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공세를 펼치며 수도 키이우에 가까워진 가운데, 미국의 기독교 지도자 100여 명이 최근 러시아정교회 총대주교 앞으로 러시아 침공에 대한 지지 철회를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보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미국 교단과 자선단체 대표, 저명한 작가와 활동가 등 각계 기독교 지도자들은 이 서한에서 "전쟁이 무고한 민간인들의 생명에 대한 끔찍한 손실을 가져오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키릴 대주교가 러시아 당국에 영향력을 행사해 우크라이나에서 적대 행위와 전쟁을 종식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조지타운대학과 신앙과정의센터에 따르면, 키릴 총대주교는 지난 5일 설교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충성파 제거에 관여하고 있다는 푸틴의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이번 전쟁을 "LGBT 세뇌를 포함한, 소위 말하는 서구의 가치에 대한 영적 전쟁"으로 묘사한 바 있다.

키릴 총대주교는 또 2012년 푸틴의 통치를 '하나님의 기적'이라며 칭하며 반대하는 자들을 비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에 미국 기독교 지도자들은 키릴 대주교에게 "우리는 사순절을 보내고 있다. 이 기간 사순절의 정신으로, 이 전쟁이 초래한 끔찍한 인간의 고통을 생각하며 이 전쟁에 대한 지지를 재고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우리는 어떤 정치적 어젠다도 없다. 하나님 앞에서, 세상이 날마다 목격하고 있는 파괴와 공포에 대해 어느 쪽도 종교적인 정당성을 갖지 못함을 증언한다. 우리의 첫 번째 충성은 항상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 있다. 이것은 모든 국가와 이념에 따른 주장을 초월한다"고 했다.

이번 공개 서한에 서명한 지도자들은 전미복음주의협의회(NAE) 회장 월터 김 목사, 미 가톨릭자선단체 회장 도나 마크햄 수녀, 전미교회협의회 테레사 제퍼슨-스노튼 의장, 미국캐나다크리스천교회(디사이플스지저스) 회장인 테레사 호드 오웬스 목사 등이다.

한편 10일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은 러시아가 2월 24일 침공을 시작한 후 우크라이나에서 1,506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549명, 부상자는 957명이다. 여기에는 최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에서 발생한 사상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뉴스와이어는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산부인과 병원에도 폭격을 가해 국제적 분노와 전쟁범죄 혐의를 일으켰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