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 시절 집 거실에 족자가 하나 있었습니다. 한문의 내용은 기억을 못하지만 어렴풋이 의미를 기억하는 것은 “한 아이를 잘 가르친다는 것은 천하를 얻는 큰 기쁨이다.”는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집안 어른들이 교편을 잡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내 어린시절 가평에 있는 가이사 중학교를 거쳐 휘문 고등학교 영어교사를 하셨고, 이모와 이모부는 각각 의정부 중학교 교장과 인일여고 교장으로 은퇴를 하셨습니다. 훗날 1960년대 아버지는 시골에 기독교학교를 세우시고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셨고, 목사가 되시기 전 한국에 들어와서 신학교에서 가르치셨습니다. 그래서 학교 선생님들을 항상 굉장히 훌륭한 분들로 여기며 자랐습니다.

내 인생을 돌아 볼 때도 삶에서 가장 큰 재산 목록 가운데 하나는 스승들과의 만남입니다. 저는 학교 공부를 썩 잘하는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신학교를 다니기 전 학교 선생님들과 깊은 관계는 별로 없었지만 교회 선생님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습니다. 어린 시절 주일학교 선생님들을 통해 예수님 사랑과 더불어 교회 공동체의 사랑을 배웠고 중고등학생 때는 선배들과 어른들이 교회에서 봉사하는 것을 따라다니며 배웠습니다. 무엇보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여름성경학교 보조교사로 뽑히는 것이 큰 자랑이며 영광이었습니다.

70년대 초반 대학생이 되었을 때 당시 이민교회에서는 영어를 좀 하고 기타를 어느 정도 칠 줄 알면 중 고등부를 인도하도록 했습니다. 대학교 2학년때 시카고 복음교회에서 홀로 중고등부를 전담했는데 20여명의 아이들과 지냈던 시간이 지금 생각해도 참 보람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사실 그때 주일학교 교사였던 집사람과 본격적으로 연애 비슷한 것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함이 없지 않지만 중고등학생들의 신앙문제는 물론 인생상담까지 무슨 배짱으로 무슨 재주로 지금은 신학교 졸업한 사람들이나 하는 일을 했는지 모르지만 학생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삶을 나누었습니다. 신학교를 갈 때 학생들은 반드시 내가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서 그 교회 중고등부 전도사로 올 것으로 알았고 나도 당연히 그래야 할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교회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능하다면 중고등부 전도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몇 년전 교회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기독교 대안학교’ 아이디어를 어느 유능한 대학교수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그분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미래에 어떤 위대한 학교를 만들 것을 생각하지 말고, 지금 주일학교에 그 교회에서 최고의 실력 있는 분들을 교사로 쓰셔야 합니다.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교사의 수준에 따라 그 교회의 미래가 결정됩니다.”

그런데 교회에서 주일학교나 중 고등부 교사하는 것 만큼 귀중하면서도 어려운 사역은 없을 것입니다. 학생들이 교회 선생님들의 말을 잘 듣는 것도 아니고 부모들도 어떤 사람들은 성경공부시간이나 예배시간에 함부로 들어와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기도 하고 전화를 걸기도 하는 무례함을 서슴지 않고 저지릅니다. 학교 선생님들은 어려워 하면서도 교회 선생님들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기도 합니다. 또 학교 교육에 대해서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놓으면 그만인데 교회교육은 누구나 모두 한마디씩 평가를 하고 비판도 거리낌없이 하니 참 교회학교 교사를 한다는 것이 어렵기만 할 것입니다. 우리교회도 학부모회 참석율이 10%도 안 된다고 하니 교회학교를 잘 운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자녀들이 학교 성적에 관계없이 집안 살림 형편에 무관하게 예수님 사랑으로 사랑을 받고 천하에 고귀한 존재로 인정받으며 배우는 학교는 교회학교일 것입니다. 학교에서는 문제 학생을 정학도 퇴학도 시키지만, 문제학생에게 더 관심 가지고 사랑하는 곳은 교회일 것입니다. 세상 지식을 가르치는 것도 천하를 얻는 기쁨이라고 하는데 길, 진리, 생명이신 예수님의 말씀을 가르치는 것은 얼마나 큰 기쁨이며 귀한 일인지요.

좋은 교회학교 교사들이 필요합니다. 우리교회의 미래가 이들에게 달려있고 우리 교회 어린이들의 미래가 여기에 있습니다. 쉬운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렵고 힘들지만 예수님 사랑으로 어린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은 특권이며 축복입니다. 오늘 하루라도 교육부에서 수고하는 사역자들과 선생님들에게 고마운 말 한마디 그리고 주머니 사정이 좀 넉넉하면 밥 한그릇이라도 잘 대접할 수 있기 바랍니다.