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현지의 치안이 불안정한 가운데에도 중에도 불구하고 고아원 사역을 지속적으로 감당해 나가고 있는 뉴저지뿌리깊은교회 조항석 목사가 20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아이티 고아원 사역에 대한 선교편지를 보내왔다.

조항석 목사는 이번 아이티 방문에서 LA Berean Community Church 피터 정 목사와 15명의 젊은이들과 함께 협력사역을 펼쳤다. 이번 아이티 방문에서는 브니엘 고아원, 킹덤 어린이 고아원 등을 방문해 사역을 펼쳤다.

조항석 목사가 방문한 지역 중 하나인 베다니 마을에는 종종 내전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곳이다. 이번 방문에서는 킹덤 어린이 고아원을 처음 방문했으며 가구가 하나도 없는 건물에서 아이들 8명이 사는 환경에 대해 "하나님께서 아이티 고아들을 우리 주위에 가까이 두시고 예수님 대신 안아주고 만져주고 함께 울고 함께 웃을 사람들을 찾고 계신다"면서 "예수님 대신에, 예수님의 심부름인 이 일을 해줄 사람들이 아이티에 많이 오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조항석 목사의 선교편지

<22일>
아침 7시에 작은 버스에 고아원 식량을 싣고
점심에 함께 먹을 샌드위치를 찾으러 갔습니다.
우리 일행은 8시에 소나피에서 브니엘 고아원으로 출발했습니다.

9시 30분이 조금 넘어 브니엘 고아원에 도착하니
샌드위치를 찾아온 차가 먼저 도착했습니다.

브니엘 고아원 아이들은 오늘과 내일
학교에 가지 않습니다.
우리 일행의 프로그램을 위해 학교에 양해를 구하고
이틀간 가정(?)학습을 하기로 했습니다.
원장 둘로스와 아이들이 정말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피터 목사님이 우리가 다시 찾은 이유를 설명하고
컴퓨터를 셋업하고 함께 잘 놀자고 할 때
아이들이 아주 뜨겁게 박수를 쳤습니다.

거의 한 시간 가까이 마담 둘로스가
어떻게 고아원을 시작하게 됐는지,
어떻게 운영을 해왔고 현재 형편은 어떤지,
앞으로 소망은 무엇인지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들도 조용히, 그리고 우리 팀도 귀를 기울여
마담 둘로스의 열정에 동참했습니다.

이야기가 끝나고 아이들과 함께 샌드위치를 먹었습니다.
물도 함께 나누어 마시고 나서
남자 아이들은 축구하러 나가고
여자 아이들은 손톱에 매니큐어도 칠하고
머리도 땋아주면서 한 참 놀았습니다.
차 사모는 두 발이 없는 쇼손이
목발을 짚도 축구하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연신 아이를 응원하며 마음 아파했습니다.
한편에서 컴퓨터도 셋업하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일부만 인버터로
충전을 하기로 했습니다.
마담은 연신 ‘메시’라고 고마워했습니다.

마담이 뒷마당을 보여주면서 담을 둘러야 한다고 했습니다.
거의 1에이커쯤 되는 뒷마당에 담을 못 쳐서
위험하기도 하고, 제대로 밭을 일구지 못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함석으로 담을 두르다 말았는데 마저 두르는데
3천6백 불쯤 든다고 했습니다.
벽돌로 담을 쌓으면 이만 불이 훨씬 넘어 엄두도 못내고
어떻게든 돈이 좀 생기면 함석으로라도 쌓아야 한다고 합니다.
가만히 듣고만 돌아왔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놀던 아이들이 다 들어오고
여자 아이들도 모두 자리에 앉자
작은 아이들이 나와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좋은 친구들에게 불러주는 노래였습니다.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는데,
학교에서 학예회를 하는 생각이 났습니다.
이 아이들도 부모님이 계시면
이렇게 발표회를 할 때 와서 박수도 치고
사진도 찍으면서 우리 아이 잘 한다고 응원도 할 텐데
아주 많이 연습한 것 같이 노래를 잘 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이, 새삼 가여웠습니다.

조금 더 큰 아이들도 나와서 노래를 부르며
찾아준 손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했습니다.

생각보다 일찍 오늘 일정이 끝나서
소나피로 돌아왔다가 아동병원에 갔습니다.
규정이 바뀌어서 오후 3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방문객을 받습니다.

아직 밥을 먹지 못한 아기들에게 밥을 먹이고
아기들을 데리고 마당 놀이터에 나와 한참 놀았습니다.

손을 잡아끌고, 안아달라고 조르고,
미끄럼틀에 태워달라고 조르는 아이들 시중을 들며
사람을 그리워하는 아이들과 열심히 놀았습니다.
돌아오려고 아이들을 침대에 데려다 놓는데
아기들이 너무 울어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내일은 브니엘 고아원 아이들을 데리고 물놀이를 갑니다.
오래도록 벼르던 일입니다.
벌써부터 아이들이 얼마나 즐거워할지 기대가 됩니다.

아이들과 놀면서 많이 배운 하루였습니다.
매번 오는 우리 사역의 방향도 좀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진짜 아이들의 위로자가 되고 소망이 되는
또 다른 방식과 길을 찾기를 기도하려고 합니다.

