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기자회견이 있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코치로부터 폭행당한 것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최근 재판에서 이를 증명하는 과정에서 더욱 구체적인 폭행의 과정과 정도가 공개돼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건에 많은 사람들이 당황해했던 것은, 폭행 정도만이 아니라 아직도 운동선수들이 감독이나 코치에게 폭력을 당하고, 폭력을 당하면서도 어떤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문제였다. 그것도 국가대표에게 행한 폭력이기에, 더욱 충격을 주었다.
심석희 선수는 자신이 초등학생 시절부터 아이스하키 채로 폭행을 당했으며, 그 때문에 손가락이 부러졌다고 했다. 중학교 때부터 폭행의 강도가 더 심해졌고, 지난 올림픽 때는 계속된 폭행으로 경기 중 실신해 실격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진술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일까? 가해자인 코치는 인터뷰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 그랬다"고 말했다. 누구나 예상한 답변이지만, 과연 그 이면에 어떤 리더십의 문제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검증된 교육보다 맞았던 경험을 더 강조하는 지도자들이 많다"
교육은 내가 배운대로 가르치는 것이다. 내가 배우지 않았는데 가르칠 수는 없다. 그래서 전문적인 교육일수록, 해당 분야에 전문 교육을 받은 사람이 가르친다.
미국 프로농구 NBA의 감독들의 경우, 프로선수 경험이 있는 감독보다 경험이 없는 감독이 더 많다. 그 중에 샌안토니오 스퍼스(San Antonio Spurs) 그렉 포포비치 감독은 프로선수 경험이 없지만, NBA 역사상 최초로 20시즌 연속 정규시즌 6할 이상의 승률과 18시즌 연속 정규시즌 50승, 다섯 번의 우승과 세 번의 올해의 감독상을 받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렉 포포비치 감독은 선수 생활의 경험보다 지도자로서의 교육을 받은 것이 더 중요했고 감독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그만큼 교육을 잘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체육계 지도자뿐 아니라 다양한 공동체의 지도자들이 지도자로서의 교육보다는 자신의 경험에 우선하여 가르치고 있다.
물론 경험에도 아주 중요한 교육의 요소들이 있다. 그러나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맞으면서 배우고, 맞았으니 성적을 낼수 있었다는 경험에 대한 고집이다.
▲공동체 팀사역 제자반 수료식 모습. |
"나도 맞으면서 배웠다? 두려움과 공포감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가?"
지도자가 선수시절 맞으면서 배웠고, 맞았기 때문에 성적을 낼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그 방법 말고는 가르쳐줄 것이 없거나, 자신이 맞으면서 훈련하는 것에 쇄뇌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안 그래야 한다고 생각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 옛날, 하도 맞아서 안 맞으면 불안했던 마음처럼, 지금 때리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
자신이 그렇게 맞으면서 얻었던 것이 과연 성적의 결과가 다였을까? 아니다. 다른 하나가 있다. 그것은 두려움과 공포감이다.
이 두려움과 공포감으로 스스로 낼 수 없는 힘을 내도록 한 것이다. 자신이 그 힘의 근원을 거기서 찾았기에, 자신이 가르칠 때도 그렇게 하게 된다.
여기서 두려움과 공포감으로 세뇌가 되면 어떤 효과가 생기게 되는데, 그것은 100명중에 90명이 못하겠다고 떨어져나가도 10명이 남아 100명 몫을 해낸다는 통계적 확신이다.
그래서 살아남는 사람을 찾았고 살아남은 사람이 이기는 또 하나의 게임이 된다. 살아남은 10명은 다음 도전자들의 모델이 되고, 칭찬과 자랑의 본이 된다. 그래서 다음 도전자들에게도 두려움과 공포감이 얼마나 유익한 것인지를 설득하는 도구가 된다.
"맞은 경험을 내려놓도록 설득할 수 있는 훌륭한 지도자 교육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
과연 1등이 되려면 그렇게 해야 하는가? 아니면 혹시나 그 방법이 제일 쉽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선진국의 스포츠 교육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는 핑계일까? 그런 교육 시스템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일까?
과연 유럽의 축구선수들은 아직도 맞으면서 축구를 배우고 있을까? 그것도 아니면 그렇게 안 하면 불안한 지도자 스스로의 마음 때문일까!
우리 주변에는 정말 교육다운 교육을 통해 더 멋진 결과를 낸 선수들이 더 많다. 그들을 통해 건강한 교육과 훈련이 이루어지도록 지도자에 대한 교육에 더욱 힘을 써야 한다.
