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초기에 권력자의 박해받는 처지였으나
나중에는 오랫동안 위정자의 보호자 역할 구도
종교개혁 운동조차 정치와 종교가 결합돼 진행
대통령 탄핵 시위는 정당, 하야 시위는 부당?
웨민, 예외적 경우 위정자에게 권면 가능하고
반응 없으면 시민 저항권 행사할 수 있다 선언
단 기독인들 행동에 격조, 질서, 품격 유지 필요
1. 최근 교회 지도자들이 국가 권력자를 향해 거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상당수 기독인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下野) 운동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현 대통령을 나치 정권의 히틀러에 비교하고, 히틀러 제거 운동에 가담한 본회퍼 목사의 예를 들면서 "미친 자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다"고 주장한다.
2.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 1천만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하야하지 않으면, 촛불 혁명으로 정권을 쟁취한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할 것이라고 한다.
3.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기독교 지도자 656명은 현 정권의 방향 개선을 권유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고, 국익을 파괴하며, 적대국 편을 들며, 우방국을 적으로 만든다고 지탄했다. 목포와 광주에 있는 큰 규모의 목회자도 주일예배 시간에 현 정권을 비난하는 이와 비슷한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구 지역 기독교 지도자들도 11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권 하 지난 2년 동안 우리나라의 모습은 헌법에 명시된 자유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것 같은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4. 저명한 윤리 운동가 손봉호 박사(고신대 석좌교수)는 "정치에 대해 기독교가 할 수 있는 발언은 성경의 원칙에 입각한 아주 보편적인 것뿐"이라고 주장하면서 한기총 중심의 움직임에 유감을 표한다.
기독교 방송과의 면담에서 "인권을 존중하자. 정의를 확립하자. 평화를 추구하자. 이런 것에 국한돼야 한다고 한다", "기독교가 구체적인 정치 문제에 대하여 발언하는 것은 기독교 원칙에 어긋나고 또 역사적으로 아주 위험한 것이라는 결론이 나 있다"고 말했다. 과연 그러한가?
5. 한국 기독교 원로 지도자 25명은 기자회견을 가지고 전광훈을 거짓 선지자, 정치적 이단자, 복음 왜곡자라고 폄하했다. 극단적 적대 이데올로기를 하나님의 이름을 빌어 내세우고, 연합기구를 이데올로기의 도구로 추락시키는 자라고 지탄했다. 그의 행보가 반성경적이며, 반복음적 폭거, 신앙적 타락이라고 비난했다. 서명자 명단에는 김명혁, 림인식, 민영진, 박종화, 손봉호, 정주채, 전병금 목사 등이 포함되어 있다.
6. 위정자에 대해 양분되어 있는 한국 교계의 시각 중 어느 것이 성경과 기독교 교리에 충실한가? 교회와 기독인이 국가적, 정치적 심대한 현안에 적극적인 발언을 하고 대형 시위에 가담하는 것은 정당한가, 아니면 침묵하는 것이 마땅한가?
7. 기독교는 하나님께서 정치 권력자를 세워 그를 수단으로 세상을 통한다고 본다. 교회와 기독인들이 마땅히 그를 존경하고 통치에 순종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비록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같지 않아도 국가의 최고 권력자의 권위를 인정하고 통치를 따르라고 한다.
8. 역사적으로 기독교와 정치권력은 밀접한 관계이다. 기독교 초기에는 기독인들이 권력자의 박해를 받는 처지로, 나중에는 교회가 오랫동안 위정자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구도를 유지해 했다. 니케아공의회 기독론만이 아니라, 종교개혁 운동조차 정치와 종교가 결합된 채 진행되었다. 독일 선제후 프레드리히 3세의 요청에 따라 만들어진 하이델베르크 신앙문답(1563)도 어떤 의미에서 정치와 기독교의 결합 구도의 산물이다.
