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가운데 온라인 설교하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교회 본당 안에서 회중과 눈과 마음을 맞추며 설교하는 것이 익숙한 설교자들에게, 회중 없는 본당에서 혹은 교회 사무실에서 무미건조한 카메라를 보며 설교하는 것이 상당히 곤혹스러웠던 것입니다. 무엇보다 온라인 설교가 어려웠던 것은 온라인 설교를 갑작스럽게 시작해야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별다른 장비의 준비나 마음의 준비 없이, 어쩔 수 없는 상황 가운데서 시작해야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온라인 설교를 더욱 힘들게 했던 한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곧, 우리 가운데 온라인 설교 신학이 정립되어 있지 않았었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설교학적 신학은 목회자분들이 신학교에서 습득하지만, 온라인 혹은 디지털 공간에서 펼쳐지는 설교에 대한 신학적 배움이 거의 전무했던 것입니다. 물론 신학교나 설교자분들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글로벌 팬데믹이라는 상황이 너무나 갑작스럽게 발생했기 때문에, 신학교나 설교자분들이 그에 대한 적절한 준비가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감사하게도 최근 신학교들에서 온라인 설교와 디지털 공간에 대한 본격적인 신학적 논의를 이어가고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서, 잠시 온라인 설교에 대한 신학적 성찰을 가져 보고자 합니다. 특별히 다음의 질문을 같이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온라인 설교의 신학적 특별성은 (uniqueness) 무엇인가? 즉 온라인 설교는 어떠한 독특한 신학적 성격을 갖는가? 이 질문에 대하여 먼저 결론을 제시해 보고, 이 대답을 칼 바르트의 설교 신학에 근거하여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고 합니다. 제시된 결론인 바, 온라인 설교는 기존의 설교신학에 유동성 (fluidity), 편리성 (usability), 편재성 (ubiquity), 연결성 (connectivity), 즉각성 (instancy) , 예술성 (artistry), 그리고 공유성 (shareability) 이라고 하는 독특한 디지털 문화 신학적 성격을 더했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설교 신학에 이 일곱 가지 이질적인 신학적 성격이 더해지며 온라인 설교를 매우 힘들게 하였다는 것입니다.
20세의 저명한 신학자 칼 바르트의 설교 신학에 따르면 하나님의 말씀은 세 가지 방식으로 세상에 계시되었습니다. 그 세가지 방식은 곧, 쓰여진 말씀 (성서), 성육신 된 말씀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선포된 말씀 (설교) 입니다. 여기서 선포된 말씀으로서의 설교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이며, 이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은 성서에 유일하게 기록되어 있으므로, 바르트는 성서에 근거한,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 행위 자체가 하나님의 고유한 말씀이라고 결론짓기에 다다랐던 것입니다. 동서양의 많은 설교자들이 바르트의 설교신학에 동의하고, 그렇게 설교 사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바르트의 설교 신학에서 중요한 점 중의 하나가, 세 가지 방식으로 드러난 하나님의 말씀이 여러가지 고유한 신학적 의미 혹은 특징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쓰여진 하나님의 말씀은 불변성 (immutability) 과 의존성 (reliability), 성육신 된 말씀은 근접성과 (proximity) 현존성 (Presence), 그리고 강단에서 선포된 말씀은 변혁성 (transformativity)과 확실성 (assurance) 이라는 고유한 신학적 의미들을 설교 사역에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짧게 서술 하자면, 불변하는 성서의 기록은 우리가 전적으로 의존할 수 있는 하나님의 말씀이 되며, 예수님은 성육신을 통하여 거룩한 하나님의 말씀을 우리 삶의 중심으로 근접하게 가까이 가져와 주었고, 그 예수 그리스도에 근거한 설교 사역은 인간의 삶과 사회를 변화시켜 가는 하나님의 확실한 선언적 도구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여섯 가지 신학적 의미들은 설교 사역의 근간이 되며, 설교자의 삶에 매우 중대한 신학적 정체성을 부여해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팬데믹 시대에 그 중대한 여섯 가지 설교 신학적 의미가 위에서 언급한 일곱 가지 디지털 문화신학적 특징들에 의해서 도전을 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그 도전적인 일곱 가지 요소가 온라인 설교하기를 매우 힘들게 했던 것을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1) 불변하고 의존할 수 있는 하나님의 말씀이 유동성과 편리성 (가령, 디지털화된 여러 가지 번역의 성서를 손 쉽게 읽으며, 성서 해석의 범위가 매우 민주화되고 자유로워 진 점) 에 의해 도전을 받고, 2) 성육신 되어 이 땅에서 현존하며 인간의 삶에 실제 육체의 몸으로 가까이 접근해 오신 예수께서 이제는 디지털화된 이미지로 스마트폰안에서 혹은 가상 현실에서 체험 되어 질 수 있고, 3) 선포된 말씀을 통한 삶의 즉각적인 변화 보다는 말씀의 문화예술적 상상력과 즉각적 공유성이 (가령, 유튜브나 페이스북에서 "좋아요" 의 수치로 표현될 수 있는 설교의 공감 능력) 더 중시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도전과 신학적 융합의 절차를 기존의 바르트 설교 신학에 익숙한 설교자분들이 수용하고 실천하기가 힘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한가지 함께 고려해야 할 점은 이러한 디지털 문화예술 시대에 등장한 일곱 가지 설교 신학적 특징들이 사실 기존 설교 신학에 대한 "도전" 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신학적 발전 혹은 강점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종교개혁 시기에 당시에는 최첨단 기술로 손 꼽히던 인쇄술이 급격히 발달하여 (오늘날의 디지털 혁명과 견줄 수 있을 것입니다) 성서와 설교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발전시켰 듯이, 위에서 언급된 일곱 가지 설교 신학적 특징들은 기존의 설교신학을 한층 더 전진시킬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곧 기존의 여섯 가지 설교 신학적 특징과 새로운 일곱 가지 특징이 좋은 조화를 이룰 때, 디지털 시대에 잘 부합하는 온라인 설교 사역을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제 팬데믹이 어느 정도 수그러듦에 따라, 회중 없이 하는 온라인 설교 사역도 점차 감소하리라 예상됩니다. 하지만 팬데믹 시기 이후에도, 여전히 온라인 설교 사역이나 성경 공부 사역이 여러 가지 다양한 요구들과 형태들로 계속되어질 것 또한 예상됩니다.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대격변의 시대에 다시 온라인 설교 사역을 주 설교 사역으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가능성도 우리가 간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번 팬데믹 시기에 경험한 여러가지 도전적인 요소들을 적절한 신학적 성찰을 통하여 우리의 설교 사역이 더 효과적이고 아름답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승화시켜 나가는 작업이 중요할 것입니다.
양성구 박사는 미장로교 목사이며, 죠지팍스 대학교 (George Fox University)의 목회신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센트럴신학대학원에서 방문교수로 예배학을 가르치고 있다. "Arts and Preaching" (예술과 설교, 2021), "King's Speech"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설교, 2019), "Evangelical Pilgrims from East" (동방으로부터의 순례자, 2017) 등의 저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