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5일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유대인들의 국가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중 UAE 및 바레인이 평화협정을 맺었다. 소위 아브라함 협정이다. 이것은 역사에 길이 남을 중요한 사건이기에 기억하기 좋게 글의 시작에 날짜를 명시했다. 무슬림들은 유대인과는 철천지 원수지간이라고 어려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을 것이다. 이들이 따라야하는 최고의 기준은 꾸란(이슬람의 경전)이며, 이들이 닮아야 하는 최고의 행동모델은 무함마드(이슬람의 창시자)이기 때문이다.
꾸란에서는 기독교인들과 유대교인들을 아흘릴키탑(책의 사람들, 성서의 백성들)이라고 하여 특별히 구분하여 취급한다. 우상숭배자들은 경전이 없는데 유대인과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의 경전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에서 존경의 의미로 붙인 이름일 것이다. 물론 꾸란이라는 이슬람의 경전도 무함마드가 죽은 한참 뒤에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아라비아 반도에서 경전을 가지고 있는 종교는 매우 특별했을 것이다. 그래서 우상숭배자들이나 다신교도들은 전쟁포로가 되면 죽임을 당하거나 노예가 되었는데, 성서의 백성들은 지즈야(Jizya: 죽이지 않는 대가로 지불하는 세금)를 내면 딤미(Dhimmi: 2등 시민)신분으로 살 수 있도록 특혜를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란에는 "경전의 백성들은 이슬람으로 개종하지 않으면 모든 피조물 중에 가장 사악한 자들이며 영원한 지옥 불에 던져질 것이다"(꾸란98:6)라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유대인과 기독교인들을 친구로 삼지 말라(꾸란5:51)"고 꼭 집어서 명령하고 있다.
이슬람 제2의 경전이라고 하는 하디스(무함마드의 언행록)에도 유대인들에 관련된 내용들이 많이 있다. 방송이나 설교를 통해서 너무나 많이 인용되고 있어서 정상적인 무슬림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는 유대인의 멸망과 관련된 유명한 하디스가 있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마지막 심판 때에 무슬림들이 유대인들과 전쟁을 일으킬 것인데 알라께서는 무슬림들에게 승리를 주실 것이다. 그 때에 바위와 나무들이 "오 무슬림이여 내 뒤에 유대인이 숨어 있으니 와서 죽이시오"라고 소리 지를 것이다(Sahih al-Bukhari 2926, Sahih Muslim 2921, Sahih al-Bukhari 3593).
이런 내용의 방송이나 가르침을 어려서부터 듣고 교육받은 사람들은 유대인들을 친구로 삼는다는 것을 상상도 못 할 것이다.
그래서 아랍의 지도자로서 최초로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었던 이집트의 사다트 대통령은 열병식을 하다가 군 장교 칼렛 이슬람불리(Khaled Islambuli)에 의해서 암살당했다. 그는 대통령을 죽인 죄로 사형을 당했지만 죽으면서도 자신의 행위는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어머니는 사다트가 유대인들과 미국에게 나라를 팔아먹었다고 주장하면서 대통령을 죽인 자신의 아들을 자랑스러워했다. 이란 정부는 15일 동안 그녀를 국빈으로 초청하여 아들의 이름으로 세운 광장, 아들의 이름으로 명명된 거리, 아들이 옥중에서 울부짖는 모습을 담은 기념우표, 아들의 이름으로 명명된 다리, 마을, 로터리, 광고판 등을 보여주며 당신의 아들이 얼마나 위대한 일을 했는지를 확인시켜 주었다고 한다. 그 중에 "'순교자' 칼렛 이슬람불리(Khaled Islambuli)"라는 광고판이 가장 감동적이었단다. 알라의 이름을 위해서 목숨을 바쳤으니 '순교자'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를 대통령을 죽인 테러범이라고 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유대인을 친구로 삼은 이슬람의 배신자를 죽인 용기 있는 사람"이라는 주장이다. 그녀는 원리주의 무슬림들의 영웅인 오사마 빈라덴을 직접 만났으며 그녀의 딸은 오사마 빈라덴의 아들과 결혼시켰다고 한다(Dream TV 2011.9.12.).
