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20장은 종말론 이해의 핵심이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해석이 난해하여 오해하기도 쉽고, 오역 가능성으로 본문을 구체적으로 파고 들기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루터와 칼빈과 같은 종교개혁자들은 본문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건강한 종교개혁의 전통을 이어받는 개혁주의의 입장에서 본 요한계시록 20장에 대한 건강한 이해를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20장에 등장하는 사탄의 결박 문제다(2-3절). 사탄을 결박한다는 것은 완전한 감금인가, 아니면 부분적 결박인가?
결박 정도에 따라 만국에 미치는 악의 영향력이 달라지는데, 여기서 사탄의 결박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 때 일어난 결박사건으로 본다(막 3:27, 마 12:29, 눅 10:17-19).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사탄을 번개 같이 떨어뜨리시고(눅 10:18), 그의 머리를 십자가에서 부수셨다(창 3:15, 롬 16:20).
사탄은 십자가에서 결정적으로 패배하고 정복당했지만, 여전히 이 땅에서 활동을 재개한다(참조 계 12장). 머리가 상하여 죽게 된 것 같았지만, 다시 회복되어 활동을 재개한다(계 13:3). 하지만 사탄은 '다시는' 교회를 멸절시키는 무자비한 '미혹'을 하지는 못한다(3절).
둘째, 이 때 하늘 보좌에서 순교자들이 '살아서' 왕 노릇하게 되는데(4절), 이것이 바로 첫째 부활이다(5절).
순교자들이 '살아서' 왕 노릇한다는 것은 지상에서의 육체적 부활인가, 아니면 영적 부활인가, 그것도 아니면 이 땅에서 성도들의 육체와 하늘 순교자들의 영이 결합되는 이단적 '신인합일'인가?
상당수 이단들은 이 본문을 하늘의 순교자들과 지상에 있는 자기 단체 성도들의 육체가 결합하여 더 이상 죽지 않고 병들지 않는 '신인합일' 또는 '영육합일' 상태로 들어간다고 한다.
그 근거는 4절을 '목베임을 당한 자들의 영혼들과(A)', '짐승과 그의 우상에게 경배하지 아니하고(B)', '그들의 이마와 손에 그의 표를 받지 아니한 자들(C)'이 살아서(신인합일) 왕노릇한다고 풀기 때문이다(A+B, C=신인합일).
하지만 절대 다수 번역본이 지지하는 4절의 바른 해석은, A+B 또는 C가 아니라, A=B=C이다. 목 베임을 당한 자들의 영혼들(A)이 짐승과 그의 우상에게 경배하지 아니한 자들(B)이고, 이마와 손에 표를 받지 아니한 자들(C)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새번역의 해석을 보자. "... 또 나는, 예수의 증언과 하나님의 말씀 때문에 목이 베인 사람들의 영혼을 보았습니다(A). 그들은, 그 짐승이나 그 짐승 우상에게 절하지 않고(B), 그들의 이마와 손에 그 짐승의 표를 받지 않은 사람들입니다(C)."
여기서 순교자들의 영혼은 우상에게 절하지 않고, 표 받지 않은 사람들이다. 별개의 다른 존재들이 아니다. A=B=C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본문 4절은 신인합일을 지지하는 구절이 아니라, 첫째 부활을 지지하는 구절이다(5절).
그렇다면 첫째 부활이란 무엇인가? 이는 신자의 영혼이 죽음 이후 예수의 피를 의지하여, 천국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하늘에서 온 세상을 통치하시는 그리스도의 통치에 참여하며 왕노릇한다(참조 빌 2:10-11, 골 1:16-20).
첫째 부활에 이른 신자는 둘째 부활을 기다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 때 둘째 부활을 경험하게 된다. 둘째 부활은 첫째 부활에 이른 신자들의 몸이 그리스도의 부활과 함께 다시 살아나, 그리스도와 같이 영원한 부활의 몸이 되어 신자들의 영혼에 입혀져 새 하늘 새 땅에서 영원히 사는 것이다.
반면 첫째 부활에 이르지 못한 불신자는 첫째 사망에 이르게 되는데, 이들은 '그 나머지 죽은 자들(5절)'로 설명된다. 이들은 순교자들과 달리 예수님을 믿는 믿음과 관계없이 죽은 자들을 말한다. 천 년이 끝날 때까지 이들의 영혼은 음부에 떨어지고, 그 육신은 죽어있는 상태로 있다(5절).
첫째 사망을 경험한 자는 백보좌 심판 이후 둘째 사망에 이르게 된다(12-13절). 둘째 사망은 그리스도의 재림 때 불신자들의 몸이 다시 살아나 심판을 받고 영원한 불못에 떨어지는 것이다(14-15절).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든다. 사탄이 천년 동안 결박되는 것과 순교자들이 살아서 왕노릇 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것은 동시적인 사건일까, 아니면 시간적으로 연속적인 사건일까? 이것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천년왕국에 대한 이해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천년왕국에 대한 건강한 이해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이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계속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양형주 목사는 <바이블 백신> 외에도 <키워드로 풀어가는 청년사역>, <청년리더사역 핵심파일>, <내 인생에 비전이 보인다(이상 홍성사)>, <평신도를 위한 쉬운 로마서>, <평신도를 위한 쉬운 창세기(전 3권, 이상 브니엘)> 등을 썼다. ⓒ이대웅 기자 |
양형주 목사
대전도안교회, 한국교회 리더십코칭센터 원장
명성교회 교육전도사, 천안중앙교회 청년목사, 동안교회 청년부 디렉터
저서 <바이블 백신>, <키워드로 풀어가는 청년사역>, <청년리더사역 핵심파일>, <내 인생에 비전이 보인다>, <평신도를 위한 쉬운 로마서>, <평신도를 위한 쉬운 창세기(전 3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