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자유’를 요구하다가 베트남에 수감된 목회자의 가족들이 당국으로부터 신앙을 포기하라는 압박과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크리스천 포스트가 자유아시아방송(Radio Free Asia, RFA)을 인용해 1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 중부 고원 지아라이 지방에 거주하는 이 이치(Y Yich) 목사는 2007년 베트남 몬타냐드 지역 주민들을 위해 토지와 종교의 자유를 요구하는 시위에 관여한 혐의로 징역 6년을 살다가, 2013년에 다시 체포되어 12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목사의 아들인 음루이(Mrui)는 최근 RFA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수감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계속 박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아버지는 2013년에 국가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고 (당국은) 그분이 신앙을 버리도록 강요했다”면서 “마을, 구청 공무원들이 우리를 감시하기 위해 계속 집을 방문했고, 나를 5, 6번이나 소환해서 때리고 죽이겠다고 위협하며 신앙을 버리도록 강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도관들이 아버지를 구타해 현재 모든 치아가 빠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우리 가족은 심각한 고난을 겪고 있고, 베트남 당국은 소수민족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고 억압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베트남 인민 복음회(Vietnamese People’s Evangelical Fellowship)는 이치 목사가 고혈압, 류머티즘, 위염 등으로 진료를 요청했으나 교도소는 이를 거부하며, 가족이 보내온 의약품도 전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RFA는 지난 10일 사회 단체들과 만나 국제 인권 침해의 실태를 논의했다. 박해 감시 단체들에 따르면 베트남의 기독교인들은 정부와 부족 지도자들 모두의 표적이 되고 있다.
국제 인권 감시 기구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HRW)’는 지난 6월 베트남의 인권 침해 실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베트남 당국은 2019년 말부터 단속을 집중적으로 강화했다. HRW가 보고한 통계에 따르면 ‘표현 및 결사의 자유’를 행사하다가 수감 중인 베트남인은 최소 150명 이상이며, 15명 이상은 재판 전 구금상태에 있다.
필 로버트슨 HRW 아시아본부 차장에 따르면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최악의 인권 기록을 가진 나라 중 하나에 해당한다.
그는 자유아시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베트남은) 정치범 수가 가장 많으며 매우 긴 징역형을 선고하고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시민적, 정치적 권리나 표현의 자유, 평화적 집회권과 정부의 허가 없이 결사할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12년 또는 14년간 감옥에 수감된 사람들을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로버트슨은 베트남 당국은 ‘종교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한 단속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에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유럽과 북미의 많은 나라들이 자신들의 상황에 몰두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혼란을 틈타 단속을 재개한 사례가 분명히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이하, USCIRF)는 2020년 연례 보고서에서 베트남 북부와 중앙 고원에 사는 몽족(Hmong)과 몬타그나드(Montagnard) 기독교인들은 종교를 이유로 정기적으로 학대와 구금, 추방을 당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USCIRF는 2002년부터 매년 미 국무부에 베트남을 ‘특별 우려국’에 지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베트남은 올해 오픈도어즈USA가 선정한 최악의 기독교 박해 국가 중 21위에 속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