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요 목사
김한요 목사(베델한인교회)

제 기억 속의 첫 가족 여행은 올랜도에 있는 디즈니월드였습니다. 마 침 섬기고 있던 선교 이사회의 모임이 올랜도에 있는 위클리프 본부에 서 열리게 되어 가족과 함께 가게 된 것입니다. 큰 아이들이 초등학생 이었고 막내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때이니 꽤 오래전의 일입니다. 그 당시 슈퍼볼에서 이기면 어디를 가겠냐는 광고에 ‘우리는 디즈니월드를 갑니다.’라는 말이 유행하던 때였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집을 떠날 때까 지는 비밀로 했다가 피츠버그에서 올랜도로 비행기를 갈아타는 순간 에 “우리는 디즈니월드를 갑니다.”라고 서프라이즈를 했을 때, 아이들 은 너무 좋아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졸도하기 직전이었습니다. 비행 기에 탄 뒤에도 승무원들에게 ‘진짜로 이 비행기가 디즈니월드에 갑니 까?’라며 누누이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올랜도의 따뜻한 날씨와 야 자수가 즐비한 이국적인 풍경을 보며 흥분된 우리는 그냥 걸을 수가 없 어서 춤을 추며 길을 걸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며 웃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을 흉내 내기도 하고 당시 유행했던 (기억이 확실치는 않지만) 휘트니 휴스턴의 ‘step by step’을 부르고 괴성을 지 르며 우리는 모두 잠시 미쳤습니다. 가족이 함께 처음으로 나들이하 는 기쁨과 아이들의 로망인 디즈니월드가 그렇게도 좋았던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첫 기억은 소중합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손을 건 네받던 순간의 떨림이 그랬을 것이며,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 나의 분 신이라는 신비함이 그랬을 것입니다. 그 아이가 처음으로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던 안쓰러움이 그랬고, 학사모를 쓰고 졸업하던 날 온 가족이 모여 축하하며 사진을 찍던 날이 그랬습니다. 지난주 이제는 다 큰 아이들 넷이 엄마 아빠를 떼어놓고 처음으로 여행을 가면서 즐거워 하는 사진들을 보내올 때, 대견함으로 뭉클했던 마음이 그랬습니다.

혼자 이 세상을 정처 없이 사는 것이 우연의 결과인 줄 알았다가 나를 지으신 이가 있으며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하신 분, 하나님이 나를 사랑 하기까지 하신다는 허무맹랑했던 예수님의 십자가 이야기가 무딘 가 슴에 방망이질할 때, 세례를 받으며 머리에서 얼굴로 그리고 무릎으로 떨어지던 물이 마치 하나님이 잘했다 칭찬하시는 토닥거림처럼 느껴 졌던 감동이 그랬을 것입니다.

오늘도 그 소중한 첫 만남에 초대되어 오신 분들이 있습니다. 첫 만남이지만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친숙함이 있고, 낯설지만 손에 익은 찻잔을 감싸듯이 따뜻한 예수님과의 첫 기억 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앞으로 두고두고 생각해도 지루하지 않고 늘어 진 옛날 비디오 테이프 같은 영상을 돌려봐도 낡지 않는 만남의 축복이 이루어지는 “오늘”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