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Photo : 기독일보) 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예수를 구주로 믿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과정입니다. 예수를 그리스도로 영접하는 것은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삶의 전(全) 영역에 예수님의 문화를 수용하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주님을 따르는 삶을 사는 것은 예수님 문화를 수용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므로 선교는 기독교 신앙 문화를 덧입히는 것입니다. 개인이나 집단의 문화적 변화가 없는 개종이나 선교는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선교학자들은 선교를 초문화적(Cross-cultural) 접근(Approach) 혹은 이문화적(Inter-cultural) 접근(Approach)이라 표현하면서 선교를 기독교 문화의 전수라는 관점으로 이해했습니다. 사실 선교는 문화적 변혁입니다.  

그러나 초문화적 접근이나 이문화적 접근은 문화적 주도권을 가진 선교사의 우월적 지위가 전제됩니다. 선교사나 선교팀의 초문화적 혹은 이문화적 접근이 없이 선교가 이뤄지는 다문화적(Multi-cultural)선교가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지금 다문화적 선교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선교사의 문화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문화의 공존을 인정하는 선교 시대입니다.

사실 우리는 다문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선교 현장은 물론이고 사역의 현장이 다문화 사회입니다. 선교 환경과 선교 대상의 변화 그리고 21세기 지구촌의 문화적 상황을 고려할 때 다문화(Multi-cultural) 사역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이 다문화 사역이 이 시대의 현상이기만 할까요?   

다문화 사역 현장은 구약에서 이미 등장합니다. 아브라함은 모든 민족에게 복의 근원이 되는 다문화 사역자였습니다. 요셉과 다니엘은 히브리 문화를 가지고 타 문화권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일했던 다문화 사역자였습니다. 모세도 출애굽 과정에서 유대인과 중다한 잡족(雜族)을 40년간이나 인도했던 다문화 사역자였습니다.

신약에서는 사도바울과 예수님이 다문화 사역의 모범을 보여 줍니다. 예수님의 생애를 보면 생애 자체가 다문화적 삶입니다. 전통적인 유대인의 가정에 태어났지만 이방인이었던 동방박사의 축하를 받습니다. 애굽으로 피난을 가십니다.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다 언덕을 오를 때에도 구레네 사람 시몬의 도움을 받습니다. 예수님은 다문화적 환경에서 사시고 사역하셨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다문화적 사역의 꽃은 갈릴리 바다 주변 특히 가버나움 지역 사역입니다. 갈릴리 바다는 고대 해양 고속도로(Via Maris)와 연결되었습니다. 특히 내륙의 도로망과 해양 고속도로(Via Maris)가 만나는 가버나움은 당시로서는 상당한 수준의 무역이 이뤄진 국제 도시였습니다. 무역상들의 빈번한 왕래가 있었던 가버나움은 다문화 사회였습니다.

가버나움은 유대인들이 거주하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로마의 군부대가 주둔하고 행정기관인 세무서가 위치하였습니다. 나아가 당시 갈릴리 바다에는 어업이 성행하였습니다. 요세푸스의 기록에 의하면 230여 척의 고깃배가 갈릴리 바다에서 고기를 잡았습니다. 아울러 풍부한 갈릴리 호수의 담수로 농업도 성행하였습니다. 이렇게 확보된 수산물과 농산물을 가버나움을 찾은 무역상에서 판매하였습니다. 따라서 가버나움은 번창하는 국제 무역도시였습니다. 다문화 도시에서 예수님은 사역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가버나움에서 백부장의 종을 치유하셨습니다(눅7:1~10). 그 백부장은 그 지역 사람들에게 유대민족을 사랑하고, 유대인을 위하여 회당을 지어 주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회당은 로마의 백부장이 지은 회당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눅7:5). 백부장이 지휘하는 로마의 군대가 가버나움에 주둔하고 있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그리고 가버나움에서 세리 마태가 예수님의 제자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가 부름을 받은 곳이 세관입니다. 가버나움에 로마의 세무서 지청이 있었음이 명백합니다.

성경은 가버나움을 예수님의 '본 동네(His Own town)'라고 기록합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자라나셨던 고향 나사렛에서 배척을 당하자 가버나움을 중심으로 사역하셨습니다. 예수님은 공생애를 기준으로 한다면 가버나움에 가장 오래 머무셨습니다. 예수님은 가버나움에서 다양한 사역을 펼치셨습니다. 가버나움의 회당과 개인의 집에서 가르치셨습니다(막 1:21; 2:1).

아울러 예수님은 가버나움에서 많은 기적을 베푸셨습니다. 백부장의 종(눅 7:1-10)을 고치셨고, 네 명의 친구가 데려와 지붕을 뜯고 내린 중풍병자(막 2:1-12)를 고치셨고 베드로 장모의 열병을 고치셨습니다(마 8:14-15; 막 1:29-31). 왕의 신하의 아들의 질병(요 4:46-54)을 치유하셨습니다.

변화산에서 내려오신 예수님께서 70명의 제자를 세우시고 둘씩 짝을 지어 전도를 보내신 곳이 가버나움입니다. 그들은 가버나움에서 전도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다문화 사회에서 사역하시며 다문화 사역 현장의 리더십을 보여주셨습니다. 백부장은 예수님께 유대인 장로들을 보내어 종을 고쳐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리고 백부장은 예수님의 방문을 만류합니다. 이것은 당시 일반인들이 가졌던 문화적 종교적 장벽의 존재를 암시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문화적 차이와 장벽을 느끼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은 당시의 평판에 얽매이지 않고 사역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영적 권세로 이방인 백부장의 믿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칭찬합니다. 예수님의 다문화 사역 리더십은 성육신적 겸손과 하나님의 영적 권세가 교차하는 역동적 리더십입니다. 다문화 사역의 관건은 환경이 아닌 사역자의 열린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