시대적 과제를 추가로 덧붙여야 한다"고 했다.

헌개위 위원장 김세중 목사는 교리표준 개정 과정에서 신학자 2명 중 1명이 중도 포기한 것에 대해서도 "교리표준을 개정하는 과정은 1년 안에 할 수 없고 폭넓게 오랜 시간 연구하는 것이 좋기에 한 분이 빠지게 된 것"이라고 했다.

경남노회 소속 목회자는 "교단 설립 30주년 당시 故 오병세 박사는 34-35장은 시대와 상관없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하셨다"며 "이후 1980년에 열린 제 30회 고신 총회에선 이 부분을 헌법에 넣자고 결정한 기록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