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는 독일의 소설가요 시인입니다. 그는 단편집, 시집, 우화집, 여행기, 평론, 수상(隨想), 그리고 편지를 모아서 엮은 서한집 등 다양한 글을 남겼습니다. 헤세의 주요 작품은 <수레바퀴 밑에서>, <데미안>, <싯다르타> 등이 있고, 헤세는 <유리알 유희>로 1946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1877년 7월 2일 독일 남부 시인의 고장 슈바벤 주 뷔르템베르크의 소도시 칼프에서 기독교 선교사이던 아버지 요하네스 헤세와 어머니 마리 군데르트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 요하네스 헤세는 에스토니아 출신으로 인디아에서 선교사로 활동했었습니다. 외가도 목회자 집안이었습니다.
헤르만 헤세는 1889년까지 실업학교에 다녔으며, 1890년 신학교 시험 준비를 위해 괴핑엔의 라틴어 학교에 다녔고, 주(州)에서 주관하는 기숙 신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해 신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당시는 신학교를 거쳐 목사가 되는 것이 엘리트의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유분방한 헤세는 신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했습니다. 신학교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탈주하기도 하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노이로제를 심하게 앓았으며 그는 시인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노이로제 회복 후 다시 고등학교에 들어갔으나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학당하고 서점 견습 점원이 됩니다. 그 후 한동안 아버지 일을 돕다 어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 시계공장에서 3년간 일하면서 문학수업을 했습니다.
헤르만 헤세는 반나치 운동을 하면서 독일 당국의 눈 밖에 나게 되고 문단과 출판계로부터도 미움을 받습니다. 이것이 헤르만 헤세가 떠돌이 생활을 했던 이유입니다. 헤세의 이력 중에 특이한 것은 그가 화가라는 것입니다. 그가 40세 되던 1917년에 정신과 의사의 권유로 붓을 들기 시작해 독학으로 300여 점의 수채화를 남긴 화가입니다. 그는 그야말로 다양한 삶을 살았습니다.
헤르만 헤세는 굴곡진 삶을 살았지만 그는 계속 성장을 꾀합니다. 아버지 죽음, 아내의 정신병, 자신의 병 등 위기에 처하자 정신분석학계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하여 이전과는 다른 작품을 쓰기도 했습니다. 자기실현을 위한 그의 변신은 1962년 8월 9일 그가 세상 떠날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헤세의 고뇌는 자전적 성장소설에 잘 나타납니다. 그의 첫 자전적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입니다. 헤르만 헤세는 이 작품에서 한스라는 소년을 통해서 자신의 고뇌와 갈등을 토해냅니다. 한스와 헤세의 삶을 비교하면 한스가 젊은 나이에 죽은 것만 빼면 두 사람의 삶은 거의 일치합니다.
<수레바퀴 아래서>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주인공 한스 기벤트라는 독일 시골에 사는 수재 소년입니다. 한스의 아버지 요제프는 중개업으로 갑자기 부자가 된 신흥 중산층입니다. 신흥 중산층은 상류층으로부터는 경멸을, 하류층으로부터는 시기와 질투를 받았습니다. 한스는 공부를 잘해서 아버지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로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특히 아버지는 자신의 신분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어서 아들의 성공을 통해 신분상승을 바랍니다.
한스는 주(州)에서 시행하는 기숙신학교 입학시험에 응시합니다! 당시 독일에서 신분상승의 지름길이 신학교에 들어가 목사나 교수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한스는 118명의 응시생 중에서 전체 2등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슈바벤 신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수재들만 응시하는 시험에서 대단한 성적이었습니다.
신학교에 입학한 한스는 성공을 위해 모범적인 생활을 하지만 신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점점 행복을 잃어 갑니다. 한편 그곳에서 친구 하일러를 만납니다. 그는 시에 재능이 있었고, 반항기가 가득해 학교 규칙을 어기는 문제아였습니다. 하일러와 친하게 지내던 한스도 불이익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한스는 하일러를 멀리하려 노력했지만 하일러와의 우정과 하일러의 매력 때문에 하일러를 떨쳐 버리지 못했습니다. 한스는 하일러의 삐딱한 성격 때문에 때로는 상처받기도 하고, 하일러의 우울함까지 전염되어 고생도 했지만 하일러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를 닮아 갔었습니다.
둘은 신학교 안에서 과감한 일탈을 즐겼습니다. 이는 신학교에서는 꿈꾸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한스가 꿈꾸던 젊은이의 삶이었습니다. 한스 성적은 점점 떨어지고 한스를 아끼던 교장 선생님과 개인 면담을 합니다. 교장선생님은 한스가 공부하기를 권하지만 그는 이미 공부에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일러는 거듭되는 반항 끝에 퇴학을 당했고 이어서 한스도 학교를 떠났습니다.
고향에 돌아온 한스가 공장에 취직하려는데 어렵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못해 진학도 못하고 공장에 들어갔던 친구 아우구스트가 도와주어서 겨우 수습공이 됩니다. 그러나 한스는 몸도 약하고 공장일에 소질도 없습니다. 그래서 천덕꾸러기가 된 한스는 '신학교 대장장이'라 놀림을 받습니다.
무료하게 지내던 한스는 어느 가을날 엠마라는 소녀를 만납니다. 한스는 엠마에게 급격히 빠져들고, 엠마는 한스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합니다. 한스는 그녀를 깊이 사랑하는데, 엠마는 갑자기 떠나버립니다. 그 상처로 힘들어 하던 한스는 어느 일요일 공장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헤어진 후 취한 채 강가를 걷다가 물에 빠져 죽습니다. 자살인지 사고인지 모를 의문의 죽음이었습니다.
헤세는 <수레바퀴 아래서>에서 무미건조한 자신의 성장기의 삶을 그렸습니다. 이 작품에서 만날 수 있는 교훈들을 정리합니다. 첫째, 행복을 찾아 헤매는 불행이 보입니다. 한스와 그의 아버지, 그리고 한스의 친구 하일러는 행복을 갈망하지만 욕심과 무지로 불행의 길을 계속 선택합니다. 모든 것이 다 그렇지만 행복을 찾는 열심보다 행복을 찾는 방향이 더 중요합니다.
둘째, 교육의 허상을 봅니다. 교육제도의 수레바퀴에서 신음하는 한스는 당시 독일 교육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교육이 행복으로 인도한다고 믿었던 그 시대의 믿음은 틀린 것이었습니다. 젊은 날의 헤세는 이런 교육의 희생양 이었습니다. 셋째 행복은 스스로가 찾는 것이라고 가르칩니다. 멋진 친구 하일러도 사랑했던 엠마도 한스에게 온전한 행복을 주지 못했습니다. 행복은 스스로 찾아 누려야 합니다. 한스의 최대 실수는 스스로 행복을 찾지 못한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