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예방, 한국 초기 선교에 중요한 역할
국가적 탄압도, 천재지변 아닌데 예배 전환
비상상황 터진 것... 교회론 바뀔 일은 없어
신학자들은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온라인 예배' 전환과 관련, 역사적·신학적·교회적으로 다양한 담론들을 꺼내놓았다.
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소장을 오랜 기간 맡아온 박명수 박사는 "한국 선교 초기인 1886년 콜레라가 유행했을 때는 선교사들의 노력에도 별 성과가 없었지만, 1892년 다시 한 번 콜레라가 크게 창궐했을 때는 각 교회들을 동원해 곳곳을 소독하고 사람들에게 주사를 맞혀 많은 이들을 치료했다"며 "고종이 감사의 뜻으로 교회 신자들에게 하사금을 내렸고, 그 돈으로 새문안교회를 지었다"고 소개했다.
박 박사는 "전염병 예방 사역이 한국교회 초기 선교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에는 콜레라가 한번 유행하면 모두 죽어나가던 시대"라며 "이를 서구 의학으로 치료하면서 선교사들이 신뢰를 받게 됐고, 선교에도 큰 도움이 됐으며, 전염병 예방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천 년 전 전염병이 유행하면 사람을 그냥 내다 버리던 시대에, 초대교회 성도들도 환자들을 잘 보살피고 죽으면 정성껏 장례를 치르면서 사람들이 '저런 공동체에 들어가야겠다'는 마음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며 "기독교는 역사적으로 전염병 예방에 가장 앞장섰던 종교"라고 전했다.
김병훈 박사(합동신대)는 이재명 지사의 '종교집회 전면금지 긴급명령'과 관련, 자신이 시무하는 나그네교회 당회 논의를 거쳐 성도들에게 이미 관련 내용을 제시한 바 있다.
교회 측은 △주일 공예배는 절대적이며 도덕적이고 영구적인 하나님의 명령이므로 지켜나갈 것 △전염병의 상황을 고려해 주일 공예배를 드리고, 정부 지침을 존중해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자 노력할 것 △방역 당국 지침인 '실내 공간에서 2m 이내 밀접접촉'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 △지침 준수를 위해 현 예배당 크기를 감안, 주일 공예배 참석자 규모를 교역자 포함 30명 이내로 제한할 것 △예배당 참석시 교인 간격 3m 유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가정에서 영상으로 예배드릴 것 등이다.
김 박사는 "감염병 특별관리 지역으로 지정된 대구와 경북 청도 주민들이 잘 극복하기를 기도하고, 정부 관계자와 의료인들의 지혜와 강건함을 위해, 사회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농민의 안녕과 생계를 위해, 모든 교우들의 신앙과 생활의 평안을 위해, 합동신대 학사일정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성도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이는 이재명 지사와 논쟁할 일이 아니다. 긴급명령 검토의 이유가 밀접 접촉에 대한 우려 때문이니, 그 원인을 해소하면 되는 것"이라며 "정부의 방역 지침을 잘 반영하면서도 예배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배덕만 박사(기독연구원 느헤미야)는 "이번 사태는 굉장히 예외적이고 특별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공산권이나 이슬람권에서 비일비재한, 국가적 탄압에 의해 교회가 없어진 경우가 아니다. 그렇다고 전쟁이나 천재지변이 나서 불가항력적으로 예배를 드릴 수 없었던 경우도 아니다"며 "새로운 현상이고, 드문 경우"라고 전했다.
배 박사는 "예전에는 국가별 교류가 제한적이었기에, 한 곳에서 유행한 질병이나 전염병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경우가 없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도시에 인구가 집중돼 있고 통신수단이 발달돼 접촉과 이동이 빨라져, 예상치 못한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나 확산될 경우 통제할 길이 없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교회도 지난 100여년간 겪어보지 못했던 일"이라며 "국가도 교회도 처음 겪는 일이라 어찌할 바를 모르다 보니 온갖 억측과 논쟁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사태가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일각에서는 '모이는 예배와 흩어지는 예배'에 대한 신학적 논쟁도 벌어지는데,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당연히 '모이는 예배'가 정상이고 표준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금은 난리가 난, 비상상황이 터진 것이다. 앞으로 모이는 예배가 사라지고 온라인으로 대체되거나 온라인 예배가 주류가 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 박사는 "결과론적이지만, 인터넷 매체의 발달 덕분에 온라인 예배 등의 방식으로 어설프고 어색하지만 나름의 대안을 빠르게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이번 사태로 교회론이나 예배론이 바뀌리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