9.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1647)는 기독교 개혁파의 대표적 교리문서이다. 성경이 제시하는 진리와 구원 교리를 설명하고 있다. 철저하게 성경에 근거하여 핵심 교리들을 천명한다. 이 고백문서는 1640년대의 영국 정치적 상황을 반영한다. 영국과 스코틀랜드의 정치적 소용돌이가 한창일 때, 영적 갈급함을 가진 청교도-장로회 목회자들이 성경적 기독교를 정착시킬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여 여러 해 동안 기도하면서 만든 것이다.
한국 기독교 안에서 성경 다음으로 영향을 가진 것은 이 고백서일 것이다. 손봉호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채택하여 신앙을 고백하는 예장 고신 교단의 구성원이다.
10. 하나님은 국가 위정자에게 고유한 통치권을 부여했다. 하나님의 일을 돕는 지도자에 대한 탄핵운동, 하야운동, 위정자 조롱 등은 바람직하지 않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하나님께서는 위정자들을 세워 자기 아래 두시고 자기 자신의 영광과 공공의 유익을 위하여 백성을 다스리게 했다. 이 목적을 위하여 그들에게 무력을 허용했다. 선한 자들을 보호하고 격려하며, 악을 행하는 자들을 벌하기 위함이다(제23장, 1항)"라고 말한다.
11. 기독인이 공직자로 임명되어 공직(公職)을 수행하는 것은 적법하다. 재세례파 신자들이 기독인의 국가 공직 참여를 금지하는 것과 달리, 기독교 개혁파는 기독인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와 공무 수행을 권장한다. 기독교인은 자기 나라의 건전한 법률에 따라 경건, 공의, 평화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 공직자는 필요한 경우에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고, 전쟁을 일으키는 것도 정당하다.
12. 기독교는 정교분리 원칙을 표방한다. 국가나 국법이 교회를 간섭하거나 허락 또는 방해하는 것는 부당하다. 정상적인 위정자는 교회가 예배의 방해를 받지 않고 정상적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보호를 제공한다. 말씀과 성례를 집행하거나, 천국 열쇠의 권세를 자기 것으로 취하지 않는다.
신앙의 문제에 대해 간섭하지 않는다. 어느 한 교파를 다른 교파들보다 우대하지 않는다. 모든 교역자들이 그 신성한 직책을 완전히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도록, 폭력의 피해를 입거나 위협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한다.
13. 교회는 위정자들을 위하여 기도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위정자의 인격을 존중하며, 조세와 공과금을 바치고, 적법한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위정자의 권위, 권한에 복종하는 것은 양심적인 백성들의 의무이다. 신앙생활을 하지 않거나 신봉하는 종교가 다르다는 까닭으로 그 위정자의 정당하고 적법한 권위를 인정하지 않거나 순종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 성직자도 예외가 아니다.
14. 정상적인 교회는 신앙고백 공동체의 고유한 영역에 충실한다. 교회 명의로 정치적 성명서를 남발하거나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대통령을 탄핵하거나 정치 지도자의 하야 운동에 가담하지 않는다. 정부에 조언을 하는 경우에도 겸허하게 한다. 정치 발언을 해야 하는 아주 특별한 경우에도 적절한 방식을 따른다.
기독인 개인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자신에게도 교회에도 유익하지 않은 인신공격, 거친 발언, 저급한 욕설, 과격한 집단행동, 극단적인 구호 외침을 삼간다.
15.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예외적 경우' 교회가 정치적 사안에 의사를 표명하는 것을 허용한다. "교회 회의(공동의회, 당회, 노회, 연회, 대회, 총회, 공의회)는 교회에 관한 것 이외의 것을 다루지 않아야 한다. 국가와 관련이 있는 사회 문제를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다만 특별한 경우에" 허용적이라고 한다. 교회가 국가의 정치나 세상일에 완전히 입을 닫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예외적인 경우가 있으며, 이 때도 "겸허하게 청원하는 형식을 취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위정자가 요구하면 양심껏 충고할 수 있다(제31장 4조)고 한다.
