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간은 참 힘이 들었습니다. 집 주인분들이 그 집을 팔겠다고 하셔서 이사를 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한 곳에서 거의 10년이란 세월을 살았고, 또 세 아들을 키우며 살다 보니 옮겨야 할 짐이 참 많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수월하게 옮길 수 있을까...궁리를 하다가, 일단 주일 저녁에 큰 짐들을 옮기고 나머지 짐들을 월요일에 옮기면 좀 더 수월할 것 같아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한 차례 짐을 옮기고, 옛집으로 돌아와 버려야 할 쓰레기들을 트럭에 싣기 시작했습니다. 시간 절약을 위해 다음 날 짐을 옮기기 전, 두 분이 쓰레기를 먼저 버리고 오시겠다고 말씀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찢어진 소파를 싣는데 허리가 휘청거렸습니다. 부서진 책장을 싣고, 고장 난 자전거를 싣고...그동안 저희 가족들에게 쉼과 즐거움을 주었던 정겨운 물건들을 트럭에 실으면서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그동안 참 고마웠어..." 그저 낡기만 한 물건들이 아니라 이런 저런 제 인생의 이야기들을 가진 물건들이었습니다.
다음 날 한 차례 더 짐을 옮기고 나서, 쓰레기도 한 차 더 버려야 했습니다. 이번에는 저도 함께 쓰레기장으로 갔습니다. 차의 무게를 재고, 지정해 준 곳으로 가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시큼한 쓰레기 냄새가 코를 찔러왔고 트럭은 금새 먼지로 그득해졌습니다. 밀대로 쓰레기를 밀어내다가 갑자기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이른 아침, 저를 위해 이렇게 쓰레기를 버리셨을 분들을 생각하니 너무 고마웠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말씀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히브리서 4:15 말씀,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실 이가 아니요 모든 일에 우리와 똑같이 시험을 받으신 이로되 죄는 없으시니라." 제가 쓰레기장에 가지 않았다면 그분들이 저를 위해 쓰레기장에서 겪었던 일들을 몰랐을 것입니다. 감사한 마음이야 있었겠지만 이렇게 울컥할 정도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이 꼭 그렇게 사람이 되셨던 것입니다. 하나님이 사람이 되셔서, 사람이 겪어야 할 모든 인생사를 겪으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내야 하는 인생이 얼마나 아프고, 슬프고, 쓴 지를 몸소 아시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저 아실 뿐 아니라 그래서 더욱 돕기를 원하신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이 구절의 '동정'이라는 말의 뜻인 것입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께서 쓰레기 같은 우리를 살리시기 위해 쓰레기장 같은 세상에 오셔서, 쓰레기 같은 사람들에게, 쓰레기 같은 대접을 받으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도 같은 마음을 품어야 하는 것입니다. 쓰레기장 같은 세상에서 쓰레기 같은 영광을 구하지 아니하고, 쓰고 아픈 인생의 자리를 지나고 있는 형제 자매들을 위로하며, 주어진 인생을 믿음으로 함께 살아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를 '동정'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늘 여러분들과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