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만 강조하면 교회주의로 흐르게 된다
교회는 자신이 아닌 세상 위해 일해야 한다
세상 위해 일하려면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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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는 교양이 있는가?

2020년 2월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63.9%로 나타났다. 이는 신뢰한다는 응답의 두 배 수준이다.

특히 30-40대는 4명 중 3명이 불신한다고 응답했다. 응답자들은 한국교회가 세상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사회 통합에도 기여하고 있지 않다며, 배타적인 모습으로 신뢰를 잃고 있다고 인식했다.

이는 3년 전인 2017년 기윤실 여론조사 때의 불신율 51.2%보다 12.7%나 증가한 수치이며, 2013년의 44.6%보다 20% 가까이 높은 수치이다. 이토록 높은 불신율은 한국교회의 교양 부족을 드러낸다.

2021년 1월 한국교회총연합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는 앞으로 한국교회가 "'찬란한 바보'의 교회가 되겠다"고 했다. 한교총은 한국교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상당히 낮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이를 회복하기 위해 '교회의 윤리와 도덕성 회복, 사회적 약자를 돌볼 것, 생명 존중과 건강한 가정을 기초로 한 국가 비전 제시' 등을 약속했다. 더 나아가 교회가 '허들링 처치'가 될 것을 다짐했다.

허들링 처치는 서로를 품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공존과 협력의 교회를 뜻하는 말이다. 남극에 사는 황제펭귄은 영하 50도까지 내려가는 극한의 추위를 이기기 위해 밖에서 안으로, 안에서 밖으로 뱅글뱅글 허들링 돌면서 서로의 체온을 지켜준다고 한다.

한국교회는 틈만 나면 세상에 대한 교회의 사명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교회의 사명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한국교회는 먼저 교양을 쌓아야 한다. 세상이 교회에 대해 '허들링'하는 조직이라고 인정할 때까지, 교양을 채우는 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한국교회의 문제는 교양 부족이다

'한국교회의 문제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면, 대부분 '기도하지 않는다', '신앙으로 살지 않는다'는 대답을 한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진정한 문제는 교양이 없는 것이다. 필자는 한국교회 쇠퇴의 원인이 교양의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앞서 보여준 곳이 서양의 교회다. 연세대학교 김형석 명예교수는 서양 교회가 쇠퇴한 것은 그리스도인의 교양이 세상 사람들보다 낮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책이 있는데, 청년신학아카데미 공동대표인 오형국 목사가 쓴 《매튜 아놀드와 19C 영국 비국교도의 교양문제》이다. 이 책에서 매튜 아놀드는 19세기 영국 기독교가 쇠퇴한 이유가 기독교인의 교양 수준이 낮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스도인의 교양이 세상보다 뒤떨어지자 교회가 쇠퇴하기 시작했다."

서양의 기독교가 쇠퇴하는 데 일조한 것이 그리스도인의 교양 부족이 었다. 마찬가지로 한국교회가 쇠퇴하는 이유도 설교자와 그리스도인의 교양이 세상 사람보다 낮기 때문이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 겸 저술가인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는 연설가를 이야기하는데, 그가 언급한 연설가는 그럭저럭한 연설가가 아니라 '이상적 연설가'이다. 그가 말하는 이상적 연설가는 '후마니타스(humanitas)', 곧 보편적 교양을 가진 연설가이다.

설교자는 소위 연설가이다. 연설가는 보편적 교양을 갖추어야 한다. 설교자가 신학적으로 준비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에 앞서 교양을 갖춰야 한다. 그 이유는 삶에서 교양이 더욱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설교자는 보편적 교양을 갖추어야 한다. 만약 설교자가 보편적 교양을 갖추지 못하면 다른 사람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된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우리는 보편적 교양이 없는 신천지, 전광훈 목사, 인터콥, IM 선교회 등을 경험했다. 그들 때문에 한국교회 전체가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우리는 그들이 우리와 다르다고 항변하지만,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우리나 그들이나 다 똑같은 '한국교회'로 보일 뿐이다.

야마구치 슈는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이런 말을 한다. "교양이 없는 전문가보다 위험한 존재가 없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설교자는 교양 없는 전문가로 사람들에게 각인되었다. 그 결과 세상은 교회와 설교자를 상종하기 싫은 존재, 위험한 존재로 인식한다.

어떤 사람들은 교회를 향해 "한국 땅에서 떠나라"라는 극단적인 말까지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되어 오래도록 지속되는 것이 교회 탓이라고 말한다.

