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는 피의 종교다. 피를 믿는, 피의 신앙이다. 피를 제거하면 우리의 신앙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신앙인이란 곧 주님이 피 흘려 만들어 주신 옷을 입고 사는 자들이다. ... 하나님께 나아가는 데는 오직 피의 길만 있을 뿐이다."
방지일 선집 1권 <피의 복음> 출판기념회가 23일 오후 7시 서울 합정동 100주년기념교회 별관에서 개최됐다.
방지일목사기념사업회가 엮은 이 책은 1963년 초판이 발행됐으며, 2001년 개정을 거친 후 올해 새롭게 선보이게 됐다. 방 목사의 선집은 홍성사에서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기념사업회가 103권에 이르는 방지일 목사의 저서들 중 이 <피의 복음>을 첫 번째로 소개하는 이유는, 이 책이 방지일 목사의 신앙의 근간을 이룰 뿐 아니라, 다른 저작들의 뼈대가 된다고 할 만큼 대표작으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이날 출판기념회는 김학범 목사(김포명성교회) 사회로 방 목사의 설교 음성 청취, 방 목사가 애창하던 찬송 '이 세상 험하고'를 최혜경 사모가 불렀으며, 방 목사의 조카인 방선기 목사(직장사역연합 대표)의 인사말과 책임편집자 홍성사 정성혜 편집자의 간략한 내용 설명, 장신대 아이노스 중창단의 특송, 청현재이 임동규 대표의 캘리그라피 시연, 참석자 소개 및 교제, 방 목사를 평생 모셨던 김승욱 목사(영등포교회 원로)의 축도 순으로 진행됐다.
방 목사는 머리말에서 "피를 무시하면서도 죄는 해결했노라고, 죄는 모르면서도 은혜는 받았노라고! 피를 받은 다음에야 죄가 해결되며, 죄를 찾아낼수록 은혜는 더 많아진다"고 썼다.
목차에는 '피'가 가득하다. '피를 바라보고', '피 흘려 만든 옷', '피의 길', '핏소리', '피 흘릴 걸린 양', '피의 표적', '피의 작용', '피를 들고', '피는 생명', '예수의 피', '피의 수표', '피로 화목제를', '언약의 피', '피로 씻은 자들', '피에 적시어', '피를 무시하는 죄', '피로 인한 승리' 등 1장부터 17장까지 모든 장의 목차에 '피'가 들어있다. 성경 역사와 복음 전체를 '피'라는 키워드로 진술하고 있다.
기념사업회 이혜원 사무국장(영등포교회 권사)은 "<피의 복음>은 방 목사님이 1957년 중국에서 귀국하셔서 본인 목회의 기본 방향인 복음을 1963년에 정리하신 책"이라며 "2001년에 한 번 출간했지만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해 쉬운 언어로 바꾼 것이다. 방 목사님 저서가 103권 있는데, 주요 저서들만 선별해서 선집으로 내기 위해 처음 출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굉장히 어려운 책이기 때문에, 담당 편집자가 여러 번 읽으면서 어떤 의도인지를 많이 질문해 왔던 기억이 난다"면서도 "살아계실 때 한 차례 작업을 했기 때문에 다른 것은 비교적 어렵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혜원 사무국장은 "사실 방지일 목사님이 한국의 어떤 목회자들보다 신학적 깊이가 있으신 분이기 때문에, 빛을 볼 수 있도록 여력이 되는 대로 선집을 펴낼 계획"이라며 "우선 5-7권을 계획하고 있으나, 목사님이 돌아가신 뒤라 관심이 다소 줄어들고 후원 회원들도 적어져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기념사업회에 대해서는 "12년 전 설립됐고, 이사가 34명 정도이다. 대표 사업으로는 여름마다 4박 5일 중학생 목회자와 선교사 자녀들을 위한 캠프를 진행하며 다음 세대를 섬기고 있다"며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 학교가 있고, 선교사들 후원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경북 봉화에 영성수도원이 있어 세미나 장소 제공도 하고, 방 목사님 유품과 자료들을 전시·관리하고 있다"며 "방 목사님이 갖고 계셨던 자료들이 아주 옛날 것들이 많기 때문에 보존하고 활용하는 일들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방지일 목사는 1911년 평북 선천에서 방효원 목사의 장남으로 태어나 1937년 평양 장로회신학교를 졸업하고 27세에 목사안수를 받았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1937년 총회 파송으로 중국 산동 선교사로 떠나 21년간 선교 사역을 했다.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탄압을 가하자 모든 외국 선교사가 철수했지만, 방 목사는 중국에 혼자 남아 중국 교인들과 고락을 함께했다. 이 사실이 유엔에 알려지면서, 유엔의 중재로 홍콩으로 추방돼 1957년 고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1958-1979년까지 영등포교회 담임목사로 시무했으며, 예장 통합 총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1979년 은퇴 후 "닳아질지언정 녹슬지 않겠다"는 평소 다짐처럼 세계 각국을 다니며 복음을 전하다, 2014년 10월 103세로 소천받았다. 국민훈장 모란장(1998), 추양목회대상(2003), 언더우드 선교상(2003)을 받았으며, 《성도의 생활》, 《목회자의 생활》, 《허락의 원칙》, 《부르심의 원칙》, 《메시아》, 《나의 나 됨》, 《임마누엘》, 《눈물의 병》과 사진집 《나의 나 됨》, 《중국 선교를 회고하며》 등 103권의 저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