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김대식 | 21세기북스 | 352쪽 | 22,000원
총 균 쇠...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산업혁명, 서양이 동양을 앞서다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이자 문명연구가인 재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는 세상을 지배한 것에 대해 총(무기), 균(병균), 쇠(금속)로 풀어냈다. 총, 균, 쇠를 가진 유럽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스탠퍼드대 역사학과 교수이자 고전학자인 이언 모리스(IAN MORRIS)는 그의 책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를 통해, 동양과 서양이라는 구분이 생겨난 기원전 1만 4000년부터 서기 2000년까지, 유라시아 양 끝에서 유래해 경쟁한 사회들의 발전 과정을 객관적 분석틀을 통해 과학적으로 풀어낸다.
그에 따르면, 동양은 550년부터 1775년까지 1,000년 넘게 서양보다 사회발전 수준이 높았다. 하지만 산업혁명이 변수였다. 이 산업혁명이 동양이 아닌 서양에서 일어났다. 그 결과 서양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다. 그는 이렇게 된 것은 역사의 흐름상 불가피했음을 피력한다.
누구나 알듯, 동양은 550년부터 1775년까지 1,000년 넘게 서양보다 사회발전 수준이 높았다. 하지만 1800년에 이르러 서양의 사회발전 지수는 놀랍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는 제러드 다이아몬드처럼 서양 대포와 동양 대포를 비교하며, 둘의 현격한 차이가 서양이 동양을 지배하게 되었다고 일갈한다.
이언 모리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는 동양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 이유는 앞으로 중국의 총 생산이 2030년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고, 사회발전 지수가 동양이 더 높기 때문이다. 그는 2103년이 되면 동양이 지배할 것으로 내다봤다.
<총 균 쇠>와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와 달리, 김대식 교수는 이 책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김대식의 로마 제국 특강>을 통해 로마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그는 로마로부터 이어져 온 유럽이 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세계 중심이라는 것이다.
유럽이 여전히 '세계 중심'인 것은 로마 제국이었던 과거는 물론, 지금도 로마 제국의 유산 때문에 유럽이 세상이 중심이라고 이야기한다. 즉 저자는 로마의 역사를 통해 유럽이 세상의 중심 됨을 찾고 있다.
역사를 알 때 우리가 역사의 중심이 된다
역사를 알수록 같은 실수 반복하지 않는다
저자가 이 책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단 하나다.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를 알 때, 역사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역사를 아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고 한다. 역사를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어리석음을 줄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저자는 이 책에서 로마가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으며, 왜 무너졌는지를 다루지 않는다. 로마를 통해 이어온 유럽이 세계를 어떻게 지배하게 되었는가를 역사를 통해 답을 찾는다.
이 책은 마지막에 무서운 이야기를 한다. 로마 제국이 철저한 계급사회이듯이 세계도 철저한 계급사회라는 것이다.
로마는 황제 밑에 세나투스(원로원)가 있고, 세나투스 아래에는 로마 시민, 그리고 그들 밑에는 야만족이 있었다. 지금은 한 나라 안의 계급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계급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는 다음과 같은 계급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위에는 백인 남성이 있다. 그 아래에는 백인 여성이 자리잡고 있다. 백인을 뺀 다음 계급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5%도 안 되는 부유한 국가들이다.
부유한 국가들 밑에 90%를 차지하는 제3세계 국가가 있다. 그리고 맨 아래에 나라 잃은 난민들이 있다. 이 말은 백인 남성으로 구성된 유럽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것이다.
국가뿐 아니라 기업을 봐도 백인 남성이 중심임을 알 수 있다. 많은 글로벌 기업에서 주도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백인 남성이다.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들, 세계 정상 회담에서 발언권을 가진 사람들을 봐도 백인 남성의 비율이 현격하게 높다. 결국 저자는 로마를 알아야 하며, 로마를 알 때 역사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의 유럽 문화, 로마 제국이 기원... 라틴어와 건축술
실업률이 70-80%까지... 불평등 때문에 멸망한 제국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기원'으로, '어떻게 로마는 세상을 정복했는가?' 를 다룬다.
유럽, 중국, 이슬람이라는 역사의 가장 큰 문명들 중에서 유럽이 전 세계의 헤게모니를 잡은 것은 로마 때문이라고 저자는 본다. 지금 유럽 문화는 사실 로마 제국에서 기인한다. 그것은 오늘날 유럽도 로마 제국의 지배 하에 있기 때문이다.
미약하긴 하지만 로마의 지배 하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을 건축과 라틴어로 이야기한다. 오늘날 로마의 영향력은 오늘날 건축에도 남아 있으며, 라틴어는 세계적인 대학들의 로고에 라틴어를 쓴다. 하버드대학교, MIT, 서울대학교 등의 로고가 라틴어다.
2부는 '멸망'으로, '왜 위대한 로마 제국은 무너졌는가?' 를 다룬다.
로마 공화정에는 세 가지 문제가 있었다. 가장 큰 것이 제국의 불평등이었다. 이 불평등은 로마가 멸망하게 된 징후이자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로마는 황제의 독재와 노예들의 반란으로 이어진 내전으로 인해 멸망하게 된다. 로마가 어느 정도 불평등했느냐 하면, 공화정 마지막 시기 로마의 실업률은 70-80%에 이르렀다. 이는 제국이 망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결국 로마(서로마)는 476년 멸망하고, 그 이후 1,000년 중세 암흑기가 시작된다.
