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떠 있는 시간 물도 못 마시는 단식, 더운 환경에선 엄청난 고통
그럼에도 이슬람권 라마단 기간에 일종의 축제 분위기 느낄 수 있어
이 기간 식량 소비 늘어나는 것이 정설, 모로코에선 식비 약 50% 증가
전 세계 무슬림들의 라마단 금식이 진행 중이다. 2022년도 라마단 금식은 4월 2일경부터 5월 2일경까지다. 라마단은 아랍력으로 9번째 달의 이름이다. 이슬람의 달력은 하늘의 달 모양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 일자를 정하는 음력(Lunar Calendar)이다. 무슬림들은 라마단 달이 시작되면 아침에 동이 틀 때부터 해가 지기까지 음식은 물론이고, 물도 못 마시고 침도 못 삼키게 한다. 심지어는 담배도 못 피우며 부부관계도 금하고 있다. 그 더운 환경에서 물을 못 마시는 것은 엄청난 고통임이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이슬람권에 살다 보면, 무슬림들에게 라마단 기간은 일종의 축제 분위기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꾸란에 보면 라마단에 대해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라마단 달은 꾸란이 내려진 달이라. 꾸란은 인류를 위한 길잡이이자 분명한 증거로서, 길잡이인 동시에 옳고 그름의 기준이라. 그러니 그대들 중 이달에 임한 자는 단식을 하도록 하라. 그러나 병자이거나 장거리 이동 중일 때는 셈한 날 수(단식을 깬 날 수)만큼의 다른 날들이라. 알라께서는 그대들에게 쉬움을 원하시며 그대들에게 어려움을 원치 않으시노라. 또한 그분께서는 그대들이 셈한 날 수를 채우기를 원하시며, 그분께서 그대들을 인도해 주셨음에 그대들이 알라의 위대함을 찬양하기를 원하시니 그대들은 감사하게 될 것이니라."(꾸란 2:185, 최영길 역)
라마단 달에는 모든 무슬림이 단식을 하니, 식료품 상점들이나 식당들은 한 달 동안 매상이 줄어 엄청난 손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말이 단식이지, 낮에 먹던 것을 밤에 먹도록 식사 시간만 변경한 것이 현실에 더 가깝다. 오히려 라마단 달에는 식량 소비가 늘어난다는 것이 정설이다.
모로코의 츄아이브 두칼리 대학(Chouaib Doukkali University)에서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마네 바라캇(Imane Barakat), 하미드 캠랄(Hamid Chamlal) 등 다수의 학자가 공동 연구하여 발표, 출판한 것인데, 그 제목이 '모로코 가정에서 라마단 전과 라마단 기간 중의 음식비 지출과 음식 소비'라는 제목이다. 이 연구는 모로코 중산층 340가정을 연구 대상으로 선정했다. 도시와 농촌에서 거의 절반씩 선정하고, 남자와 여자도 거의 동등하게 선정했으며, 40세 이상이 70%, 그 이하는 30% 정도로 선정했다. 2018년도에 조사하고 논문을 작성하여 2020년 11월에 통과되어 2020년 12월에 출판된 것이다.
결과는 연중 다른 달보다 라마단 달의 식품비 지출이 50% 정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라마단을 제외한 다른 달의 평균 식품비 지출은 1600 모로코 디르함(MAD)인데, 라마단 달은 평균 2400 모로코 디르함이었다는 것이다. 모로코 1 디르함은 한화 약 125원이다. 이를 적용하면 평시에는 식품비만 월 20만 원 정도 지출했는데, 라마단 달은 30만 원 정도 지출했다는 것이다.
무슬림들은 라마단 달이 시작되면 하루 종일 음식도 물도 못 먹기 때문에 든든하게 먹어둬야 한다는 생각에 새벽에, 정확히 말하면 모든 조명을 끄고 흰 실과 검은 실을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밝아지기 전까지 잔뜩 먹는다. 이것을 수후르(suhur)라고 한다. 그리고 해가 있는 동안에는 단식을 한다. 그러다가 해가 떨어지면 저녁기도를 알리는 아잔(Azan, 무슬림들에게 하루 5번씩 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이 스피커로 울려 퍼지자마자 먹기 시작한다. 이 저녁 식사를 이프타르(Iftar)라고 하는데, 그때쯤 되면 하루 종일 그 강렬한 태양 아래서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참아왔던 식욕이 폭발하는 시간이다.