설교자의 교양 수준이 세상 리더의 수준보다 높아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세상 사람보다 높은 교양 수준을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앙 교양뿐 아니라 세상 교양을 쌓아야 한다. 한국교회의 문제는 다름이 아니라 교양 부족이다.

원래 한국교회는 교양이 높았다

과거 한국교회는 사회보다 교양 수준이 높았다. 교회는 이웃의 어려움을 함께할 때도 교양 있게 했다. 오른손이 한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교양을 갖춰서 했다.

"너는 구제할 때에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구제함을 은밀하게 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너의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마 6:3-4)".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대로, 하나님을 바라보며 사회의 그늘진 곳에 말없이 손길을 뻗쳤다. 필자는 15년 전에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한국교회가 사회복지 분야의 3분의 2 이상을 감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08년 3월 19일 중앙일보에 의하면, 5년간 한국에서 헌혈한 종교단체 가운데 개신교인이 83.4%, 가톨릭 교인이 10%, 불교 신자가 0.9%를 기록했다. 골수와 장기기증은 비종교인과 종교인이 반반씩이었는데, 종교인 중에는 개신교인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종교별 사회복지법인의 수를 파악해 보니, 종교계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은 총 507개인데, 이 중 기독교가 251개로 가장 많았고, 불교가 125개로 그 절반 수준이며, 천주교는 105개, 원불교는 16개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회복지사들의 개인 종교를 조사해 보면 개신교의 비율은 더 뚜렷해진다. 뿐만 아니라 현재 한국에서 널리 알려진 구호단체들, 즉 월드비전, 국제기아대책본부, 굿네이버스, 컴패션, 해비타트 등을 보면 모두 기독교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는 기관들이다.

교회가 사회에 손길을 내밀되, 드러내지 않고 사랑으로 했다. 다른 말로 교양 있게 한 것이다. 그랬기에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선생이 학교 10개 세우는 것보다 교회 하나 세우는 것이 낫다고 한 것이다.

"경찰서 100개 세우는 것보다 학교 10개 세우는 게 낫고, 학교 10개 세우는 것보다 교회 하나 세우는 것이 낫다."

과거 한국교회는 사회보다 교양이 높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은 정반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다시 역전하여 교회가 사회보다 높은 교양을 갖춰야 한다. 이것이 지금을 살아가는 설교자의 책임이다.

교양을 쌓으려면 인문학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교양이 중요하다. 교회의 리더인 설교자의 교양이 사회의 리더보다 높아야 한다. 그러려면 교양을 쌓아야 한다. 어떻게 교양을 쌓을 수 있는가? 교양을 쌓으려면 인문학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신학을 공부하면 영성을 쌓게 된다. 신학을 한 설교자는 다음으로 인문학을 공부해서 교양을 쌓아야 한다.
김형석 교수는 2015년 9월 2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문학, 즉 휴머니즘과 기독교 정신은 하나의 강물에 흐르는 두 물줄기'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최근 세상에 부는 인문학 열풍의 이유는 '교회가 세상 사람들에 게 진리와 해갈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최근 인문학 열풍은 교회가 세상 사람들에게 진리와 해갈을 안겨주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으로도 볼 수 있다."

그가 인문학과 기독교 정신이 하나의 강물에 흐르는 두 물줄기라고 한 것은, 그리스도인에게 인문학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앙만 강조하면 교회주의로 흐르게 되고, 교회주의로 흐르면 목회자들이 큰 예배당 짓는 일에 몰두하고 교회를 위해서만 기도하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교회는 자신이 아니라 세상을 위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해야 한다.

세상, 국가, 그리고 민족을 위해 일하려면 인문학을 해야 한다. 영성을 갖춘 그리스도인이 교양도 쌓을 때, 교회는 물론 사회를 균형 있게 세우는 사명을 감당할 수 있다.

김도인
▲김도인 목사는 최근 3년간 <나만의 설교를 만드는 글쓰기 특강>, <언택트와 교회>, <독서꽝에서 독서광으로>, <설교자와 묵상>, <설교는 글쓰기다>, <설교는 인문학이다> 등을 잇따라 펴냈다. ⓒ이대웅 기자

김도인 목사는 아트설교연구원 대표이다.
저서는 『설교는 글쓰기다/CLC』, 『설교자와 묵상/CLC』, 『설교는 인문학이다/두란노』, 『설교를 통해 배운다/CLC』, 『독서꽝에서 독서광으로/목양』, 『감사인생(이재영 목사와 공저)/목양』, 『언택트와 교회/글과길』, 『나만의 설교를 만드는 글쓰기 특강/꿈미』, 『설교자, 왜 인문학 공부를 해야 하는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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