16.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가 조건을 붙이는 "특별한 경우"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치 권력자가 국민의 생명, 안녕, 복지를 심대히 위협하고, 기독교를 말살하는 정책을 펼치는 등의 경우를 뜻한다.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고, 헌법을 지키지 않으며, 국가를 존망의 기로로 몰고 가는 경우이다. 교회는 겸허한 태도로 권고하고, 효력이 없을 경우에는 저항, 집단적 시위, 시민불복종 권한 행사가 허용적임을 시사한다.
17.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기독인의 국정운영, 정치참여, 사회 문제 해결사 역할을 금하지 않는다. 기독인의 정당 활동과 시민 단체 가입을 금하지 않는다. 정치적 사안에 대한 견해 표명을 가로막지 않는다. 교회의 정치 간섭에는 조건을 붙여 제한시키지만, 기독인 시민 개인의 정치참여와 관여를 금하지 않는다. 대통령 하야 운동에 가담하는 다수의 교회 목회자들과 기독인들은 개인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18. 한기총은 교회가 아니다. 대정부, 사회를 향한 올곧은 목소리를 외치며 공의와 사랑으로 국가와 공교회의 유익을 추구하는 교회 그룹들의 연합 단체이다. 정관(1989년 초안)은 이 단체의 목적이 "요동하는 세파 속에서 복음주의적 신앙고백의 토대에 굳건히 서서, 함께 기도하며, 정부와 사회를 향한 올곧은 한 목소리를 통해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한국 기독교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것"이라고 밝힌다.
19. 한기총 대표회장이 대통령 하야 운동을 펼치자, 문재인 대통령은 교회 지도자들을 초청하여 남북 간의 동질성 회복과 사회 통합 노력을 부탁했다.
한국교회와 지도자들이 평화와 통합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능력과 도덕적 권위를 지니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대통령이 교회 지도자를 초청하여 부탁한 것은 정치 사안을 종교인들의 힘을 빌려 해결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면서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운동과 같은 맥락의 당부이다.
20. 현재의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상태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가 교회에 허용하는 "특별한 경우"에 해당하는가? 나라를 걱정하는 기독인들은 대한민국이 적화통일, 인권유린, 핵무기 위협에 극심하게 노출되어 있다고 본다. 위정자의 헌법 위반, 국방력 약화, 심각한 경제 위기를 걱정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럽순방 중 "남북평화 지키는 것은 군사력이 아닌 대화"라고 말했다. 국방력이 평화를 지킨다는 통념에 반대되는 이 발언은 국민의 공포감을 증대시켰다.
21. 프랑스 검찰은 프랑스인 브누아 케네데(Benoit Quennedey)를 체포하여 2019년 3월 28일 "외국 세력에 정보를 제공한 국가 반역죄"로 법원에 기소했다. 약 10년 정도의 금고형이 예상된다고 한다. 그는 프랑스 상원에서 건축과 문화유산, 행정과 재정 업무 등을 담당하는 고위 관리이다.
그는 프랑스조선친선협회 회장으로 한국에서 여러 가지 간첩 활동을 했다. 핵개발에 필요한 프랑스의 정보를 북에 넘겼다는 말도 있다. 한국과 북한을 오가며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전적으로 지지했고, 집권당과 국정원을 비판했다. 세월호 사건을 정치적으로 극대화시키고 대통령 퇴진 운동과 촛불 혁명에 앞장섰다.
22. 대통령 탄핵 시위는 정당하고, 대통령 하야 시위는 부당한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외친 촛불 시위대에 가담한 무리 속에는 상당수의 기독교인들이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근년의 국가 인구조사 통계에 따르면 국민 5명 중 1명은 기독인이다. 여성 대통령 탄핵 시위에 가담하는 것은 괜찮고, 남성 대통령 하야 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23. 현 정권의 탄생은 '촛불 혁명'과 무관하지 않다. 여러 가지 정보들을 종합해 보면, 정부는 친북, 친중, 반미, 반일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국방은 무력해지고, 군 기강은 해이해지고, 검찰의 공안업무는 대폭 축소되었다.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의 참혹한 인권 상황은 개선되지 않는다.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은 더 정예화 되었다. 한기총의 대통령 하야 요구의 근거인 ① 대통령의 헌법 위반, ② 국가안보 해체 ③ 대기업 해체와 민생경제 파탄 등은 사실무근이 아닌 듯하다.
