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파푸아주에서 살해된 기독교 목사가 군 장교에게 고문을 받다가 숨진 정황이 최근 밝혀졌다고 크리스천 포스트가 4일 보도했다.
1일 인도네시아 인권위원회(Komnas HAM)는 지난 9월 19일에 살해된 인도네시아 복음 성막교회 담임인 예레미아 자남바니(Yeremia Zanambani) 목사가 도난 당한 군사 무기에 대한 정보를 빼내려는 군부에 의해 고문을 받았다고 현지 언론을 통해 밝혔다.
자남바니 목사는 올해 67세로 성경을 파푸아의 ‘모니(Moni)’ 방언으로 번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아내는 사건 당일, 그가 총상을 입고 왼팔은 거의 잘린 채로 돼지우리에 얼굴을 누인 상태로 발견됐다고 전했다.
사건 보고서에 따르면, 사망한 목사의 신체에는 날카로운 흉기로 인한 상처도 발견됐다.
인도네시아 인권위 국장인 모함마드 코이룰 아남(Mohammad Choirul Anam)은 보고서가 “최소 2명의 목격자에게 그가 죽기 전 3, 4명의 다른 군인과 함께 현장에 있었다는 진술을 토대로 한 것”이며 “그의 죽음은 사법 관할 외(extrajudicial) 살인 행위로 인해 발생했다”고 밝혔다.
파푸아는 1969년 과거 네덜란드 식민지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통제를 공식화한 ‘자유선택법’이 통과된 이후, 군부와 파푸아 분리주의자들 사이에 대립이 이어져왔다.
특히 자남바니 목사의 살해는 인도네시아 교회연합회가 대통령에게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등 현지 기독교인들의 공분을 샀다.
인권위의 베카 울롱 합사라(Beka Ulung Hapsara) 위원은 로이터 통신을 통해 “시민들이 인도네시아군이나 경찰로부터 분리주의 단체에 합류했다는 의심을 받아 희생자가 된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교회 공동체 사무총장인 자클빈 프리트 마누푸티(Jacklevyn Frits Manuputty) 목사도 인권위가 내린 결론을 지지하며 정부의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역에서 존경받던 지남바니 목사가 살해되자 당시 인근의 히타디파 주민 1100명도 숲으로 피신했다고 아시아 뉴스는 전했다.
파푸아 인도주의 팀원인 하리스 아즈하르(Haris Azhar)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토록 존경받는 성직자가 살해되어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민들 역시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엠네스티 인도네시아 지부는 군부가 원활한 채광 작업을 위해 주민들이 특정 지역을 의도적으로 떠나도록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도네시아 군부는 지난 10월에도 두 명의 가톨릭 신자들을 분리주의 반군이라고 비난하며 살해했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교가 전체의 87%를 차지하는 반면, 파푸아는 인구의 80% 이상이 기독교인으로 구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