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북인도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와 섭씨 50도까지 육박하는 폭염,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메뚜기떼가 라자스탄주를 거쳐 인도 중앙까지 와서 모든 농작물, 나뭇잎을 다 먹어 치우고 있습니다. 여호와의 크고 두려운 날을 기억나게 합니다. 이 가운데 고통받는 백성들을 불쌍히 여겨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상황화(Contextualization)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때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문화 형태에 맞도록 전해서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접근 방법을 말하는데요. 상황화 하지 않은 하나님의 말씀은 이해가 되지 않고, 현지 문화에 지나치게 상황화 하면 말씀의 본질이 상실되는 문제점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문화, 즉 텍스트(text)와 콘텍스트(context) 사이에 적절한 밸런스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교사는 이런 상황 속에서 다음의 네 가지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이른바 'M.A.W.L.', '몰'이라고 하는 단계를 말하는데요. 첫 번째 단계의 'M'은 모델(Model)을 말합니다. 현지인들에게 사역의 모델을 보여주는 단계인데요. 이 단계에서 선교사는 현지인들에게는 마스터(Master)가 됩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보여주고 따라 하도록 하는 단계입니다. 예를 들면 성찬식의 의미를 알려주고 포도주와 무교병을 사용하여 성찬식을 행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단계의 'A'는 어시스트(Assist)로, 현지인들이 사역하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선교사는 현지인들의 사역을 돕는 조력자(Assistant)가 됩니다. 성찬식의 예를 들면, 과거 인도의 어느 교회는 성찬식을 행하기 위해 해외에서 포도주를 대량으로 수입해서 비난을 받기도 했는데요. 이제는 현지 교회가 포도주를 교회에서 직접 담가 사용하기도 합니다. 현지인들이 포도주를 수입하기 보다는 직접 만들어 사용해도 된다는 생각의 전환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단계의 'W'는 워치(Watch)를 말합니다. 이제는 현지인들이 사역을 주도하고 선교사는 옆에서 현지인들의 사역을 관찰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선교사는 현지인들의 관찰자(Watchman)가 됩니다. 시골 지역에 있는 인도의 어떤 교회들은 성찬식을 행하면서 포도 주스를 구하기 힘든 현지 사정 때문에 블랙 티(홍차)나 코카콜라를 성찬식용 포도주로 대용하기도 하는데요. 블랙 티나 코카콜라를 성찬식용 포도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는 신학적인 논쟁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선교사는 현지인들의 이러한 입장을 관찰하면서 현지의 교회 리더들과 신학적인 논쟁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논쟁이 건강하게 이뤄질 때 현지의 교회는 신학적으로도 성숙하게 되고, 현지 교회의 리더십은 한 단계 성장할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네 번째 단계의 'L'은 리브(Leave, 떠나다)를 의미합니다. 이제 선교사는 현지인들에게 모든 사역과 교회의 일정을 맡기고 그들의 곁을 떠나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 선교사는 현지인들의 손님(Guest)이 됩니다. 이제는 그들의 손님으로서 그들의 사역을 격려하고 칭찬하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단계의 'L'을 'P'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P'는 파트너(Partner)를 의미하는데요. 현지의 사역을 완전히 떠나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로서 협력하고 동역하는 동역자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선교사는 상황화 과정에서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절대적인 신앙과 문화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선교사 자신의 위치와 현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적절하게 나타나야 하는데요. 이러한 관계가 잘 이뤄질 때 선교사는 다른 문화 속에서 복음이 효과적으로 잘 증거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것입니다. 문화의 영향력이 매우 강해서 복음과 충돌을 일으키는 힌두 문화 속에서 복음과 문화의 밸런스가 잘 갖춰진 상황화가 이뤄지고, 선교사는 그 속에서 자신과 현지 교회와의 관계를 건강하게 세워나갈 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yoonsik.lee201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