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환경오염과 그로 인한 우리 국민들의 고통,
인간 본모습 대한 자기반성 없는 사회가 겪는 고난
친환경기술 발전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공산주의자들과 중국인들 비현실적 인식 혁파해야
▲중국의 한 중화학공업 단지. 대기오염과 환경파괴 행태가 극심하다. ⓒbrecorder.com 캡처 |
◈공산주의와 환경파괴: 비현실적 인간 이해와 근거없는 변증법적 낙관론
계몽주의 시대 사상이 대개 그러하듯, 마르크스 공산주의 역시 철저하게 인간 중심적이다.
이들은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세계'를 꿈꿨다. 인간이 주체가 되고 인간의 계몽된 이성을 도구삼아, 인류 전체를 위한 도덕적 삶을 영위해 나가는 세계, 이것이 마르크스가 그리던 이상적 미래상이었다.
인간의 지성과 양심에 대한 그의 확고한 신뢰, 그리고 인류의 밝은 미래에 대한 신앙과도 같은 기대는 헤겔 사상의 직접적인 유산이었다. 헤겔은 인류 역사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모순-지양-종합'의 변증법적 진보 과정 덕에, 인간 정신이 하나님의 영과 합일되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헤겔은 인간이 지닌 원초적 죄성을 간과하고, 인간 스스로에 의한 자력구원을 설파했다. 이러한 주장은 기독교적 관점으로 보든, 아니면 인류 역사 현실에 빗대어 보든, 어느 편으로 보더라도 비현실적인 것이었다.
마르크스는 젊은 시절 청년 헤겔파에서 헤겔의 역사적 변증법 사상을 탐구하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변증법적 사회이론과 경제이론의 틀을 만들어 갔고, 이 과정에서 헤겔 사상에 배태되어 있던 비현실성을 그대로 계승했다.
마르크스 변증법은 우선 공산주의 사상을 통해 계몽된 혁명 전위 세력의 지적 능력과 도덕성에 무한한 신뢰를 보인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공산주의는 역사적 현실에서 원래 목표했던 민주적 프롤레타리아 독재로 나아가지 못하고 공산당 일당독재 혹은 일인 독재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경제이론은 19세기 당시 자본주의 현실에서 최첨단 산업이었던 중화학공업 육성을 산업 발전의 최종 목표로 삼는다.
중화학공업의 성공에 의한 생산력의 비약적 증대를 통해, 개개인에게 분배할 생산수단과 사회적 자산을 충분하게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공산주의 국가 경제발전에 대한 마르크스의 지침이었다.
▲중화학공업 육성을 인류 경제발전의 최종적인 종착점으로 여겼던 마르크스. ⓒnewstatesman.com 캡처 |
일당 독재 혹은 일인 독재를 정당화할 수밖에 없는 사상적 구조에다, 중화학공업 육성만이 진정으로 성공적인 공산주의 국가경제를 이룰 수 있다는 교설이 겹쳐진 까닭에, 대다수 공산주의 국가들은 중화학공업 육성을 위해 급진적이고 무리한 독재적 수단들을 총동원했다.
소련과 중국, 그리고 북한이 대표적이다.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선 직후, 서구 선진국들에 비해 경제적으로 크게 낙후되어 있었던 이들 국가들은 기존의 주력산업인 농업을 희생시키고, 인권과 복지, 그리고 과학적 전망을 묵살하면서 중후장대형 중화학공업 설비 구축에 나섰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회복 불가능한 수준의 자연환경 파괴를 일삼았다.
1958년 시작된 중국의 대약진 운동과 그 첫 번째 단계인 제사해 운동(除四害運動, 네 가지 해충을 제거한다는 뜻, 일명 참새 죽이기 운동 -편집자 주)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피해 규모가 심각했다.
농업에 투입해야 할 인력과 물자를 저질 고로 건설과 철 생산에 동원해 농업 생산력이 급감했고, 고로를 운용하기 위한 땔감의 무분별한 채취로 삼림이 크게 훼손되었으며, 농경지의 생태에 대한 면밀한 고찰 없이 무작정 농민들을 참새 사냥에 동원해 참새의 먹이가 되는 해충들이 급증했다.
그 결과 중국 전역에서 농경지와 삼림 황폐화, 생태계 파괴가 일어났고, 기근으로 3,000만명 가량의 대량 아사자가 발생했다.
▲중국 마오쩌둥의 대약진 운동, 그리고 그 일환이었던 제사해 운동으로 초래된 대기근 당시 한 중국 가정의 모습. ⓒborgenproject.org 캡처 |
◈중국 공산당과 환경파괴: 중국의 공산주의 정치경제 이념이 초래한 환경파괴
대약진 운동과 그 일환이었던 제사해 운동은 1962년 중단됐다. 그 폐해가 막대해서 중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중국은 이후로도 환경 보호를 도외시한 채, 중화학공업 육성 시도를 지속했다. 1976년에 마오쩌둥이 죽고, 1978년에는 덩샤오핑이 화궈펑을 제치고 중국 공산당의 최고지도자로 등극했다.