고아원 어린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방문팀원들
(Photo : ) 고아원 어린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방문팀원들
아이티 방문팀이 고아원에 도착해 함께 기도하고 있다.
(Photo : ) 아이티 방문팀이 고아원에 도착해 함께 기도하고 있다.
고아원 어린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방문팀원들
(Photo : ) 고아원 어린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방문팀원들

<23일>
23일 아침 7시 30분에 트럭을 타고 베다니 마을에 갔습니다.
오랜만에 트럭 뒤에 타고 아이티를 보았습니다.

베다니 마을은 종종 전쟁 같은 상황이 벌어져서
한동안 사람들이 못 들어가곤 했습니다.
시티 솔레 골목에 들어서자 곳곳에
저녁마다 비가 와서 초록색으로 변한 물웅덩이가 보였습니다.

먼저 도착한 니베네는 마담 니베가 있었습니다.
탁 선교사님께서 베다니 마을의 유래와
니베네 형편과 우리가 하는 일들을 설명해주셨습니다.

베다니 마을의 몇 집을 들려보고
학교와 쓰레기 매립지를 둘러보면서
점점 더 나빠지는 환경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진흙쿠키를 파는 곳에 들려 진흙쿠키도 사고
시티 솔레의 평균적 삶을 돌아보며
저절로 한탄의 기도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소나피로 돌아와 10시가 조금 넘어서 출발했습니다.
작은 버스는 주문한 도시락을 찾아 가지고 이미 떠났습니다.

12시가 거의 다 되어서 브니엘 고아원에 도착했습니다.
아이들은 소풍을 간다고 깨끗한 옷에
수영복을 갖추고 들떠서 마당에서 뛰고 있었습니다.

마담 둘로스가 점심을 호숫가에 가서 먹자고 했습니다.
남자 몇 명을 빼고 모든 아이들과 팀 참가자 합해서 60명이
25인승과 15인승 버스 두 대에 나누어 탔습니다.
작은 버스에는 도시락 박스도 4개나 실려 있었습니다.

물놀이를 할 수 있는 호숫가에 지어진 호텔은
숲길을 걸어서 고아원에서 10분도 안 걸리는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호텔이라고 해야 그저 초라한 곳이고
물이라고 해야 자갈 많은 호숫가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마치 천국인 듯했습니다.

30분 넘게 물속을 드나들며 놀다가 나와서
닭다리와 가슴살을 튀겨 얹은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아이들마다 소다도 한 병씩 마시고
정말 맛있고 즐겁고 시끄러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고아원 아이들이 댄스 시범을 보였습니다.
모두 박수로 환호하며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다시 물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아이티를 방문한 젊은이들은 물놀이를 함께 하며 현지 고아원 어린이들을 위해 봉사했다.
(Photo : ) 아이티를 방문한 젊은이들은 물놀이를 함께 하며 현지 고아원 어린이들을 위해 봉사했다.
아이티를 방문한 젊은이들은 물놀이를 함께 하며 현지 고아원 어린이들을 위해 봉사했다.
(Photo : ) 아이티를 방문한 젊은이들은 물놀이를 함께 하며 현지 고아원 어린이들을 위해 봉사했다.
아이티 현지의 열악한 환경. 조항석 목사는 베다니 마을의 환경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Photo : ) 아이티 현지의 열악한 환경. 조항석 목사는 베다니 마을의 환경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에게는 어쩌면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저희도 무척 행복했습니다.

금년 여름 8월의 행사를 전 고아원의 물놀이로 바꾸고
형식을 좀 달리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탁 선교사님께서 부탁하신
고아원 한 곳을 들렸습니다.
이름이 <킹덤 어린이 고아원(Enfants du Royaume)>입니다.

여름성경학교 때 교회에 맡긴 아이들이 고아가 되어
그 아이들을 떠맡아 고아원처럼 아이들을 돌본지 3년입니다.
결국 정식 고아원으로 등록하고 아이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8명의 아이들이 깨끗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집에서
그래도 학교를 가고, 자라고 있었습니다.
침대도 없고, 식탁도 없습니다.
교복만 덩그러니 창틀에 걸려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또 하나의 작은 십자가를 맡기신다는 생각에
이 짐을 맡아야 할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만져주고 안아주고 놀아주면 좋아합니다.
아이티 고아들은 특별히 누군가가 따뜻하게 안아주고
인정해주고 손등이라도 만져주면 좋아합니다.
관심 갖고 이름이라도 물어보면 아주 좋아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땅에 아이들이 태어나면
하나님 대신해서 돌보라고 엄마를 주셨답니다.

하나님께서 아이티 고아들을 우리 주위에 가까이 두시고
예수님 대신 안아주고 만져주고 함께 울고 함께 웃을
사람들을 찾고 계십니다.
예수님 대신에, 예수님의 심부름인 이 일을 해줄 사람들이
아이티에 많이 오면 좋겠습니다.

하나님께서 맡기신 이 심부름을 이처럼 아름답게
따뜻하게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함께 기도해주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사랑합니다.
조항석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