요즈음에는 정확하게 몇 시, 몇 분, 몇 초에 저녁 아잔이 울려 퍼진다는 것을 미리 알기 때문에 그 시간이 되면 마을의 부자들은 수백 명씩 동네 사람을 모아 놓고 미리 음식을 차려 놓는다. 그리고는 초침의 움직이는 소리를 들으면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하게 기다리다가 드디어 "알라후 아크바르"라는 우렁찬 아잔 소리가 귓전을 때리면, 그때부터는 염치, 체면 불구하고 사정없이 먹는다. 그때부터 먹기 시작해서 밤새도록 먹어도 말리지 않는다. 이란의 마샤드에 가면 이맘 레자의 무덤이 있는 모스크가 있는데, 라마단 달이 되면 매일 약 1만2천 명분의 이프타르를 제공한다.
이슬람 정부에서는 국민이 금식하느라고 고생한다고 아침 출근 시간을 한 시간 늦춰주고, 퇴근 시간을 한 시간 당겨주기도 한다. 직장 생활하는 이들은 라마단에 근무시간이 하루 두 시간씩 줄어드는 것이다.
무함마드는 왜 금식하라고 했을까? 막상 무함마드가 무슬림들에게 왜 금식을 하라고 했는지 묻는 사람들은 잘 찾아볼 수 없다. 물론 무조건 복종하라는 것이 이슬람의 율법이기 때문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겠지만, 최초의 발단은 이렇게 시작했다.
유대인들보다 모세 승리를 더 기념하려 이슬람력 1월 10일 아슈라 금식
메카에서 메디나 이동 후 이슬람력 9월 한 달 단식 선포, 보상 극대화
강경 이슬람법 시행 국가는 라마단 어기면 사형, 율법의 속박서 해방되길
무함마드가 주후 622년 메카를 떠나 야스립(후에 메디나로 이름이 바뀜)으로 왔을 때, 주변에 유대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들을 자기편으로 유인하기 위해서 유대인들의 종교성을 관찰했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하나님께서 정해주신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을 향해서 하루 세 번씩 기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메카를 중심으로 신앙생활을 해왔던 무함마드는 자신도 천지를 지으신 같은 창조주를 믿는다고 하면서 예루살렘으로 기도 방향을 바꿨다.
그리고 유대인들은 대속죄일에 금식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유대인들의 대속죄일은 유대력으로 7월(디스리월 혹은 에다님월, 왕상 8:2) 10일인데 무함마드는 이슬람력으로 첫 달(Muharam) 10일 금식을 하도록 명령했다. 이를 아슈라(Ashura) 금식이라고 불렀다. 꾸라이시 종족들도 이슬람 이전부터 아슈라 금식을 하는 풍습이 있었지만, 무함마드가 무슬림들에게 아슈라 금식을 명한 이유는 이렇다. 즉 유대인들은 모세(Musa)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바로의 손에서 구해 낸 날을 기념해서 금식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무함마드는 무슬림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무함마드께서 메디나에 도착하셨을 때 유대인들이 아슈라(무함람 달 10일)에 금식하면서 '이는 모세가 바로에게 승리한 날을 기념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무함마드는 동료들에게 '너희(무슬림)들은 유대인들보다 모세의 승리를 더 기념할 권리가 있다'고 하면서 아슈라 금식을 명하셨다."(Sahih Bukhari, Volume 6, Book 60, Number 202)
아마 무함마드가 봤을 때, 그해에는 유대인들의 대속죄일 금식을 했던 날이 아랍달력으로 무하람 10일과 겹쳤던 것으로 상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아랍달력은 매년 11일씩 앞으로 당겨지는 월력(Lunar Calendar)이기 때문에 유대력 7월 10일과 아랍력 무하람달 10일은 겹치는 것이 쉽지 않다. 물론 오랜 시간이 지나면 겹칠 날도 있겠지만, 문제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대속죄일은 모세가 이집트의 바로 왕에게 승리한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회개와 속죄의 날이라는 것이다.
