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다른 목사님들보다 그리 신학적 깊이가 있지 못합니다.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닌 모태 신앙도 아니고, 대학교 때부터 신학을 공부한 사람도 아니고, 40대가 되어서야 그리 잘 알아 듣지도 못하는 영어로 신학공부를 한 목사이기 때문입니다.
나름 신학공부가 재미가 있어 열심히 하긴 했지만 일을 하면서 사역도 배우면서 거기에다 아내가 함께 공부를 해서 가정 일도 도와주어야 했기 때문에 깊이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습니다. 너무 부끄럽지만 신학생이라면 반드시 읽어본다는 많은 유명 신학자들의 주석책들이나 강해 설교집들을 다양하게 읽어 본적이 없습니다.
저는 대학생 때 활동했던 선교단체에서 4년간 그 곳 지체들과 함께 했던 큐티를 통해 말씀 읽는 법을 배웠으며, 그 곳 형제들과 함께 모여 중보기도를 하면서 기도를 배웠습니다. 저희 집에 믿지 않는 가정이라 우리 가족들을 전도하면서 전도를 알게 되었고 힘든 삶 속에서도 만나는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면서 전도를 깊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역 기능 가정 가운데 믿었던 사람의 사기로 무너져 버렸던 가정을 놀랍게 회복시키는 하나님을 경험하면서 그 분에 대한 믿음이 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꽤 이성적인 사람입니다. 근데 오랫동안 삶의 현장에서 힘겹게 살아가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무리 깊은 신학적인 깊이를 가지고 이성적으로 이해되는 뛰어난 논리로 말씀을 잘 전하는 설교라도 삶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지금의 삶과 너무 괴리감을 만들어 삶을 더욱 더 힘들게 만드는 폭력이 될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을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운 진리라고 착각하면서 지냈다는 것을 말입니다.
물론 말씀 본문 그대로를 전하다 보면 사람의 마음을 찌르고 아프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절대 바른 진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알아가고 있습니다. 목사가 말씀 그대로를 바르게 해석하고 전달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절대 충분하지 않습니다. 거기에 하나님의 마음이 녹아 있지 않으면 절대 듣는 이의 삶을 변화 시킬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바른 신학적인 깊이를 가지고 성경 본문을 잘 해석해서 바르고 정확하게 전달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하나님의 마음 안에서 전달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아 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나님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그것은 간단합니다. 설교자인 제가 하나님과 깊은 교제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 분으로부터 넉넉한 은혜를 받고 누려야 하는 겁니다. 그것을 통해 하나님의 마음이 깊이 제 마음 가운데 심겨져야 하는 겁니다. 어떤 분들은 신학 서적을 통해서 어는 정도 그것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신학적인 공부를 통해서 어느 정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여러 가지 제자 훈련을 통해서도 알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마음은 처절한 삶의 현장에서 넘어지고 쓰러져서 견디기 힘든 아픔과 어려움 속에서 만날 때가 훨씬 많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프고 상처 받은 자들과 함께 하시면서 당신의 마음을 보여주시기 때문입니다. 그 치열한 삶을 살면서 깊은 신학적 깊이와 넓이를 갖추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저는 그렇지 못한 부족한 목사입니다. 그래서 그리 신학적인 깊이가 없습니다. 생각이 그리 넓고 광대하지 못합니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나와 같은 분들에게 은혜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힘든 삶 속에서 허덕이면서 하루하루 하나님의 은혜를 붙들고 겨우겨우 버티면서 살아가는 자들에게 힘이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그것 만으로 저는 충분합니다. 부족하고 깊이가 없는 저를 통해 삶의 가장 힘든 바닥에서 참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저를 통해 조금이나마 만나고 경험할 수만 있다면 그걸로 감사할 일입니다.
깊이가 없어도 사람을 살리는 은혜의 사람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