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소설도 유명하지만 영화로 세계적인 흥행을 일으킨 소설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가 있습니다. 이 소설은 20세기 최고의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명작입니다. 헤밍웨이는 스페인 내전과 1차 대전 종군 기자와 참전 군인으로 전쟁을 경험했습니다. 헤밍웨이는 자신의 전쟁 경험을 토대로 "무기여 잘 있거라!" 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남겼습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배경은 스페인 내전입니다. 스페인 내전은 1930년대에 새로 수립한 좌파 민주공화국 체제에 반발한 세력들이 연합하여 반란을 일으킨 자유전쟁입니다. 1936년에 발발한 이 전쟁에 헤밍웨이를 포함해서 조지 오웰, 생텍쥐페리, 앙드레 말로 등 다수의 작가들이 참전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헤밍웨이는 종군기자로 전투현장으로 갔습니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써서 내전이 끝난 다음 해인 1940년에 소설로 발표했습니다. 자신의 전쟁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작품에서 헤밍웨이는 전쟁의 잔혹성과 비인간성을 적나라하게 고발합니다. 다수의 비평가들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헤밍웨이의 작품 중에 가장 풍부하고, 가장 깊이 있고, 가장 진실한 소설이라고 평가합니다.
소설의 간략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스페인과 스페인 사람들을 유달리 사랑했던 로버트 조던은 미국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스페인 내전소식을 들은 로버트 조던은 휴직을 하고 참전했습니다.
로버트는 폭파병으로 배속되어 전쟁에 투입됩니다. 지휘관은 로버트 조던에게 다리 폭파를 지시했습니다. 이 작품은 로버트가 폭파병의 임무를 수행했던 3일 동안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로버트는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인근 민병대 게릴라 부대를 찾아갑니다.
로버트는 마드리드와 세고비아 사이 어느 계곡에 있는 다리의 폭파를 명받았지만 쉬운 임무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작전을 돕기로 했던 게릴라 부대장 파블로는 로버트의 작전에 비협조적이었습니다. 반면 파블로의 아내인 필라르와 다른 대원들은 조던의 작전에 동조했습니다.
이 게릴라 부대에서 로버트는 파시스트에 의해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고, 성적으로 유린당한 가련한 여인 마리아를 만납니다. 스페인 여인이었던 마리아는 까까머리였습니다. 로버트와 마리아는 첫눈에 서로에게 반합니다. 첫눈에 반한 이들은 전쟁터에서 사랑을 느끼고 그 사랑을 키워갑니다.
전쟁터에서 나누는 사랑은 전쟁터이기에 더 애틋하고 더 간절합니다. 전쟁터에서 예상치 못한 사랑을 만난 로버트는 마리아의 순수하고 애틋한 사랑으로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전쟁터에서 용기와 희망을 갖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사랑으로 로버트는 자기 임무에 애착을 갖습니다.
두 사람의 애타는 사랑은 부대장 파블로의 아내이자 여전사인 필라르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 아름답게 익어 갑니다. 필라르는 부대의 실질적 지휘관입니다. 필라르의 든든한 지원으로 두 사람의 사랑도 영글고 로버트는 마리아에게 작전이 잘 끝나면 마드리드로 가서 같이 살자고 합니다.
여기서 잠시 파블로 현실을 설명하고 지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는 역전의 용사입니다. 수많은 전투에서 많은 적군들을 물리쳤습니다. 그런데 전쟁 스트레스로 술주정뱅이가 되었고, 패배주의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는 사람들을 죽이며 죽음을 점점 더 두려워하는 겁쟁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는 더 이상 게릴라 부대 지휘관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그의 아내 필라르는 그가 더 이상 대장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파블로는 임무 하루 전에 폭파장치와 뇌관을 강문에 내 던져 버렸습니다. 파블로의 배신과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로버트 조던은 다리를 성공적으로 폭파합니다. 하지만 작전을 성공한 후에 말을 타고 후퇴하다가 적군 탱크의 공격을 받고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어 움직일 수 없게 됩니다. 로버트는 스스로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자신은 남아서 싸우는 동안에 아군이 후퇴하도록 엄호할 것을 계획합니다.
로버트는 마리아를 불러 눈물의 이별을 하며 마리아를 설득하여 일행과 함께 떠나보내고 그는 홀로 남아 적군을 기다립니다. 그는 아픈 다리로 사격을 하면서 동료들이 탈출할 시간을 만들기 위한 마지막 전투를 벌입니다. 마리아와 일행을 보낸 로버트는 마지막 순간까지 방아쇠를 당기며 죽어갑니다. 그는 생명을 바쳐 사랑하는 마리아와 아군들을 보호했습니다. 마리아와 전우를 위해 희생하는 로버트의 모습이 오랜 여운으로 남습니다.
이 소설의 제목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17세기 성공회 목사 시인 존던의 묵상집에 있는 말입니다. 존 던 목사가 자신의 투병기에 쓴 묵상집(Meditation 17)에 나옵니다. 17세기 영국 사회는 죽음을 소중히 여겼습니다. 누군가 사망하면 마을 교회 종이 울렸고 종소리가 들리면 누가 죽었는지 알아보았답니다. 존던 목사는 "묵상"에서 종이 울리면 누가 죽었는지 궁금해 하지 말고, 남의 종소리라고 여유도 갖지 말고, 자신의 종소리로 이해하라고 권합니다. 모든 사람이 종소리(죽음)의 주인이라는 말입니다. 소설 제목은 로버트의 생명을 건 마지막 전투의 의미를 묻습니다.
이 작품에서 몇 가지 교훈을 줍니다. 첫째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묻고 있습니다. 파블로는 죽음을 회피했습니다. 로버트는 당당하고 가치 있게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 것은 삶의 전반에 해당되는 기준입니다.
둘째, 이 작품은 이름에 걸맞게 살아가라고 권합니다. 대장 파블로는 전혀 대장답지 못합니다. 오히려 필라는 전사답습니다. 목사라는 이름보다 목사다운 삶이 더 중요합니다. 성도라는 이름보다 성도다운 삶이 더 중요합니다. 자신답게 사는 것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셋째, 이 작품은 사랑의 힘을 가르칩니다. 사랑은 위대하고 강력합니다. 사랑의 힘으로 전쟁도 죽음도 뛰어 넘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으로 맞는 죽음은 숭고하고 아름답습니다. 넷째, 이 작품은 타인을 위한 삶의 가치를 보여줍니다. 로버트 조던은 참전도 전투도 그리고 마지막 사격도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노력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