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50년 만에 처음으로, 무슬림이 아닌 복음주의 개신교 기독교인을 새로운 경찰청장에 임명했다.
카톨릭아시아뉴스(UCA News)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리스요 시깃 프라보우(Listyo Sigit Prabowo)는 지난 1월27일(현지시간) 전임자인 이담 아지스의 뒤를 이어 경찰청장에 임명됐다.
개신교 신자인 리스요(52)는 50여 년 만에 인도네시아의 공직을 맡게 된 첫 기독교인이며, 1945년 8월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령 동인도에서 독립을 선언한 이후, 세 번째로 탄생한 공직자이다.
리스요는 이슬람 단체의 반대에도 불구, 인도네시아의 하원인 인민대표자회의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유일한 후보다.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가까운 협력자(close ally)”로 알려진 리스요는 임명식에서 “다양성의 증진과 편협함, 급진주의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종교의 자유를 지지하며 “믿을 수 있는 투명한 경찰을 만들고, 국가의 모든 시민들의 보호자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리스요는 지난달 온라인에서 명예훼손 및 증오 표현을 규제하는 인터넷법을 시행할 때 경찰에 더 많은 재량권(discretion)을 부여하도록 요청했다.
이는 인도네시아 최고 이슬람 성직기구인 ‘울레마 평의회’ 지도자인 무히딘 주나이디(Muhyiddin Junaidi)가 신임 경찰청장이 무슬림이어야 한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주나이디는 “비록 인도네시아는 세속국가이지만, 경찰의 지도자가 이슬람 출신배경을 갖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어느 나라의 지도자라도 대다수 국민의 종교와 같은 종교를 갖는 것이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인도네시아 교회 공동체(CCI/PGI)는 그의 임명에 대해 “중요한 것은 그의 과거 업적과 성공, 그리고 민주주의자로서 자유롭지만 질서정연한 인도네시아 미래에 대한 비전”이라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이 단체는 또 인도네시아 운동당 총재이자 국방부장관인 프라보우 수비안토(Prabowo Subianto)가 표방해 온 ‘소수 종교 단체에 대한 권익 보호’가 여전히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인도네시아 평신도 주교위원회의 폴루스 크리스찬 시스완토코(Paulus Christian Siswantoko)사무총장은 그의 임명에 대해 “대통령이 종교적 소수 민족 출신을 새 수장에 임명함으로써, 인도네시아 국민이라면 누구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동등한 권리가 있음을 보여줬다”며 “이것은 국가가 종교나 소수 또는 다수가 아닌, 성과와 실적, 비전에 따라 지도자를 선택한다는 단언”이라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 인구가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오픈도어즈 2021년 세계박해감시목록 기준, 세계에서 47번째로 기독교 박해가 심한 나라로 꼽힌다.
일부 인권단체들은 인도네시아가 최근 몇 년간 ‘더욱 보수적인’ 이슬람 성격을 취했으며, 이로 인해 동남아 국가의 기독교인들의 상황이 악화됐다고 보고 있다.
앞서,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2020년 인도네시아를 심각한 종교자유 침해에 관여하는 국가 명단인 ‘특별감시대상국’에 등재할 것을 미 국무부에 권고했다.
USCIRF는 당시 연례보고서에서 “서 자바, 자카르타, 동 자바 주에서 소수 종교공동체를 향한 차별, 혐오 발언, 폭력행위, 예배당 건립 허가 거부 등 종교적 편협성 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