무함마드는 유대인들의 행사를 모방하면서까지 그들과 공통점을 만들어가면서 유대인들의 신이 보낸 천사 지브리일이 자신에게 계시를 내렸다며, 유대인들에게 자신이 선지자임을 선포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아무리 무함마드가 모세나 아브라함을 언급하거나 혹은 유대인들이 하루 세 번씩 하는 기도를 하루 다섯 번씩 하면서 일 년에 하루를 정해 아슈라 금식을 하더라도 무함마드를 도저히 하나님이 보낸 선지자로 인정할 수가 없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부모를 떠나서 둘이 합하여 한 몸을 이루라는 결혼제도를 명하신 유대인들의 하나님이 어떻게 1부 4처(꾸란 4:3)를 명하실 수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혼을 금하신 유대인들의 하나님이 어떻게 한 여자마다 두 번씩 이혼을 허용(꾸란 2:229)할 수가 있으며 아내 바꾸기도 허용(꾸란 4;20)하실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제사장은 이혼한 여인과 결혼할 수 없는데 무함마드는 많은 여인과 결혼한 것만으로도 그를 선지자로 인정할 수가 없었다.
무함마드는 아무리 유대인들을 자기편으로 유인하려 해도 유대인들이 자신을 선지자로 인정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메카에서 메디나로 거처를 옮긴 지 1년 6개월 만에 무함마드는 메디나의 최고 통치자로 등극하게 된다. 그러자 유대인들의 지지가 없어도 충분한 힘이 생긴 무함마드는 결국 유대인들에 대한 태도를 바꿀 것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 첫째 현상은 유대인들을 따라 예루살렘을 향해 기도하던 것을 다시 메카로 바꾸는 것이었다.(꾸란 2:144) 그리고 주변의 유대인들(나디르 족, 꾸라이자 족, 카이바르 족 등)을 공격하고 추방하고 학살했다.
그리고 유대인들은 1년에 하루 금식하지만 무슬림들은 그들보다 더 신앙적으로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이슬람력 9월(라마단) 한 달간 단식하라는 계시가 내려왔다고 선포했다.(꾸란 2:185) 그러면 이 전에 행하던 아슈라 금식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처방도 부카리의 하디스에 보면 찾아볼 수 있다.
"꾸라이시 족들은 이슬람 이전 시대에도 아슈라 금식을 행하곤 했다. 그런데 알라의 선지자께서도 무슬림들에게 아슈라 금식을 명하셨으나 후에 라마단 달에 금식하라는 계시가 내려온 후에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아슈라 금식을 하기를 원하는 자는 해도 좋고 원치 않는 자는 하지 않아도 좋다.'"(Sahih Bukhari, Volume 3, Book 31, Number 117)
한 달간 단식을 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무함마드는 이에 대한 보상을 극대화시켰다.
"누구든지 금식을 하는 자의 선행은 10배의 보상이 주어질 것이다."(Sahih Bukhari, Volume 3, Book 31, Number 118)
"낙원에는 라이얀(Raiyan)이라는 문이 있는데 부활의 날에 금식을 한 사람들만 통과할 수 있는 문이다. 금식을 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그 문을 통과할 수 없다. 금식을 행한 사람들이 통과하면 그 문은 닫힐 것이며 아무도 그 문을 통해서 낙원에 들어갈 수는 없다."(Sahih Bukhari, Volume 3, Book 31, Number 120)
"라마단이 시작되면 천국문이 열리고 지옥문이 닫히며 마귀는 결박을 당한다."(Sahih Bukhari, Volume 3, Book 31, Number 123)
"라마단에 금식을 하면 지난 세월 동안 지었던 모든 죄를 용서받는다."(Sahih Bukhari, Volume 3, Book 31, Number 125)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강경 이슬람율법으로 다스리는 나라에서는 라마단 금식을 준수하지 않는 자는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환자라든가 장거리 여행을 했다든가 등의 정당한 이유 없이 라마단 금식을 범한 사람은 회개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고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는 둥 변명을 하는 자는 불신자가 된 것으로 간주하고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는 '이슬람 문답(Islam Question & Answer)' 사이트에서 질문번호 232694를 검색해 보면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금식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간절한 기도의 제목이 있어서 식음을 끊고 기도에 전념하기 위해서 금식을 하되, 기간은 하루나 이틀을 하든 일주일이나 열흘을 하든 본인이 정하는 것이 좋다. 이것을 경찰이나 공권력으로 감시하고 처벌하면 그 금식은 이미 그 순수성을 잃게 된다. 무슬림들이 종교경찰이 무서워서 금식을 하는 척하면서 숨어서 먹어야 하는 율법의 속박에서 해방되어 하나님이 주신 진정한 인권과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라마단 기간만이라도 그들을 생각하며 기도할 수 있다면 좋겠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이슬람대책위원장 이만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