모든 무슬림들이 다 이렇게 행동하거나 그렇게 말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하는 사람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지는 못한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 알려지면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슬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대통령을 죽이면 자신이 처형당할 것을 알면서도 목숨을 걸고 그런 행동을 한 사람을 칭찬한다든지 존경한다든지 등 공개적으로 긍정적 표현을 해 주는 것이 자신에게 득이 될지언정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두 개의 아랍국가가 동시에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는 경천동지할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독실한 복음주의 기독교인이며 친이스라엘 정치인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의 그 많은 업적 중 중동평화를 위해서 이루어 놓은 가장 빛나는 업적 중 하나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지금껏 아무도 이룰 수 없었던 중동의 평화는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 간의 갈등이 주원인이며 이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세계평화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는 국가 간의 이해를 따지는 정치적인 이유도 있지만 세계 인구 4명 중 한 명에 이르기까지 성장한 이슬람이라는 종교의 교리가 유대인들의 멸망은 무슬림들의 의무라고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면 어떻게 이 일이 가능하게 되었을까? 단지 중재자 역할을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 동안 중동에 대단한 변화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이슬람의 시야파와 수니파의 대립과 이란의 핵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정치적으로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던 이란은 자국의 안전을 위해서는 강력한 군사력인 핵무장이 필수라고 생각하고 아락(Arak), 나탄즈(Natanz), 파르친(Parchin) 등지에 비밀리에 핵프로그램을 추진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국제사회는 2002년부터 이란의 비밀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였다. 그러던 것이 2013년 온건한 성품을 가진 하산 로허니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되었고 드디어 2015년 7월 14일 미국을 비롯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독일(P5+1)은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동결하고 나탄즈 이외의 농축시설은 보유하지 않으며 농축시설 증축을 하지 않으며 15년 동안 3.6% 이상으로 농축하지 않는다는 것과 서방세계는 이란의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란과의 핵협상을 타결하였다. 온 세계가 열광하였고 유럽의 정상들은 앞 다투어 이란과 경제협력과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위하여 이란으로 달려갔다. 이 때 한국의 박 대통령도 히잡을 썼다는 이유로 국내 여론의 지탄을 받기도 했지만 이란과 경제협력을 위하여 이란을 방문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에 반발하면서 본 합의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지를 멈추기에는 부족하다며 폐기가 아니라 동결과 동시에 비록 낮은 농도지만 농축도 가능하다는 것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핵무기 개발을 계속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남겨두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은 사찰단의 감시가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며 자신들은 평화적인 목적으로만 기존의 핵시설을 사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6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 이란과의 핵협상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라면서 불만을 표했다. 그러던 2018년 4월 30일 이스라엘의 네탄야후 총리는 모사드 요원들이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슈러버드 지역에 있는 한 비밀창고에서 CD 183장, 5만5천 쪽 분량의 핵개발 문서를 발견해 빼왔다고 방송을 통해 전 세계에 알리면서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협상국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유럽 기업들에 6개월 간의 유예기간을 주면서 이란과의 경제교류를 멈추지 않으면 미국의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란의 경제는 급격히 추락하였고 협상 참여국들은 일제히 미국의 태도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유럽연합은 협정을 계속 준수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던 중 시야파의 종주국인 이란의 군부 실세였던 거셈 솔레이머니가 2020년 1월 미국의 드론 공격에 살해되자 이에 대한 반응으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정한 핵 프로그램 동결·제한 규정을 더 이상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말하자면 핵무기를 개발해서 보복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미국은 이에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가하면서 이란을 압박하지만 수니파의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장이 매우 곤혹스럽게 되었다. 이란이 핵을 가지게 되면 시야와 순니의 종주국 간의 힘의 균형이 무너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이슬람권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위상이 실추되는 것이다.