자신이 맞은 경험을 고집할 만큼 깊이 세뇌되어 있다면, 그들을 지도자로 교육할 때 검증된 교육이 얼마나 참다운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해 더욱 깊이 설득할 수 있는 교육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예배 빌드업 컨퍼런스 수료 기념촬영 모습. |
"교회 안에도 두려움과 공포감으로 공동체를 이끄는 리더들이 많다"
우리 주변의 모든 다양한 공동체에게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 교회 내 공동체에도 이런 두려움과 공포감으로 지도하는 리더들이 많다. 하나님을 심판의 하나님으로만 설명하면서, 리더에게 순종하지 않는 사람과 교회를 옮기는 사람들을 저주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10명의 순종하는 이들을 얻기 위해 90명을 버리며 가라지로 치부하는 공동체는, 떠나는 90명 대부분이 큰 상처를 받게 되고, 심지어 하나님과 교회에 대한 큰 불신을 가지도록 만드는 큰 문제가 발생한다.
구체적인 경우를 들자면, 전도를 강조하면서 전도를 많이 하면 전도상을 주고 게시판에 열매 스티커를 천장까지 붙여놓으며 좋은 모델로 자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도를 못하면 부끄러움을 당하거나 심지어 리더나 직분의 자리에 임명되지 못하기도 한다.
결과를 낸 사람이 교회의 리더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는 빌립보 교회의 목회 현장에서 본이 되어 바울의 추천을 받은 디모데 집사와 같은 삶의 확증은 어디에도 없다. 결국 결과가 곧 삶의 본이 되는 것이다.
"길 잃은 한 마리 어린 양을 찾아나선 예수님의 리더십을 통해 배우는 지도자의 본보기"
그러나 우리 예수님은 1마리의 길 잃은 어린 양을 위해, 99마리의 어린 양을 기다리게 하고 길을 떠나야 한다고 가르치며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너희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어떤 사람이 양 백 마리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길을 잃었으면 그 아흔아홉 마리를 산에 두고 가서 길 잃은 양을 찾지 않겠느냐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만일 찾으면 길을 잃지 아니한 아흔아홉 마리보다 이것을 더 기뻐하리라(마태복음 18장 12-13절)".
예수님의 리더십은 절대 순종하는 10명을 축복하고 90명을 가라지로 비유하지 않으셨다. 성경에서 말하는 가라지는 두려움과 공포감으로 이끄는 자에 대한 불순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 때 예수님이 다시 오셨을 때 하나님을 믿지 않는 불신의 영혼들에게 비유하신 것이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고 하신 것이다.
"예수께서 그 어린 아이들을 불러 가까이 하시고 이르시되 어린 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말라 하나님의 나라가 이런 자의 것이니라(누가복음 18장 16절)".
이 말씀에서 어린아이는 육체적으로 어린 경우만을 뜻하지 않는다. 교회 안에서 하나님을 믿지만 재능이 없거나 전도를 잘 못하거나 봉사를 잘 못하는 등,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을 함께 말하고 있다. 그들을 열매가 없고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
교회의 공동체는 성령의 임재와 말씀으로, 하나님을 알아가는 지식으로 자라가는 성도의 기본적인 경건 훈련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므로 공동체 현장의 리더들이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를 나누는 일에 게을러서는 안 되고, 말씀을 묵상하고 배우는 경건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 건강한 전제 위에 리더십의 실제적인 방법론을 배우는 교육의 과정이 더해져야 한다.
▲백성훈 목사. |
"지금 우리 교회의 리더들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다시 살펴보자"
우리 교회 리더, 직분자, 교사 등에 대한 리더 교육은 어떤 내용인가? 혹시 형식적인 교육 아래 각자 자신이 신앙생활을 해온 경험만으로 공동체를 이끌고 있지는 않는가? 리더들이 말씀의 묵상과 배움, 성령의 임재를 경험하고 있는가? 가르칠 소스가 없어 자료와 정보를 찾아 헤매고 있지는 않는가? 살펴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교회 자체적으로 교육을 시킬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이미 많은 컨퍼런스와 세미나가 있다. 그래서 잘 활용하면 좋은 교육의 시스템을 갖출수 있기에 이를 활용해서라도 배우도로고 해야 한다.
배우지 않으면 가르칠 수 없음을 강조하며, 검증된 교육을 받도록 권면해야 한다. 필자가 교회와 사역팀, 학교 사역을 내려놓으면서까지 매년 '예배 빌드업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리더십과 공동체 교육에 힘쓰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백성훈 목사(<팀사역의 원리> 저자, 김포 이름없는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