▲로마 콜로세움. ⓒunsplash.com |
지식 증가, 시장 창출, 기술 발명 한꺼번에
유럽이 세상의 중심 된 3가지... 무어의 법칙
3부는 '복원'으로, '무엇이 로마의 역사를 이어지게 하는가?'를 다룬다.
중세 암흑기를 거친 유럽이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있었는지를 다룬다. 결국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3부다.
저자는 유럽이 세상의 중심이 된 것은 역사상 최고의 세 가지 행운이 찾아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동로마 수도 콘스탄티노플이 점령된 후, 유럽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다. 이때 인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없었던 세 가지 행운이 한꺼번에 찾아온 것이다.
콘스탄티노플에 있던 기술자, 지식인, 부호들이 모두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유럽으로 이주한 것이다. 그들의 이주는 단순한 영토 간 이동이 아닌, 그리스 로마 문명의 유럽으로의 이전이었다. 이를 통해 유럽 문명은 엄청난 도약을 이뤘다.
유럽의 행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과 대규모 새로운 시장이 창출된 것이다. 더 나아가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 발명으로 종교개혁과 과학혁명의 계기가 마련됐다.
이처럼 유럽에서 지식의 급격한 증가, 새로운 시장의 창출, 지식 전파 기술의 발명이라는 세 가지가 각각이 아닌 동시에 이뤄진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유럽은 이를 계기로 1,000년 동안 정체하다가, 100-200년 만에 단기간 비약적으로 퀀텀 점프(quantum jump)를 하게 된다.
저자는 이를 '무어의 법칙'으로 설명한다. 유럽은 칩 성능이 2년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처럼, 급격하게 성장한 것이 이 당시 유럽이란 것이다.
로마, 영국, 미국... 지금도 제국이 세계 지배
2천 년 서양 문명, 로마 제국에 대한 '각주'일 뿐
4부는 '유산'으로, '누가 로마 다음의 역사를 쓸 것인가?'를 다룬다.
로마 다음의 역사에 대한 답도 로마에 있다. 저자는 지금도 우리는 아직도 로마 제국이 창조한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제국의 시계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는 말을 "서양 문명은 로마 제국에 대한 '각주'일 뿐이다"는 말로 대신한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 제국이 엄청난 제국이었음을 이야기했다. 그 로마가 지금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면서, 로마 제국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로마 제국을 알고 싶어했다.
로마는 단 한 나라를 점령하지 못했다. 이스라엘이다. 그 결과 이스라엘은 2,000년 동안 전 세계를 유랑하게 되었다.
세계는 여전히 헤게모니에 의해 작동하고 있다. 로마 제국, 영국 제국, 미국 제국 순으로 세상은 제국이 지배하고 있다. 결국 힘을 키워야 한다. 힘을 키우지 못하면 당하기만 한다. 최근에 우리는 힘을 키우지 못해 당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가 일본에 의해 경제 침략을 당하고 있다. 힘이 좀 더 있는 나라인 일본이, 힘이 조금 더 없는 한국에게 경제적·정치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런 일본도 저자에 따르면 백인 남성, 백인 여성 다음일 뿐인데 말이다. 한국도 백인 남성, 백인 여성 다음이므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살아야 하는데,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다.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잘 믿을 뿐 아니라... 지식 쌓기 힘써야
이럴 때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스도인도 힘을 키워야 한다. 한국 땅에서 교회는 세상의 힘에 밀리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힘을 키울 수 있는가? 어떻게 해야 우리나라에서 중심이 될 수 있는가? 그리스도인은 단순하게 하나님을 잘 믿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하나님을 잘 믿는 것이 무엇인가를 질문해야 한다. 하나님을 잘 믿는 것으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유럽에 세 가지 행운이 동시에 찾아왔듯, 세 가지 행운이 동시에 찾아왔을 때 유럽처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언제나 세상은 준비된 자의 것이다. 우리가 일본에 경제적 침략을 당하고 있는 것도, 결국 준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준비할 기회가 있었는데,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먼저 하나님을 잘 믿어야 한다. 다음으로 삶에서 더욱 치열하고 절박하게 살아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을 잘 믿는 것 못지 않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
이젠 '믿습니다'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유럽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 핵심은 지식이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들도 지식을 쌓는데 힘써야 한다.
세상은 언제나 힘 있는 자의 역사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일본의 경제 침략을 통해서도 배우고 있지 않는가? 지식을 쌓아, 세상을 통전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백인 남성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한국인들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만들려면, 역사를 알아야 한다. 이 세상을 하나님께서 지배하는 곳으로 만들려면 하나님의 힘을 알아야 한다. 하나님을 알려면 먼저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있어야 한다.
지식은 우리의 힘을 키우게 한다. 어쩌면 가장 앞선 힘이기도 하다. 로마의 지식이 이슬람으로, 로마의 지식이 다시 유럽으로, 그 로마의 지식을 가진 백인 남성들이 세상의 중심에 서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 힘을 하나님을 아는 힘으로, 세상을 아는 힘을 통해 길러야 한다.
김도인 목사/아트설교연구원 대표(https://cafe.naver.com/judam11)
저서로는 《설교는 인문학이다/두란노》, 《설교는 글쓰기다/CLC》, 《설교를 통해 배운다/CLC》, 《아침에 열기 저녁에 닫기/좋은땅》, 《아침의 숙제가 저녁에는 축제로/좋은땅》, 《출근길, 그 말씀(공저)/CLC》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