미국의 CBS방송에 의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는 3월 15일 만일 이란이 핵무기를 가지면 우리도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핵무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그는 굳이 이란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면서 이란은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쟁상대나 적수로 보기는 어렵다고는 했지만, 이란의 최고 지도자 어여톨라 허메네이를 중동의 히틀러로 비유하면서 언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매우 위험한 존재라고 했다(NewDaily 2020.3.17.).
결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태도가 달라지면서 시야파의 종주국인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이를 막기 위해서는 뭐든지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여기서 뭐든지 할 것이라는 말의 의미는 수단과 방법에 제한 없이, 심지어는 이슬람의 경전 꾸란의 가르침을 거스리는 행위, 즉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도 가능하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바레인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리 하나로 연결된 나라다. 바레인은 사우디아라비아 도움이 없으면 존재 자체가 위협을 받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국민의 2/3가 시아파이고 1/3이 수니파이지만 통치권은 수니파가 잡고 있기 때문에 수니파의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의 도움이 없으면 안정적 통치가 어려운 상황이다. 2011년 아랍의 봄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을 때도 사우디아라비아가 정부군을 파견하여 수습했다. 그러므로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는 등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의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원리주의 이슬람 국가이며 이슬람의 가장 철저한 와하비파 이슬람을 신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라께서 저주하여 원숭이와 돼지로 만들었다(꾸란2:65)는 유대인들과 평화협정을 맺는다는 것은 꾸란의 말씀보다는 시야파의 종주국 이란의 핵무장을 막는 문제가 더 급하고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 신기한 것은 이번 트럼프의 중재로 두 개의 아랍국들이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순니파 이슬람국가들이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팔레스타인은 즉각 반발을 했지만 이란은 UAE에게 불만을 표하는 정도였다.
이란은 매년 라마단 금식이 끝나는 마지막 금요일을 루제 꾿쓰(Ruze Quds)로 명명하고 팔레스타인을 위한 궐기의 날로 지키고 있다. 이 날은 반 유대인, 반 이스라엘 운동을 통해서 국제적으로 팔레스타인의 입장을 지지하며 그들의 입장을 온 세계에 호소하는 날이다.
심지어 이란은 각 도시마다 대형 전광판을 만들어 이스라엘의 멸망까지는 0000일 남았다며 공개적으로 카운트다운하고 있다.
이슬람의 교리가 변하지 않고 꾸란을 포기하지 않는 무슬림들이 남아있는 한 화로의 재 속에 묻혀있는 불씨처럼 항상 위험성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잊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사이에 '아브라함 평화협정' 맺어졌다. ©The White House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바레인과 UAE에 그치지 않고 아직도 더 많은 이슬람국가들이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을 것이라면서 기대에 부풀어 있다.
중동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장 보수적인 원리주의 이슬람의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 빈 살만은 여성들에게 운전면허를 발급해 주고 축구경기 관람을 허락하는 등 변화의 발걸음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역사상 최초로 이스라엘의 민간항공기가 사우디아라비아 상공을 가로질러 아부다비 공항에 도착한 것은 비록 사우디아라비아가 직접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기에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지만 주변 국가들의 평화협정에는 눈감아 주고 있다는 것만 해도 희망이 싹트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남편의 허락 없이는 여행이나 외출을 금하는 여성들의 보호자(Guardian)제도가 아직도 남아 있고 여성인권과 법적 지위, 상속 등 차별을 생각할 때 갈 길은 아직도 멀어 보인다. 하지만 변화의 방향을 바꾸지 않고 한발자국씩 전진해 나간다면 이슬람권에도 인간의 기본권(종교선택의 자유, 개종의 자유, 전도의 자유,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이 존중되는 세상이 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만석 선교사(무슬림선교훈련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