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드라마에서 본 장면입니다. 위기에 처한 나라를 위해 공을 세운 FBI 요원에게 대통령이 그의 업적을 치하하며 "당신의 헌신에 감사합니다. Thank you for your sacrifice."라고 하자, 요원의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헌신은 요원의 미덕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FBI 요원이 대답한이 한 마디의 문장이 오랫동안 제 마음에 남았습니다. 자신의 행동은 감사받을 일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경찰이 범인을 잡고 시민을 보호한다고 칭찬을 받을 일이 아니라 당연히 주어진 임무를 감당한 것이듯,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고 돌본다고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감사를 받을 것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듯, 종업원이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일하면 칭찬을 받을 일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듯, 프로야구 선수가 평소 땀 흘리는 노력과 훈련을 하여 타석에서 안타를 치고 득점을 올렸을 때 프로선수로서 할 일을 한 것뿐이듯 말입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라고 했는데 빡빡한 세상살이에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이다'라고 운운하지 말고 칭찬해주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맞습니다. 서로 칭찬하고 격려해주는 일에 우리는 모두 인색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헌신을 칭찬받을 공로로 생각하지 말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 FBI 요원의 말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밭을 갈고 양을 치던 종이 일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주인이 종에게 자기가 식사를 다 할 때까지 수종 들다가, '너는 그 후에 먹으라' 했을 때, 주인이 명한 대로 행한 종에게 감사하겠느냐? 오히려 명령받은 것을 다 행하고 "우리는 무익한 종이라 우리가 하여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하지 않겠느냐? (참고, 눅 17:7-10)
예수님의 이 말씀은 우리에게 감사 표시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는 종의 '태도와 자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힘에 지나도록 하나님 앞에서 헌신했다고 해도 하나님은 우리에게 빚진 것이 없습니다. 하나님 입장에서 볼 때, 우리가 헌신하는 것은 마땅한 일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은혜로 제 2의 인생을 사는 성도들은 원래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합니다. 생명의 은인에게 물 한 잔 드리면서 알아달라고 생색을 내는 것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듯,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칭찬과 인정에 목 말라하는 것은 배은망덕(背恩忘德)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땅히 해야할 일도 하지 않는 경우가 이 세상에는 너무 많아서, 제대로 해야할 일을 하는 사람을 보면 감사와 칭찬이 절로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크리스천들이 라도 해야 할 일을 하고 "우리가 하여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라고 고백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