덩샤오핑은 중국의 낙후된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실용주의 노선을 택했고, 자본주의적 정책들을 상당부분 허용했다. 또 해외자본 유입을 독려하고 중국 기업들이 서방 선진국들의 기술을 도입하거나 탈취하는 일을 장려했다. 이러한 그의 정책은 흑묘백묘론(黑猫白描論)이라는 말로 대표된다.
하지만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덩샤오핑이 실용주의 노선을 택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선진 자본주의 체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삼았던 것은 아니다.
덩샤오핑은 마르크스와 마오쩌둥의 공산주의 책략에 따라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막대한 생산력을 이용하려 했을 뿐, 공산주의적 정치경제 이념을 포기한 적이 없다.
즉 중국은 여전히 공산주의 경제체제를 고수하는 나라로서, 원칙적으로 국가의 모든 생산수단과 재화를 중국 공산당 일당이 소유한다.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 재임 당시 미국 백악관을 방문한 덩샤오핑. 실용주의에 입각해 중국 경제성장의 초석을 놓은 인물로 평가된다. ⓒhistoryofyesterday.com |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 역시 마오쩌둥 시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현명한 판단을 그대로 믿고 따르면, 다른 모든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환경 문제 역시 순식간에 해결될 것이라는 근거없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강요했다.
그리고 중화학공업에 대한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의 집착 역시 달라진 바 없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세계무대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첨단 정보통신 기술, 반도체와 AI 기술 등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마오쩌둥식 공산주의 사상을 국가의 기본 이념으로 삼고 있는 중국 공산당의 궁극적 경제발전 목표는, 여전히 사람의 노동력을 주로 활용하는 중후장대형 중화학공업의 육성에 집중되어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의 환경오염 및 환경파괴 정도는 전 세계적으로 볼 때 가장 높은 수준에 올라 있다.
미국의 저명 과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로서 <총, 균, 쇠>(Guns, Germs, and Steel, 1997)의 저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 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문명의 붕괴>(Collapse: How Societies Choose to Fail or Succeed, 2005)라는 저서에서 한때 융성했던 문명이 완전한 붕괴에 이르는 가장 결정적인 원인으로 '해당 문명 구성원들의 환경을 바라보는 관점, 환경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을 지목했다.
그리고 현대 국가들 가운데 중국이 이러한 점에서 문명 붕괴 위험도가 가장 높은 국가들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그만큼 중국의 환경오염 및 환경파괴 수준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의 현재 환경파괴는 기독교적인 관점으로 진단해볼 때, 다음의 여러 요인들이 종합되어 초래된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우선 중국 공산당의 반종교적 태도로 인해, 중국인들에게는 지구와 인류 종말에 대한 위기감이 없다. 대다수 중국인들은 공산주의의 계몽주의적 인간관과 독재체제에 붙들려 모든 문제를 공산당 지도자들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근거없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리고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은 마르크스와 마오쩌둥의 시대에 뒤쳐진 교설로 인해, 환경파괴에 가장 커다란 역할을 하는 중화학공업의 무제한적인 육성에 집착하고 있다. 중국은 이 세 가지 요인이 맞물려 자국은 물론 주변국 전체의 자연환경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국내 미세먼지 문제의 가장 결정적인 원인인 중국발 미세먼지 유입 경로를 보여주는 기상도. |
중국의 공산주의 정치경제 이념이 바뀌지 않는 한, 중국의 심각한 환경오염 및 환경파괴 문제는 해결될 수 없으며, 그로 인해 한국인들은 앞으로 몇 세대를 더 중국의 오염물질 때문에 고통받아야 할지 모르는 암담한 상황에 처해 있다.
영화나 드라마 등의 제작 규모로 볼 때 미국에 못지않는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 대중문화 콘텐츠 업계에서 유독 지구와 인류의 멸망, 환경 생태의 완전한 파괴를 주제로 다루는 작품이 없는 것도,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의 환경 문제에 대한 비현실적 인식과 태도에 기인한다.
환경 파괴에 대한 위기감도 없고, 혹 위기 상황이 오더라도 영웅적인 공산당 지도자들이 해결해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중국의 환경오염과 그로 인한 우리 한국 국민들의 고통은 죄성과 무지에 사로잡힌 인간의 본모습에 대한 겸손한 기독교적 자기반성이 없는 사회가 감내하게 되는 고난의 한 양태로 볼 수 있다.
중국의 환경오염 문제, 그리고 거기에서 파생된 한국의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는 단순히 친환경기술의 발전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세계와 자연 생태에 대한 중국 공산주의 지도자들과 중국인들의 비현실적 인식을 혁파해야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