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가 최근 군산한일교회에서 제104회 총회를 속회해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아카데미하우스를 매각하기로 했다. 총대 419명 중 219명이 찬성한 결과다. 반대는 194명이었다.
아카데미하우스는 故 강원용 목사를 중심으로 지난 1965년 설립된 '한국 크리스찬 아카데미'를 일컫는다. 통상 '크리스찬 아카데미'로 불린다. 설립 후 '대화'라는 이름의 모임을 통해, 기독교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의 지식인들이 자유롭게 서로 대화하고 토론했던 장이었다.
특히 1970년대 민주화 '성지'(聖地)로 그 이름을 알렸다. 민주주의를 갈망했던 사회 각계의 지식인과 운동가들이 이곳에 모여 대한민국의 방향과 미래를 구상했다. 1975년 「크리스찬 아카데미 10년사」를 썼던 민경배 박사(백석대 석좌교수)는 이곳을 "시대의 숨통"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민 박사는 "크리스찬 아카데미는 우리나라에 '대화'라는 엄청난 구도를 만들어 냈다"며 "무엇보다 민주화의 거대한 궁전과도 같았다. 그야말로 유일했던 통로였다. 많은 지식인들이 이곳에서 숨을 쉬었다. 종교와 이념을 넘어 여기서 다 풀고 서로 대화했다. 한국 근대사의 성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했다.
크리스찬 아카데미는 원래 강원용 목사가 만든 '재단법인 크리스찬 아카데미'(現 여해와 함께) 소유였다가 지난 2005년 기장 유지재단으로 넘어갔다. 크리스찬 아카데미의 '공공성' 등을 감안한 결과였다. 이후 기장은 이곳으로 본부를 옮겼다. 일부 건물은 숙박 시설로 사용됐다.
그러다 지난 2014년 12월 기장은 본부를 지금의 한국기독교연합회관으로 옮겼다. 크리스찬 아카데미는 외부 업체에 임대했다. 그런데 이후 리모델링 과정에서 관련 업체들 사이에 문제가 생겼고, 그 여파 등으로 기장이 이 건물을 계속 유지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매각 결정엔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기장 교세의 쇠퇴가 보다 근본적 원인"이라는 의견도 있다.
물론 194명의 반대표가 보여주듯, 교단 안에서도 상징적 건물을 매각하는 데 대한 우려가 컸다. 그래서 총회 결의에도 불구하고 최종 매각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역사 학계는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민경배 박사는 "기장은 비록 매각을 결정했지만 크리스찬 아카데미는 한국교회가 기념비적으로 보존해야 할 곳"이라며 "만약 다른 곳에 팔린다면 너무 안타까울 것"이라고 했다.
김명구 박사(연세대 이승만연구원)는 "크리스찬 아카데미가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은 굉장히 컸다. 특히 한국 기독교의 지성적 지평을 넓히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어쩌면 지금이야 말로 다시금 그 역할이 필요한데, 내부 사정이 있겠지만, 이런 곳을 매각하기로 한 기장의 결정이 역사가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