24. 국민의 낙심은 국방의 무장해제, 기업파탄, 국가부도의 징조, 실업, 북한 정권의 핵무기와 군사적 위협 등에 대해, 현 정부가 설득력 있는 확고한 대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데서 절정에 달한다. 밀려오는 거대한 삼각파도 해일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있는가? 왜 걱정하는 국민을 안심시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가? 대한민국이 국가적 존망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주장과 판단은 전혀 그릇된 것인가?
25. 통일 독일은 공산주의자들을 철저히 색출하여 처단했다. 2만여 명의 동독 간첩을 적발하여 처단했다. 현 정부가 평화 기조의 선전물로 애용하는 서독과 동독의 통일은, 독일의 목사들이 평화 운동 결과로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다. 독일 통일은 경제 통일이 아니라 이념 통일, 가치 통일이었다.
26. 정부의 북한 정부에 대한 지속적인 호의적인 정책을 보면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기독인들의 걱정이 기우(奇偶)가 아니라 합리적인 현실 인식일 수 있다. 정부가 무대응, 무답변으로 일관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하야운동에 가담하는 기독인들은 대한민국의 정치 상태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가 허용하는 "특별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위정자에 대한 항의가 자칫 시민 불복종과 저항권 행사 단계로 전환될까 걱정된다. 국가가 무력을 동원하어 진압하는 상태로 전환되지 않기를 바란다.
27. 현대 국가는 시민 개인의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 시민의 호소에 대한 정부의 반응이 없거나 확실하지 않으면 기독인 시민은 저항권을 행사할 수 있다. 종교개혁 신학자 존 칼빈에 따르면 위정자가 기독교 신앙의 자유를 빼앗거나 창조자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을 방해하는 경우, 하나님의 권리를 취할 때, 하나님께 반항할 때, 기독인은 복종을 거부하고 대항해야 한다(<기독교 강요>, IV).
정치 권력자에 대한 순종을 강조하면서도 시민 저항권 행사의 가능성을 단호하게 말하고 있다. 공산주의는 기독인의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다. 공산주의와 기독교의 병존은 불가능하다. 기독인의 생명을 앗아가는 공산주의 정권을 동반자로 여겨 용인하고 적화통일을 가능하게 하는 위정자를 향한 기독인의 저항권, 시민 불복종 행사는 정당해 보인다.
28. 국민이 선출하어 세운 대통령에 대한 기독인들의 하야 요청은 실상 국방 외교 경제 교육 인권 등의 기본 정책을 변경하라는 외침인 듯하다. 어느 경우이든, 기독인은 격조, 질서, 품격을 유지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저속한 언어, 욕설, 폄하 발언 따위는 경건, 공의, 평화 유지에 방해된다.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남에게 요구하자 말라(마 7:12). 품위와 질서를 유지하라(고전 14:40).
이 가르침을 무시하는 대통령 하야 운동은 국민들의 거부감을 자아내고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각인시켜 복음전도의 기회를 앗아갈 수 있다.
29. 신학자의 임무 가운데 하나는 자기 시대 교회의 질문에 답을 하는 일이다. 이 글은 양분되어 있는 한국교회의 현안에 대한 신학적 통찰을 곁들인 분석과 조언이다. 정교분리 원칙, 국가와 교회의 관계, 시민 기독인의 국가 현안에 대한 자기 표현의 자유와 범위, 바람직한 기독인의 행동 양식을 소개한다. 감정적, 정파적, 이데올로기적 반응은 불필요하다.
최덕성 박사
브니엘신학교 총장
고신대학교 고려신학대학원 교수(1989-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